제 100화 여름 맞이 축제 (2)
이차저차해서, 릴리와 꺄꺄 으흐흐 하면서도 한바탕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이 화제를 꺼내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 모습은 도대체 뭐야?"
"에?"
뭔가 이상한 부분이라도? 라고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 피오나.
아니 피오나가 평소에 입고있는 마녀 로브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잊은거 아니야?
"아아, 이거 말인가요"
내 얼굴과 자신의 모습을 3번 번갈아 보고나서 겨우 이해한 것같다.
"이 근처에 전해지는 젊은 여성의 전통적인 의상라는 것 같더군요"
바니걸이? 그건 또 상당히 요상한 전통도 있구나.
"여기서 제일 먼저 장착한다던가"
여기서 제일 먼저라는건 무슨 타이밍인거야.
"릴리 씨가 여름 맞이 축제를 구실로, 이 모습으로 크로노에게 서비스하고 해주죠, 라는 이유입니다"
"그런건가"
"그렇습니다"
자신 만만하게 단언하는 피오나, 등장시의 수줍음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아무런 후회도 없다는 얼굴을 하고있다.
아니, 뭐 기쁘지않다고 한다면 100% 거짓말이 될테지만 말이야, 어찌할 도리도 없이 너무 느닷없다, 설마 바니 모습으로 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 했다, 그리고 그게 전통적인 의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생각지도 못 했다.
"음, 그래도 고마워"
"아뇨 아뇨"
피오나에게 솔직하게 감사를 전하면서, 릴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이 특유의 그 가늘고 보슬 보슬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고마워 릴리, 기운났어"
"에헤헤―"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기쁜 듯이 미소짓는 릴리, 위험해, 너무 귀여워서 나의 릴리가 위험하다.
"그런데――"
다시 피오나에게 시선을 돌려보니, 굉장한 모습이구나 하고 절실히 생각한다.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감동(?) 이야기를 이해하고는 있지만, 이 노출 정도가 스트레이트로 자극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하물며 평소부터 커다란 고깔 모자와 마녀 로브는 피부누 커녕 바디 라인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항상 가려져 있던 것이 노출된다는 HENTAI 상승 효과 덕분에, 그 효과는 헤아릴 수 없다.
한편 피오나의 모습은 그 소녀 릴리와 나란히 서도 희미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하이 레벨, 모험가 랭크로 치자면 불평없이 5가 붙는다.
빛나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금색의 눈동자에, 밝은 하늘색의 쇼트 헤어, 일본인이 보면 신기하고 환상적인 색상이지만, 그런건 당연하다는 듯이 피오나에게는 어울리는 것이 굉장한 것이다.
빛은 발하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희고 투명한 피부는 지금은 어깨나 다리 등 상당한 부분이 내 눈앞에서 노출되어있다.
소녀 릴리보다 육체적인 나이가 위인 피오나는, 제대로 나올 곳은 나온 여성스러운 둥근 몸매임을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바니 모습이라서 보기 좋은 잘록한 허리 둘레는 여성들이 부러워할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아침 점심 저녁 많이 먹고 있으니까 더더욱이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크로노 씨?"
나의 노골적인 시선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황금색의 두 눈동자, 그 눈에는 말그대로 의문의 색만 띄고있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괴롭다.
"미안, 아무것도 아――아팟!"
라고 말했지만, 말한 정도의 데미지는 없다.
손끝에 달리는 약간의 통증, 보면 릴리가 지긋이 나를 노려보며 손가락을 질겅질겅 씹고있었다.
"우읏!"
"아, 미안 미안, 내가 나빴으니까 놔줘"
"픙"
뺨을 부풀리고 외면하는 릴리, 안되지, 이건 내가 의심스러운 감상을 바니 피오나에게 품은 것을 읽힌 것이 틀림없다.
"미안―"
화내고있는 주제에 내 무릎 위에서 뒹굴거리는 릴리는 어쩐지 제멋대로인 고양이같다, 그렇다면 지금은 제대로 쓰다듬어서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
"크로노 씨"
"응?"
릴리를 쓰담거리면서 피오나와의 대화로 돌아간다.
"그대로 릴리 씨를 귀여워 해주세요, 이 의상을 크로노 씨한테 보여주자고 엄청 벼르고 있었으니까요"
그것은 또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흐뭇한 에피소드구나, 조금 진심으로 설레버릴 것같아.
"그런가, 고마워 릴리"
"꺄아!"
쓰담 쓰담하고 평소보다 더욱 애정을 담아 릴리를 어루만진다.
내 뜨거운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릴리의 쓰다듬어지는 텐션도 평소보다 높아 보인다.
"그나저나 상당히 친해졌구나 둘 다"
"최근에는 계속 같이 포션을 만들었으니까요.
릴리 씨는 요정의 영약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오늘도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탓에 크로노 씨 앞에서 원래대로 돌아가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몇 분밖에 남지않은 거에요"
"아아, 갑자기 아이로 돌아온 게 그런 이유였나"
확실히 릴리가 <퀸 베릴>로 원래대로 돌아가는 시간은 30분, 그 마지막 제한 시간을 써서 전력으로 나에게 온 셈이다.
왠지 소녀 릴리에게 제대로 키스해주지 않았던 것이 상당히 아쉽게 생각된다.
"오늘은 한계까지 힘을 쓴 것같으니까, 하룻밤 잘때까지는, 의식이 돌아오진 않을 겁니다"
"그런가, 굉장히 열심히 했구나 릴리"
므후― 하고, 릴리가 무릎 위에서 부끄러운 듯이 몸을 꼰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렇게 3명만 모인 것은, 릴리 씨가 말하길 <엘리먼트 마스터>로서의 친목을 다지려는 것 같아요"
"아, 그래서 모두 자리를 비워준건가"
의외로 눈치가 빠르구나,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마음 속으로 분위기를 읽어준 모험가들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친목을 다지자는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하면 좋은거야?"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학생이었을 때는 그런 모임에 인연이 없어서"
슬쩍 슬픈 과거를 커밍아웃 해버리는 피오나.
"음, 학생 시절의 이야기는 건드리지 않는 쪽이 좋을까?"
"아뇨 딱히, 쭉 혼자였어도 졸업할 수 있었니까요"
우와, 더 싫은 걸 들어버렸다, 이건 확실히 친구 0명이네, 나도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0이라는 건 심하지않은가.
아무리 피오나가 매우 위험한 위력의 공격 마법을 던전에서 쏴버렸어도 말이야, 그것만으로 피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슬퍼서......
"좋아, 오늘 밤은 마시자구 피오나"
싫은 일이 있으면 술을 마시고 잊는 것이 어른이라는 것이다,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회식같은 경험같은건 저쪽의 세계에서는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쪽으로 오고나서 나름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구.
"이미 마시고 있습니다만"
"괜찮아, 이런 기세가 중요한거야, 그럼 엘리먼트 마스터의 친목를 다지기 위하여 건배!"
"건배"
"건배―!"
3개의 유리잔이 부딪친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할까, 왠지 지금의 분위기로 가면 있든 없든 쓸대없는 소리를 무심코 말해버릴 것같다, 조심하지 않으면.
ᆞ
ᆞ
ᆞ
심야, 나는 곯아떨어진 릴리를 짊어지고 길드의 계단을 오른다.
피오나와는 방금 전에 헤어졌다, 상당한 양을 마셨지만, 높은 알코올 내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짝 뺨을 붉힐 정도였으므로, 오늘은 좋은 기분으로 잠들 것이다.
한편 나는 여전히 개조된 몸덕분에 발걸음이 비틀거리는 일없이 제대로 계단을 올라가 복도를 걷는다.
이대로 방으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자기 전에 들러야할 방이 있다.
"들어간다, 시몬"
"아, 오빠"
그곳은 시몬의 방, 개발을 위한 공간 확보때문에 두 방의 벽을 허물고 연결했다.
그 넓은 방의 중심에서 백의의 모습인 시몬이 앉아있었다.
"미안, 우리들만 떠들고, 시끄럽지 않았어?"
"괜찮아, 나, 저런 건 거북하고, 술도 못마시니까.
게다가 소리도 신경이 쓰이는 정도는 아니야, 집중하고 있으면 주위의 잡음은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니까"
시몬은 자신의 총의 조정을 일단락 지었는지, 그 자리를 일어나 내쪽으로 향했다.
그 귀여운 얼굴에 약간의 피로가 엿보였다.
만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몰두하여 작업했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시몬의 일은 개발뿐만이 아니라, 실은 나 이상의 힘든 일을 한 게 아닐까 하고 조금 걱정된다.
"그런데, 연금술사라고하는 건, 마법에도 자세한 거야?"
그 질문에, 시몬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술식을 약간 공부했을 뿐이라서, 그린 마법진이나 읆어낸 영창으로 마법을 발동시키고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마력없는 자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현실의 마법을 쓸 수 없다라고, 반쯤 자학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 덕분에 기관총은 완성될 것 같아"
"뭐 그렇지, 처음으로 마법 기술을 배워둬서 다행이다고 생각했어"
쓸 수 없는 기술을 배운 것은 분명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물며 달리 쉽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배웠다는 것이 바보같게 느껴지는 것을, 도대체 누가 나무랄 수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자세히 물어봐야할 때가 아니다.
나는 생각났다는 듯이 다른 화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아, 뭔가 먹을 거라도 가지고 온 편시 좋았을라나?"
"괜찮아, 방금, 이라고 해도 상당히 전이지만, 스우스 씨가 여러가지 가져다 줬으니까"
"그런가, 사이 좋게 하고 있는 것같아서 다행이야"
응, 하고 작게 끄덕이는 시몬은 의자 하나를 당겨서 "앉을래?" 하고 물어온다.
"아니, 조금 상태를 보러 온 것뿐이니까 이제 갈 거야.
시몬도 오늘은 이제 자는 게 좋아"
이미 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대, 야경이라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밤샘해도 좋은 일은 없다.
"으음, 그래도――"
"무리하지 않아도 돼, 쓰러진다면 이쪽이 곤란해"
"그런가, 응, 그럼 이제 잘까"
"아아, 그렇게 해"
시몬에게 등을 돌리고 퇴실하기 위해 문으로 향한다.
"......아마도 모레, 잖아"
뭐가, 라고 물을 필요는 없다.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등 너머로 다른 질문을 했다.
"그래, 무서워?"
"으응, 이 며칠간은 굉장히 즐거웠어.
지금까지 떠오르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오빠한테서 많이 들을 수 있었어.
게다가 말이야, 이렇게 나를 의지해 준 사람은 오빠가 처음이었으니까, 조금 기뻐서..말이지"
"그런가――이게 끝나면, 시몬에겐 만들어 달라고 할게, 많이 있으니까"
"응, 나도 기대하고 있어"
그 이상은 말을 거듭하지 않았다.
"그럼, 잘자"
"응, 잘자"
나는 조용히 시몬의 방을 뒤로했다.
"이틀 뒤, 인가――"
작게 중얼거린다.
오늘의 여름 맞이 축제를 구실로 삼은 술잔치는, 다가오는 전투의 긴장감을 크게 완화시켜 주었다.
그러나, 신양의 달 30일, 오늘 이날, 본래라면 나는 이루즈 마을에서 보냈을 터였다.
냐레코에게 술을 한턱 쏜다고 약속했었고, 릴리와 함께 노점을 돌아다녔을 터였다, 분명 헤타레인 니노를 보고 웃고 있었을 것이고, 아텐에게 약속한 이상으로 사게됬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젠 두번 다시 이루어질 수 없는 광경.
그것이 아무리 분하고, 슬프고, 괴로운 것인가――하지만, 내 눈에는 더이상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이루즈의 모두를 묻은 무덤 앞에서, 나는 이미 충분히 울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보고있어 줘, 내가 녀석들을 죽일거야, 그게 몇명이라도"
십자군을 자칭 악몽의 군세에 하나라도 많은 죽음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이 알자스 방어선에서, 너희들이 저지른 것을 그 피로 속죄시켜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