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83화 (84/382)

제 83화 생환

"......그래서, 너 혼자서만 뻔뻔하게 도망쳐왔다는건가"

"에―그러니까, 한사람하고 한마리입니다"

깨닫고보니, 아이는 사령부의 한 방에서 점령 부대 지휘관인 놀즈와 부관 실비아의 앞에 서있었다.

"바보녀석!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자신과 기르는 고양이만이 살아돌아온 것에 전혀 변명도 하지않고 대답하는 모습에, 놀즈는 격분하여 고함을 지른다.

"진정해주세요"

진짜로 때려버리기 5초전인 놀즈에게, 실비아는 차가운 태도로 귀띔한다.

"그녀는 아마도 추기경 예하에 맘에든 자, 섣불리 손을 대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큭......하지만 말이다"

"그녀를 상관하고 있을 여유는 없어요, 즉시 대응을 생각해야합니다만"

"칫, 어쩔 수 없군"

놀즈는 어떻게든 분노를 다스리고, 눈을 감고 팔짱을 낀다, 이제 이 웃기지도 않은 모험가에게 말할건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모험가 아이, 수고하셨습니다, 쉬어도 좋아요"

"네―에"

얼빠진 대답을 하고, 아이는 츠미키를 데리고 방을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싸움다운 싸움이 되겠군"

놀즈의 말에는 어딘가 기대가 담겨있었다.

그는 키르반만큼은 아니지만, 마족을 멸시하는 순수한 십자교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 전투없이 마을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부관인 실비아가 잘 협상하여, 놀즈가 폭주하지 않도록 고삐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조롭게 점령을 진행하는 실비아의 수완은 평가해야할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마족을 희생의 제물로 바쳐주지" 라고 단단히 벼르고 온 놀즈에게 있어, 지금까지의 '평화적'인 행동은 조금 불만이 쌓이는 것 였다.

"키르반 사제의 지나친 행위가, 마족에게 강한 반항심을 갖게 된 것이겠죠"

본보기로 십자가에 책형을 사적으로 실시하는 등, 그 잔학한 소행은 이미 도망쳐 온 병사의 보고에게서 들었다.

그대로 이루즈 마을을 손쉽게 점령했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겠지만, 어설프게도 격퇴당한 탓에, 그의 행동은 돌이켜 강한 분노나 적의로 변해버렸다.

"흥, 적의 수는 별것 없다, 악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럴 마음만 먹으면 이쪽은 10만이라도 지원군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 충분한 수가 갖추어져있는 우리의 부대만으로 충분하겠지만 말이지"

마을의 규모를 봤을 때, 설령 마을 사람들 전원이 무장하여 싸운해도, 놀즈가 이끄는 점령 부대의 병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물론, 여자나 아이까지 남김없이 싸운다는건 아무리 마족이라도 실행하지 않는다, 제대로된 전투원으로 꼽히는 자경단이나 모험가에 수를 제한하면,기껏해야 300에 미칠 정도.

그야말로 정말로 드래곤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한, 놀즈가 예상하는 것처럼 자신의 부대만으로 충분히 결착이 난다.

그러므로 실비아도 그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할 것은 없다, 그녀가 오히려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다른 것들이었다.

"다이달로스 영내에는 어디에도 도망갈 곳 따윈 없다, 신을 거스르는 마족들에게 후회하게 만들면서 천천히 몰아가주지"

"......아니요, 도망갈 곳은 있습니다"

"뭐라고?"

테이블에 위에 펼쳐진, 다이달로스 서부 주변의 대략적인 지도를 실비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르킨다.

"쿠알에서 서남 가도를 통해서 다이달로스 방면을 향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서북 가도로 쭉 서쪽으로 도망간다면"

가라하도 산맥, 이라고 쓰여진 라인의 끝에는 '스파다' 라는 국명이 적혀있었다.

"설마, 스파다는 적국 취급이라고 알고있다"

"만약 다이달로스가 이미 함락된 것을 알고있다고 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나라가 이미 망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 난민이 되어 스파다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으음, 정보 봉쇄가 완벽하지 않을 가능성은, 확실히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하는 놀즈.

"마을은 점령한다면 어차피 이주민의 것이 됩니다, 일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전투원의 마족을 놓친다고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소수라고는 해도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쪽도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각오해야한다.

물론 그 손해도 십자군 전체에서 보면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피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을 피할 것이다.

"아니, 그것만은 안된다"

그러나 놀즈는 실비아가 암시하는, 적 아군 쌍방에게 희생이 나오지않는 제안을 강하게 부정한다.

"시스터 실비아, 아무리 너의 진언이라도 이것만은 들어줄 수는 없겠군"

"......그렇습니까, 사령관은 당신이므로 아무쪼록 마음대로 하시길, 저는 말리지 않습니다"

각오를 정한 것 같은 모습의 놀즈에, 실비아는 더 이상 불필요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알아줘서 기쁘군 시스터 실비아.

그럼 명령을 내리지, 도망가는 마족은 몰살이다, 한명도 놓치지 않는다, 절대로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놀즈의 눈동자에는, 키르반과 같은 광신자의 빛을 품고 있었다.

정찰에서 생환하여, 놀즈에게의 보고도 마친 아이는 츠미키를 안으면서, 소속한 모험가 파티, 아니, 정확하게는 용병단이 머물고 있는 야영지로 돌아왔다.

십자군의 점령 부대는, 어느 마을에서도 반드시 있는 촌장집이나 모험가 길드같은 큰 건물을 사령부로 하고, 그 주변의 시설을 접수하여 임시적인 주둔지로 하고있다.

그러나 군에 속한 것이 아닌 모험가나 용병은, 부대의 방해만 되지않으면 원하는 위치에 주거지를 짓는 것을 허용하고있다.

어디 까지나 임시 고용되어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그들과 십자군의 사이는 물론 양호하다고는 할 수 없고, 어설프게 교류를 하면 싸움이나 트러블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러 마을밖에서 야영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앟다.

아이가 소속되어있는 <키프로스 용병단>은, 제대로 그 전형적인 예이다.

마을을 둘러싼 울타리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어, 비교적 큰 농가의 건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야영지가 있었다.

돌아온 아이는 돌아다니고있는 용병단의 멤버와 적당히 인사를 나누면서, 자신의 텐트로 향한다.

츠미키를 팔에서 내리고, 오늘은 빨리 쉬자라고 생각하면서 텐트에 들어 가려고 하는 그 때였다.

"여어, 돌아왔으면 나한테 얼굴 비추라고 아이"

뒤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얼굴로 아이는 뒤돌아봤다.

나이는 아이보다 약간 위, 나름대로 체격도 얼굴도 좋은 미남이지만, 저속한 웃는 얼굴에, 갑옷 하나도 장비하지 않고 평상복을 입고있는 그 모습은, 잘난체 하는 나쁜 꼬맹이가 그대로 성장했다라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말걸지 말아줄래? 그리고 그 이상 접근하지 말아줘"

차가운 아이 대답을 마치 개의치않고, 갈색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남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거리를 좁혔다.

"어이어이, 단장님을 향해서 그 말투는 아니지 않나?

랄까 우리들 동료잖아? 좀 더 사이좋게 지내자고"

남자는 이런 꼴이라도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곳에 있는 87명의 용병단의 우두머리이다.

이름은 키프로스, 우두머리의 이름을 그대로 용병단에 붙였다는 것은, 누구라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기분나쁜 소리 하지마, 한걸음이라도 가까워지면 키프로스 용병단에서 아이 용병단으로 이름이 바뀔거야"

아이의 손에는 어느새 뺀 나이프를 쥐고, 그 칼끝은 키프로스의 배에 들이대고 있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날아가거나 뛰어다니거나 대폭발이 일어나거나, 간신히 도망쳐 온 거니까.

그레이트 급인 모험가의 내가 아니었으면, 죽었다구?"

반쯤 농담같은 대사이지만, 아직도 칼을 향하고 있는 아이의 눈은 진심 빛이 들어있다.

"헤헤, 진심으로 말하는거야?"

농담을 농담으로 대응하는 느낌의 가벼운 대답이지만, 아무래도 키프로스의 흥미는 자신이 말한 대사의 내용, 즉 '전투가 있었다'라는 점에 흥미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분위기로 짐작했다.

"응, 바빠질테니까, 빨리 준비하는게 좋지 않아?"

그런 말을 남기고, 아이는 나이프를 집어넣고 빠르게 텐트로 들어갔다.

키프로스는 그 자리에 서있는 채로, 아이를 쫓지않고, 아니, 이제 그녀의 일같은건 잊었다는 듯이, 갑자기 웃기시작했다.

"――하핫, 드디어 '제대로 된'일을 할 수 있는건가.

암컷 마족을 가지고 노는 것도 이제 질렸으니까 말이야, 좋은 타이밍, 아니, 이것도 그 녀석이 말하는 '운명'이란 녀석인가――헷, 역시 난말야 신님한테 사랑받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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