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79화 (80/382)

제 79화 초토 작전

"내가 '엘리먼트 마스터'의 리더, 크로노다"

나는 막 정해자 파티명을, 길드의 로비에 모인 50명 이상의 모험가들에게 조속히 소개하고, 리더 취임 인사를 했다.

라고해도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매우 파워풀한 미국 대통령 수준의 뜨거운 연설같은걸 하는게 아니라, 긴급 퀘스트의 내용확인, 핵심 멤버 소개 등, 사무적인 이야기밖에 하지않았다.

일단 다들 얌전하게 들어주고는 있었지만, 내가 보여준 것은 발칸을 날려버린 파워뿐이고, 리더로서 신뢰받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랭크 1에 경험이 전무한 나는, 앞으로 실적을 만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결심한 다음날, 신양의 달 21일의 일이다.

"근데, 제대로 말도 못 탈 줄이야, 네놈은 정말로 모험가냐?"

"시끄러워 발칸, 나는 지금 집중하고있다고, 방해하지마"

이른 아침부터 이루즈 마을을 향해 떠나기한 도중에, 나는 조속히 멤버들에게서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올라타 있는, 랄까 붙들고 있는 것은, 이루즈 마을을 습격한 부대의 지휘관이 탔었다고 생각되는 커다란 말이다.

소녀의 검은 머리와 같은 요염한 갈기와 털을 가진 이 준마는, 십자군을 격퇴한 후 간단히 노획되어, 순조롭게 보상품이 되었다.

원래는 다른 누군가가의 것이 될 뻔했지만, 내가 리더가 되었기때문에 양도된 것이다, 리더라면 기마 한마리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같다.

아무튼 그뿐만 아니라, 내가 이루즈 마을에서 상당수의 십자군 병사를 쓰러뜨리고 있었으므로, 그 보상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있다.

그런 훌륭한 말을 받았지만, 원래는 문예부의 고등학교 1학년생, 인체 실험 경력 반년, 모험가 경력 세달인 내가, 도대체 어느 타이밍에 승마같은 상류층의 기술을 습득하라는 것일까.

아니, 알고있었어, 말은 자동차 대신으로 이 세계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탈것이라는건.

나라도 언젠가는 타고 싶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말을 받고 "자 이걸 타고 씩씩하게 모험가들의 선두를 달려가라!" 라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아, 참고로 피오나 씨는 씩씩하게 말을 타서, 화려한 승마 기술로 가볍게 가도를 달려가고 있다.

아무래도 모험가로서는 일일지장이 그녀에게는 있는 것 같다......끄응.

*일일지장:남보다 조금 나음

"갓핫하,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라고 신참 리더!"

"젠장 발칸 자식, 다시 한번 풀 버스트 먹여 줄까......"

자신의 거구에 알맞은 크기의 바이콘에 탄 발칸이, 나를 바보 취급하는 큰 웃음을 내면서 열의 선두를 향하여 추월해갔다.

참고로 바이콘이라는건,그 유명한 유니콘의 아종이다.

그 이름대로 두개의 훌륭한 뿔이 나있으며, 말보다는 산양에 가까운 낯짝, 하지만 신장 2미터를 훨씬 넘는 발칸을 태우므로, 그 크기는 코끼리라고 생각될만큼 거대하다.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미리 연습해두면 좋았을텐데"

"크로노 힘내!"

"고마워 릴리, 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됬을련지, 아니 진짜, 정말로"

릴리는 내 앞에 앉아있어, 언뜻보면 떨어지지 않도록 그 자리에 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릴리가 여기에 있는 덕분에 승마 첫도전인 내가 적당히 스피드를 내면서, 한번도 낙마하지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요정이라는 것은 정말로 판타지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접촉하면 동물과 어느정도 마음을 통하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꿈같은 멋진 능력 덕분에, 말이 나를 떨쳐내지 않도록 릴리가 움직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안돼는 남자다, 하나부터 열까지 릴리에게 신세지고 있을 뿐이다, 눈물이 나오는군.

"우는거야?"

"안울어, 눈에 조금 먼지가――"

"앗, 손놓으면 위험해!"

"위험햇!? 떠, 떨어지――"

부탁해, 빨리 목적지로 가줘.

나는 일심 그렇게 기도하면서, 첫 승마 체험을 마음껏 즐겼다.

내가 목표로 한 곳은 스파다 방면이 아니라, 이제는 텅 비어버린 이루즈 마을이다.

여기에 데려온 모험가들 12명의 대표로서 발칸이 나에게 물었다.

"정찰치고는 너무 많아, 하지만 방어선을 치기에는 너무 적어, 도대체 이런 곳에서 뭘 할 생각인거야?"

"가급적 서둘렀으니까, 출발 전에 설명하지 않았던건 사과할게, 사실은 도중에 설명하려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 모양이라서, 미안"

모험가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지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곳에 온 건, 이루즈 마을에 있는 모든 곡물 창고를 태우기 위해서다"

"뭐라고?"

나의 대답이 상당히 예상외였는지, 아니면 신중하지 못하다고 생각됬는지, 싸늘한 시선이 집중된다.

"네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는 거냐? 랄까 여기는 네놈의 마을이잖아,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저항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적을 발묶기 위한 하나의 방안임을 이해해줬으면 해"

내가 생각하기엔, 모험가들은 생존 능력이나 몬스터와의 전투 기술은 높지만, 순수하게 전략ᆞ전술같은 군사적인 지식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

평화로운 일본인이라도 다소 전쟁의 지식, 이라는건 과장이지만, 소설이나 다큐멘터리, 또는 픽션이라도 상관없다, 그런 매체에서 어느정도 전투에 대해 알고 있다면,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초토(焦土) 작전이다"

"초토(ショード) 작전?"

*발음이 안되는 이세계인

역시 아무도 들어본적 없는 말인지, 이놈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거야하는 표정을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적에게 빼앗길 이용 가치가 있는 시설이나 식량을 도망가기 전에 미리 파괴해두겠다는 작전이다"

"......하아"

이 발칸이라는 늑대 인간은 아무래도 외견대로 두뇌 노동에 약한 것 같다, 한편으로 나는 짧은 설명에 왠지 납득이 갔다는 표정을 짓는 총명한 모험가도 몇명있었다.

"이루즈 마을에 대량의 식량을 남겨둔 채라면, 이곳에 온 적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잖아, 밥을 먹을려고 하는 것은 즉시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알겠어?"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적의 발을 묶는 것, 적이 즉시 싸울 수 있는 상태로는 곤란한 것이다.

"오, 즉 적에게 밥을 내주는 의리는 없다는 소리구나!"

"그래, 적이 식량을 현지 조달하지 못하면, 외부에서 공급해야한다.

보급이 필요하게 되면, 그만큼 진군 속도는 확실히 떨어진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파다로 도망치는 시간을 버는 것이니까, 싸우지 않고 승리에 한걸음 가까워진다"

"이론은 대략 알겠는데"

절반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발칸은 계속한다.

"정말으로 그걸로 괜찮은거냐? 지금까지 모아둔 식량을 전부 태워버리면, 이곳의 마을 사람들이 납득하는거냐?"

"발칸, 마을 사람들을 생각을 주다니, 너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좋은 놈이구나"

"시끄러! 그런 것보다 어떤거야!?"

부끄러운 것을 숨기는 것인지 진심으로 이성을 잃어버린 것인지, 굉장한 기세로 다가온다.

"모두는 납득하지 않겠지, 확실히 이 작전에는 반대한다.

그러니까 쿠알로의 피난을 완료한 지금에 와서 일부러 돌아온거야"

"속인거냐?"

"초토 작전에 대해서는 나중에 나하드 촌장을 통해 설득 해달라고 할거야, 지금은 십자군이 오기 전에 하나라도 더 손을 써둬야해.

스파다로 피난을 완료한 후라면, 나는 아무리 책망받아도 좋아, 하지만 그때까지는, 어떤 반대를 받아도, 나는 최선의 방법을 가지고 이어나갈거야, 그걸 하기 위해서 리더가 된거야.

그러니까 부탁해, 이 퀘스트 중에서만은 나를 믿어줘!"

여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는 거기까지다.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지만, 이런 말로 지금만이라도 모두 신용해 주는 걸까, 하고 불안하게된다.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릴리가 "괜찮아" 라고 하는듯한 미소를 향해주었다.

"뭐든지 상관없어, 우선 네놈이 리더인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다, 새삼스레 투덜거리는 놈은 없다고.

하지만, 얼간이 짓이라도 하면 나랑 즉시 리더 교체니까, 기억해둬"

발칸은 역시 외견에 반해 좋은 놈인 것같다, 실수해도 내가 대신해줄테니 안심해라, 라고밖에 들리지 않는다.

"고마워, 그럼 간단하게 작업 지시를 내릴테니까 들어줘――"

내가 말을 타고 이루즈 마을에 온 것처럼, 여기에 데려온 모험가도 모두 무언가를 타고왔다.

랭크 1인 내가 당연히 기마를 가지고있지 않은 것처럼, 모험가의 모두가 그러한 이동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중세와 비교하면, 이곳 이세계에서는 기마의 비용은 낮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부담없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 기마를 손에 넣는 것은 랭크 3 쯤이라는 것이 모험가의 상식이다.

그리고, 지금 데려올 수 있었던 모험가의 수는, 나, 릴리, 피오나 씨의 '엘리먼트 마스터' 멤버를 제외하고 총 12명.

기본적으로 말이지만, 발칸이 탄 바이콘이나, 솔로로 활동중인 스켈레톤 족의 마술사가 대형 구울에 타거나 하는 등 이색적인 몬스터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덧붙여서 구울이라는 것은 단순한 인간형 좀비가 아니라, 하이에나같은 모습을 한 동물형 언데드 족이다.

이 스켈레톤 씨가 타고있는 것은 커다란 좀비 개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이다.

개인의 기마 외에도, 파티에서 마차를 보유하고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는 '발칸 파워즈' 의 멤버만이 마차로 동행해주고있다.

발칸만 유별나게 커다란 몸집므로, 마차가 아니라 애용하는 바이콘인 것이다.

내가 일부러 기마로 이동, 즉 도보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람만을 골라 데려온 이유는, 아까 말한대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으로 구성된 군대이므로, 어느정도 십자군의 진군 속도라는 것은 계산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에 지나지 않는다.

마법으로 진군 속도를 올린다, 또는 부대째로 전이해서 온다, 같은 일도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의 수단을 전혀 알 수 없는 이상은, 이쪽이 가능한 한의 속도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십자군이 본격적으로 이루즈 마을에 주둔하기 전에, 이곳에 있는 식량은 전부 태워야하는 것이다.

욕심을 낸다면 곡물 창고뿐만 아니라, 촌장 집이나 모험가 길드같은 대형 건물도 파괴하고 싶다.

실제로 격퇴한 부대는 길드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사령부로 이용하고 있던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적에게 이용 가치가 있는 시설을 파괴하고, 식량을 태우고 나서, 철수하는 것이 초토 작전이다.

"크로노 씨는, 기사 학교라도 다니고 있었습니까?"

"아니 '보통' 학교에 다녔을 뿐이야.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결국은 얄팍한 아마추어 병법이지,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솔직히 몰라"

나는 초토 작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서, 곡물 창고 연소를 위한 준비를 진행한다.

맞장구를 쳐주는 것은 피오나 씨뿐이지만, 근처에서 작업하는 멤버도 일단은 귀를 기울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이번에는 완벽한 초토 작전이 아니야, 어쩌면 전혀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습니까? 밥이 없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저라면 견딜 수 없습니다"

그야 밥이 맛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그만둔 피오나 씨는 그렇겠지.

"지금은 창고를 태워버리는 것만으로 한껏이지만, 본래는 밭도 민가도, 인근 숲까지 태워버리지 않으면 완벽하지않아.

게다가 초토 작전이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눈이 내리는 한랭지다.

음식은 물론, 불을 일으키는 연료인 장작을 없애면, 그것만으로 병사를 죽일 수 있어"

"과연, 공화국에도 겨울에 져서(冬将軍) 침공을 단념했다, 라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자주 듣습니다"

추위가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지구인도 이세계인도 마찬가지구나, 랄까 이쪽에서도 '겨울에 진다(冬将軍)' 라는 인식이 있구나.

"이쪽은 시간도 인력도 부족해, 이 불완전한 초토 작전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나와줄 것을 빌 수 밖에 없겠네"

나는 이루즈 마을을 습격한 부대의 '놓고가는 선물'이다.

연금유(오일), 그 마지막 한캔을 곡물 창고에 투입한다.

이제 소각 준비는 완료, 남은 것은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창고를 불이 감쌀 것이다.

드디어 불을 던져 넣으려는, 그 순간, 나의 로브의 옷자락를 릴리가 당겼다.

"응, 무슨 일이야 릴리?"

이루즈 마을의 모두가 땀흘려 수확한 많은 밀이 납부되는 창고를 태우려는 나에게 아깝다 정신이라도 말하려는 것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아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야무진 눈썹을 올려 심각한 표정을 보이는 릴리에게, 나는 불온한 기색을 살폈다.

"어이 크로노, 적이 이쪽을 향해오고 있다고!"

이렇게 외치는 것은, 주변의 감시를 담당하고 있던 모험가 파티 '삼렵희'의 멤버 중 한명, 활을 메고 말에 탄 엘프 소녀.

*삼렵희 말하자면 세명의 사냥 공주..뭐야 이건

소녀이긴 하지만, 저렇게 보여도 어엿한 랭크 3의 베테랑 모험가이다.

전령역을 맡은 그녀는 내 앞에서 말을 멈추고, 간단하게 상황 설명을 해준다.

"스우 씨가 7명의 기병부대를 발견, 가도를 달리고 똑바로 이쪽으로 있다고"

스우 씨, 는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랭크 4의 도둑이다.

언뜻보면 인간으로 보이지만, 그 종족은 슬라임이다.

눈치가 빠른 도적인 스우 씨도 파수꾼의 역할을 해달라고 했는데, 조속히 적을 찾아준 것 같다.

"7명뿐으로, 달리 더 없는거야?"

"가도를 달리고 있던건 그 녀석들 뿐이야"

어떻게 생각해봐도 척후 부대이다.

"부대가 격퇴되었으니까 이루즈의 모습을 보러왔다는 건가"

적은 인간의 군단, 그렇다면 많은 수를 가도에서 벗어나 숲을 통해서 기습,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숫자의 우위가 있는 이상, 일부러 정공법, 이 경우는 당당하게 가도로 진군시키는 선택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린다.

"요격한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서 처리한다"

"라져, 그렇게 나와야지!"

엘프 소녀는 억척 미소를 보이고, 전투 준비를 전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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