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화 뒤처리
깨어나보니, 그곳에는 몇 번인가 본 기억이 있는 방이었다.
내 자고있는 간소한 나무 침대 외에는 딱히 가구가 보이지않는 실로 허전한 방.
아무래도 이곳은, 이루즈 마을의 모험가 길드에 있는 숙박용 객실같다.
"안녕하세요 크로노 씨"
자신의 거처를 인식하는 것과 동시, 낯익은 소녀의 목소리, 시선을 움직이니 금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피오나, 씨?"
"예, 전 피오나 씨에요"
그것이 무언가?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 라고는 해도 변함없이 지긋이 보는 무표정이지만, 왠지 모르게, 분위기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는 피오나 씨와 몇 초간의 침묵.
"나는, 얼마나 잔거야?"
"두시간정도 일까요"
상황을 왠지모르게 파악한다.
피오나 씨를 비롯한 모험가들이, 남은 십자군 부대를 내쫓은 것이다.
마력이 바닥나 의식을 잃은 나는, 일단 자고있는 사이에 길드로 옮겼다는 것인가.
그러나, 두번째로 사리엘과 싸웠을 때처럼 하루종일 자고있었다, 라는 일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앞으로 해야할 일, 생각해야 일은 산더미처럼 있다.
"지금, 어떻게 됬어?"
"저는 배가 고파졌습니다"
"아니, 피오나 씨가 아니라, 마을이 어떻게 된거야"
왜 이 타이밍에 내가 피오나 씨 개인의 상태를 걱정해야하는거야.
역시 이 사람은 조금 어긋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자경단 분들이 갇혀있던 마을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쿠알 마을에 피난 유도를 하고있습니다"
"갇혀있었어? 그럼, 모두 무사한건가?"
"무사라고 할 수 없겠네요, 여기에 온 십자군은 상당한 수의 마을 사람들을 살해한 것 같습니다.
노예로 연행된 후라면, 이 마을에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겠죠"
"노예? 핫, 노예인가, 역사 교과서에 쓰여있을 정도로 확실히 정복자같잖아 젠장!"
놈들이 다이달로스를 점령하고있는 광경을 봤을 때부터, 이러한 일, 즉 노동력같은 어느정도 가치가 있는 젊은 사람은 노예로, 그 이외에 노인이나 환자같은 쓸모없는 자, 반항적인 자는 모두 죽인다, 그런 최저 최악의 지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측은 이미 현실로 일어나고,
"젠장――젠장......"
그리고, 나는 이 마을을, 친구들을 지킬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아아, 정말 이제 와서구나, 어쩔 수도 없는 후회와 슬픔이 내 마음을 삼켜간다.
수중에는, 분노로 모든 걸 잊게해주는 저주의 무기는 없고, 그리고 그 분노를 부딪칠 적도 지금은 눈앞에 없다.
소중한 사람들을 살해당했다는 최악의 비극에 직면하여, 부르짖고, 고함치고, 울부짖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하지만, 우는건 나중이다"
눈을 감고, 마법을 행사할 때처럼 집중하여, 이성을 총동원해 흔들리는 모든 감정을 억제한다.
나에게는 하지않으면 안되는 일이있다.
살아남은 마을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무사히 대피시켜야한다.
그리고, 분명히 다시 덮쳐오는 십자군을, 나는 요격한다.
"게다가, 또 꼴사나운 부분을 보여버렸으니까"
전신을 덮는 하얀 시트를 젖히고, 몸을 일으킨다.
옆에는, 나에게 바싹 붙듯이 몸을 눕힌 작은 요정의 모습.
"저기, 릴리"
스우 스우 하고 귀여운 숨소리를 내는 릴리, 그 금색실같은 부드러운 긴 머리를 어루만진다.
나는 릴리를 깨우지않도록 침대에서 내리니, 바로 옆에 개어 놓여있던 검은 로브를 두른다.
몸에 이상은 없다, 덧붙여서 말하면 마법의 로브인 '악마의 포옹'에도 상처하나 없다.
사리엘에게 꿰뚫린 구멍도, 사제의 광마법을 받아냈을 때 약간 타버린 표면도, 전부 재생한 것이다, 마치 지금도 악마의 생명이 깃든 생물처럼.
"근데, 왜 릴리도 여기서 자고있는거야?"
"크로노 씨가 쓰러진 후, 곧바로 '날아'온 겁니다.
크로노 씨를 이곳에 눕힌 후에는, 부상을 입은 마을 사람들을 굉장한 기세로 치유하며 돌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치료가 거의 끝나고 "크로노오오오!" 라고 외치며 침대에 알몸으로 다이빙하여,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연속으로 치유 마법을 행사하고 지쳐버린 것이겠죠"
"벌써 치료를 끝냈다니 과연이구나 릴리는,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어.
그런데, 침대에 다이빙하는 건의 설명은 필요한거였나?"
"너무 흥분한 모습이었기때문에"
"그런가, 하지만 릴리는 작으니까 그 정도 떠드는건 신경쓰지말아줘"
침대의 가장자리에 릴리가 입고있는 고대 벨벳의 원피스 드레스가 벗어던져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가요, 제 눈앞에서 무슨 일이 시작되는건가 하고 두근 두근 했지만, 이제부터는 두 사람이 침대에서 어떻게되든 신경쓰지 않는 걸로 하겠습니다"
"응? 응, 뭐 알아준다면 됐어"
조금 요령이 없는 대답이지만, 피오나 씨는 납득한 모습이므로 된걸로하자.
"그럼, 나는 조금 나갔다올게"
"도와주는겁니까?"
"아아, 그거랑, 친구를 애도해줘야하니까"
"......그렇습니까"
"피오나 씨는 어떻게할거야?"
"릴리 씨와 중요한 약속이 있으므로, 여기에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있습니다"
"약속?"
"네, 매우, 매우 중요한 약속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에, 1분 1초라도 지연되서는 안되는거에요"
"뭔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릴리를 부탁해"
"예"
"아아, 그리고 배고프다고했구나, 돌아올 때는 뭔가 먹을거 가지고 올게"
"그런가요, 그건 정말 고맙군요, 가능한 빨리, 맛있는 것을, 많이, 부탁합니다"
상당히 욕심많은 부탁을 받고, 나는 방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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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즈 마을의 십자군은, 겉으로는 쿠알 마을에서 파견된 자경단과 모험가로 구성된 구호 부대에 의해 배척된 것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크로노와 릴리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십자군 부대가 철수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크로노는 백명에 달하는 십자군 병사와, 부대를 이끄는 키르반 사제를 죽이고, 그 병사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십자군에게 있어 더욱 불행했던 것은, 빛의 샘 제압으로 향한 부관 코르우스와 대부분 마술사를 파견한 것이었다.
만약 이 제압 부대가 이변을 감지하고 이루즈 마을로 돌아왔다면, 크로노는 도리어 당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제압 부대는, 릴리의 손에 의해 누구의 눈에도 보이는 일 없이 이 땅에서 완전히 소멸한 것이다.
지휘관을 잃고, 전력을 잃은 나머지 보병들은, 더 이상 싸우는 것을 즉시 포기하고, 도망친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이루즈 마을을 공포의 수렁에 빠뜨린 십자군은 떠나고, 마을 사람들은 이 기회에 쿠알 마을로 피난을 시작했다.
피난은 놀라울정도로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이루즈 같은 작은 마을은, 강력한 드래곤, 또는 커다란 몬스터의 무리가 내습했을 경우, 그것을 막기 위한 전력은 없다.
따라서 긴급한 경우에는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이루즈와 상관없는 어떤 마을이라도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드래곤에게 먹히는 것도, 십자군에 베이는 것도, 어느쪽도 소중한 사람이 죽어버리는 비극이지만,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은 현실에 마주보고 즉시 행동할 수 있는 정도로는 강한 것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고, 침통한 표정이나, 눈이 공허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확실히 살기위해 몸을 움직이고있었다.
크로노는 흘러넘치는 듯한 감정을 필사적으로 누르고, 그저 무심하게 애쓰면서, 마을 사람들의 피난의 도움과, 이미 시체가 된 자들의 '뒤처리'를 했다.
이 이루즈 마을에도 전통에 따른 올바른 장례 절차는 존재하지만, 언제 다시 십자군이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 별로 시간을 들일 수 없다.
그것뿐만 아니라, 너무나 사망자 수가 많기때문에, 결과적으로 다수의 시신을 동시에 태워 처분하게 되었다.
만족스러운 관도 없고, 무덤도 없이, 누구인 것도 상관없이 함께 매장된다.
이렇게하는것 외에 다른 전원분의 시체를 처분할 방법은 없고, 그 누구도 이 대충하는 것에 지나지않는 매장에 겉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제대로 애도해주지 못한 것을 죽은 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외에 달리없다.
그러한 슬픔에 어찌 할 바른 모르는 사람들과, 시신을 재로 바꾸는 활활 타는 불길을 바라보며 크로노는 생각한다.
(내가 하루라도 빨리 돌아갔다면, 십자군을 격퇴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일어나버린 일에 대해 'IF'의 이야기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을 반성하고, 다음에는 살릴 수도 있다.
다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바라고.
(십자군은 반드시 다시 온다, 이루즈 다음은 쿠알, 그리고 그 앞도.
다이달로스가 함락하고 용왕이 죽은 이상, 이 영토는 완전히 십자군의 손에 떨어졌다고 생각해도 좋다,이런 시골까지 부대가 파견된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십자군에 대항할 전력이 없는 이상, 영내 전부를 지배하는 것은 시간 문제, 다이달로스의 어디로 도망쳐도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크로노는 촌장의 집에서 몇번인가 봤던, 다이달로스를 포함한 판도라 대륙 동부 전역의 지도를 떠올린다.
(거리, 지형, 어디를 봐도 스파다밖에 탈출구는 없을 것 같다)
다이달로스 령에서 상당히 서쪽에 위치한 이루즈 마을에서, 더욱 서쪽으로 이동하여, 가라하도 산맥을 넘은 곳에 도시 국가 스파다가 있다.
(스파다에는 다이달로스의 침공에 대비해 단단히 방위군이 갖추어져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십자군을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전력을 이 주변에서 가진 곳은 그곳 밖에 없다 .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피난했다고해서, 가상 적국인 다이달로스의 주민을 스파다 측이 순순히 받아줄지 아닐지인데......아니, 이런 현대 세계라도 해결 못하는 난민 문제같은건 내가 생각할 부분이 아니네)
적국에서 도망쳐온 사람을 받아들일 것인가, 또는 적국은 아니라도 외국에서 온 피난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런 고도의 정치적인 난민 문제의 해결 방법같은건, 일반적인 고등학생이며, 모험가 생활 3개월의 크로노가 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더이상은 그 때가 됬을 때 생각하면된다, 라고 크로노는 판단한다.
(그것보다 문제인 것은, 도망쳤다고 해도, 간단히 우리들을 십자군이 놓아줄지 어떨지, 라는 것이다.
점령 부대가 오기 전에 피난이 끝나면 좋지만, 만약 늦는다면?
만약 피난민을 노리는 추격 부대가 온다면?
과연, 우리들은 스파다까지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크로노는 그 자리에서 크게 숨을 내쉬고나서, 작게 중얼거렸다.
"할 수 있을까, 가 아니야, 하는거다"
크로노는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재차 인식한다.
(십자군이 쫓아온다면 내가 멈추어주지,이번에야말로 지킨다, 지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