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62화 (63/382)

제 62화 광화

이루즈 마을에 이르는 가도에 반쯤되는 곳에서, 전방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젠장, 그 녀석들 마을에 불지른건가!"

정말 마을이 불타고있는지 어떤지는 물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외에 저 검은 연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생각할 수 없다.

마을의 이상 편린을 직접 눈으로 본 것으로, 가도를 달리는 다리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그 때, 왼쪽에 퍼져있는 숲에서 불현듯 새들이 날아오르는 소리를 들었다.

숲에는 많은 새들이 살고 있고 있으며, 무리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이 하늘을 나는 새들의 수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노!"

후드에 들어가있는 릴리가 나의 로브를 잡아당긴다.

"뭐야, 무슨 일이야 릴리?"

"큰 일, 샘이――"

발을 멈추고, 허둥지둥대며 초조한 모습의 릴리의 대사에 귀를 기울인다.

릴리가 무엇을 호소하고 있는지 말로 이해하기 전에, 숲 쪽에서 갑자기 피어오른 연기를 보고 사정을 헤아렸다.

"설마, 빛의 샘에도 십자군이 가고 있는거야?"

어째서 그런 곳에, 뭔가 보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릴리가 후드에서 뛰어내려, 지금이라도 숲을 향해 뛰어가려고 한다.

"아, 잠깐!"

릴리는 만약 자신이 빛의 샘에서 쫓겨나와도, 그 장소를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있다.

여왕의 가호가 없어진다, 라고는 그 토지가 짙은 마력이 가득찬 것 이외에 어떤 효과, 의미를 갖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정들이 결코 사람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 대부분 예상이 간다.

빛의 샘은, 아마 요정 이외의 종족이 들어서거나 훼손시키거나하면 '여왕의 가호'라고 불리는 그 토지에 있는 어떠한 마법 효과가 소실되어 버리는 것이다.

어찌됐든, 릴리를 포함한 요정들이 누군가의 침입을 어떻게든 막고 싶다고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십자군이 어떤 목적을 위해 빛의 샘에 침공했기 때문에, 요정 사이에서의 전투가 일어났다, 그것이 저 숲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정체라는 것이다.

릴리에게 멈추라는 말은 했지만, 나에게는 그녀를 말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나도 가세하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전투의 연기가 오르고 있는 빛의 샘뿐만 아니라, 이루즈 마을도 그렇다, 여기서 그렇게 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릴리, 빛의 샘에 갈게.

크로노는 마을로 가줘"

"......괜찮아?"

그래, 결국 최우선으로 중요한 것은 릴리의 신변의 안전이다.

새삼스레 깨닫지만, 나는 이루즈 마을이 습격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초조함으로 그저 돌진해왔지만, 자신을, 나아가 릴리 자신을 터무니없는 위험에 처하게 할 것임은 틀림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생각은 없으며 릴리는 반드시 지킨다.

그러나 릴리를 혼자서 십자군에게 보낸다는 건――

"괜찮아! 릴리를 믿어줘!"

릴리는 나의 파트너이다, 일방적으로 내가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믿으라고 말한다면 믿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알았어, 그래도 무모한 짓은 하지마"

"응, 크로노도"

"응......그러네, 알고있어"

그렇다, 이제 사리엘에 도전한 것처럼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릴리와 약속했다, 그래 경솔한 행동은 할 수 없다.

"십자군이 몇명 있는지 모르겠지만, 군으로 행동하고 있는 이상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가 아닌 것은 틀림 없어.

서로 일이 끝나면 즉시 물러나고, 반드시 오늘 중으로는 쿠알 마을에 돌아온다, 그리고 길드에서 만나자"

"응!"

그 이상의 말은 주고받지 않고, 나와 릴리는 각각 목적지 방향으로 달린다.

과연, 그 앞에 어떤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지, 지금의 나에게 생각할 여유같은건 없었다.

이루즈 마을의 변두리에 있는 집들은, 요란하게 새빨간 화염에 삼켜져있거나, 이미 원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불타고있거나 둘 중 하나.

가도에는 여기 저기에 대량의 혈흔이 보이지만, 거기에 쓰러져있을 터인 누군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엄청난 출혈을 낸 사람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치료하고 있는것이 틀림 없다, 그런 약간의 희망적 관측에 매달리고 싶다.

그러나 주변에 자욱한 농밀한 시체 냄새가, 그런 희망을 산산조각으로 깨부순다.

시체 냄새는 문을 빠져나온 앞, 마을의 중심부에서 풍겨온다.

믿을 수 없는 수의 목숨을 빼앗겼다는 현실이, 마을을 둘러싼 벽 너머에 기다리고 있다고 나에게 보여준다.

"헉......헉......"

이미 내 다리는 전력으로 달리는 것을 멈추고,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비틀 비틀 가도를 계속 걸어갈 뿐.

지금까지 나름대로 사람의 죽음에 접했다, 뿐만아니라 사람을 죽인 적도 나에게는 있다.

드래곤을 앞에두고도, 그 사리엘을 앞에두고도, 기껏해야 다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정도였는데, 피와 불꽃으로 장식된 광경을 앞에두고 느끼는 이 공포는 뭔가.

"뭐, 야......"

이 마을은, 이루즈 마을은, 전투와는 전혀 무관한, 내가 이 세계에서 가까스로 얻은 안식처이다.

그것이, 어째서 이렇게 피비린내 나는 폐허로 변해 있는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현실, 인정할 수 없다, 믿고 싶지않다――그렇게 멍하게 있으면서,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불현듯,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고, 나는 다리를 멈췄다.

그것은 아직 기적적으로 불이 붙지 않은 어느 한채의 작은 민가에서, 하얀 옷을 입은 인간 병사가 나올 때였다.

그 병사는, 왼손에 빛나는 어떤 것, 아마도 은화라고 생각되는 동전을 몇개를 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 문에서 다른 군인 두 사람이 물건을 가득 실은 나무 상자를 안고 나오는 있다, 그 두 사람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라있다.

병사들은 집 앞에 놓여있는 손수레같은 것에 상자를 싣는다, 그 때 쿵, 하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렸다고 느꼈다.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빠져 나올 수 없을 듯한 작은 문에서 병사들이 뭔가를 말하면서 세 사람은 다시 민가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 그들이 나온 그 순간, 망연하게만 현실을 인식한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기는 듯한, 터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눈에 비치는 광경을 확실히 인식한다.

세 명의 병사는 평상복을 입은 고블린의 시체를 각각 끌고있었다.

귀가, 그들이 꺼낸 말을 단편적으로 들었다.

"터무니없는 꽝――지저분한 고블린 꼬맹이 밖에 없다고"

"――적어도 엘프 여자였다면 즐길 수 있었는데"

"돈은 있었으니까 뭐 됐어――"

그리고 세 사람은 방금 전의 나무 상자보다도 험하게 끌고 온 시체를 수레에 내던지듯이 실었다.

그 시체는 항상 아침에 이 길을 지나가는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던 고블린 농부 바츠 씨, 그의 아이들임이 틀림없었다.

"아아......"

내가 지키고 싶었던 이루즈 마을, 그곳에 사는 지인이었던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

미친듯이 격노했다.

그래서 말 그대로 미쳐있다.

왜냐하면 이제 모든 게 너무 늦어버린 것을 이해해버렸으니까.

내 왼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주사<츠지기리>》가 단단히 쥐여져 있었다.

흑화시켜 완전히 억누르고 있었을 증오심이 원념이, 노도와도 같은 머리와 영혼에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그 무서운 감정의 격류에는 반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이상하게 기분좋게 느껴졌다.

더 이상 이 감정이 나의 분노인지, 나타의 저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저 그 마음은, 내 몸에 움직이라고 명령한다.

이 눈에 비치는 모든 '적'을 죽이라고.

페어리 가든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빛의 샘을 향한 릴리는 질주한다.

질주, 라는 표현에는 다소 틀릴지도 모른다, 애초에 유아 체형에 짧은 릴리 다리는, 크로노처럼 각력을 강화해도, 땅을 박차고 직접 뛰어도 그다지 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

현재의 릴리는 전신을 구형으로 덮는 빛의 구로 보인다, <요정결계:오라클ᆞ실드>를 두른 상태에서, 깡충 깡충하고 메뚜기처럼 뛰면서 고속 이동을 실현하고 있다.

쓰러진 나무나 바위 등의 장애물을 무난히 가볍게 뛰어가는 릴리의 모습은 하얗게 빛나는 커다란 공이 튀는 듯이 보인다.

그렇게 인간이 달리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릴리는 빛의 샘이 가까워져 점점 주위에 많은 마력이 짙어져가는 것을 피부로 선명하게 느꼈다.

본래라면 이 근처까지 릴리가 오면, 그 접근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요정들이 멈추러 오지만, 지금은 그 작고 빛나는 그녀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방금 전부터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같이 숲 속에서 메아리 쳐 오는 공격 마법의 작렬음, 그것이야말로 그녀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

빛의 샘을 향해 밀려오는 십자군을, 요정들이 출동하여 맞서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빛의 샘의 '중심'까지 침입을 허락한다면 크로노가 예상 한대로, 이 땅을 이루는 '요정 여왕의 가호'가 소실한 숲이 되어버린다.

그렇게되면, 더 이상 여기에서 요정이 태어날 일은 없고, 요정에게 있어서는 고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고향을 지키지않으면, 자신이 태어난 소중한 장소, 요정 여왕의 가호가 있는 귀중한 토지.

그러므로 릴리는 달린다, 뛰어넘는다, 서두른다.

빨리 자신이 동료들에게 가세하여, 평범한 요정보다도 강력한 고유 마법을 품은 이 힘을 써서, 인간들에게서 이 장소를 지켜야――릴리는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고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에 가득한 마력이 일정량을 초과하는 농도, 즉 요정 여왕의 가호가 강하게 작용하는 범위내에 릴리가 발을 디딘 그 순간, 그녀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지킨다......"

총알같이 돌진하던 릴리가 급격히 속도를 줄인다.

"......이런 곳을?"

천천히 걷는 것처럼 된 릴리, 그 몸은 이미 구형으로 전개한 요정 결계는 사라지고, 대신에 그녀의 몸 자체가 강하게 발광하기 시작한다.

"후훗...... 바보 아냐"

그렇게 중얼거린 릴리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녀는 말 그대로 '크게' 되어 간다.

순식간에 손발이 길어지고, 가슴이 부풀고, 유아 특유의 동그란 몸에서 여성스러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몸으로.

'귀여운' 아이에서 '아름다운' 소녀로 그 몸을 변화, 아니,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 일순간에 바뀐 것은 그 외견보다도, 오히려 그 마음이였다.

더욱이 릴리는 한 걸음 앞으로 걸으며, 이미 몸의 성장은 멈춰있었지만, 방금까지 일어난 뇌의 변화는 아직도 계속된다.

사고는 점점 선명하게, 하지만 더 복잡하게, 동시에 감정을, 현재 상황을, 손익을,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어떻게 해야할지, 하지 않을지――

릴리가 그 걸음을 멈춘 순간, 비로소 그 몸에 일어나는 변화는 모두 그쳤다.

그것은, 완전 무결의 아름다움을 체언하는 소녀의 몸과, 방대한 고유 마법 지식을 품은, 요정 릴리의 진정한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릴리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만큼 농밀하게 가득찬 마력의 환경, 이것이야말로 빛의 샘이 가진 '요정 여왕의 가호' 그 힘의 일부분이다.

이 '가호'가 미치는 범위 내에 있는 한, 릴리는 항상 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후후후――"

밖이라면 한달에 한 번, 보름달 밤에만 돌아가는 이 모습, 남자라면 누구라도 숨을 멈추는 그 미모, 크로노도 성장하여 더욱이 사랑스러운 표정만 보여준 적밖에 없었지만,

"아하하하핫 !"

지금의 릴리는 처절한 웃음 띄우고 있었다.

"누가, 이런 장소, 저런 녀석들을 지킨다고 하는거야 ! ?"

어려서 지능이 현저하게 감퇴한 평소의 릴리에게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잔인한 사고를, 지금의 그녀는 하고있다.

유아 상태의 릴리는, 그 외형대로 순수한 마음 밖에 없다, 그러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본래 있던 마음과 감정과 사고 능력이 부활한 그녀는, 요정같은 마음과는 별도로, 인간다운 잔인하고 교활한 지능과 탐욕스러운 욕망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하하, 최고의 찬스네, 이 기회에 빛의 샘같은건――"

크로노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릴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강력한 마법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청탁 겸비한 반인반마의 마음이다.

"멸망해버리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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