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59화 (60/382)

제 59화 이루즈 염상 (1)

시오네 촌장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지만, 자경단원이 집의 문을 두드린 순간 바로 일어났다.

마을은 거의 수십 년간 사건 사고와는 무관했지만, 그녀 자신이 지금까지의 긴 인생에서 몇 번인가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경험은 몇 번이나 있다.

촌장은 평상시와 변함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자경단원을 불러들여서 사정을 들었다.

"......그렇습니까, 지금 당장 문으로 가겠습니다"

수수께끼의 군단이 접근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받은 촌장은 듣고도 놀라움이나 당혹감 같은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저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다, 비상시야말로 촌장인 자신이 먼저 냉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그 마음 속에 큰 불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녀는 마을에서 피가 흐르는 것만은 되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내공이 들어간 진한 녹색의 로브에 소매를 넣고, 옷자락에 에메랄드처럼 밝은 녹색 돌이 박힌 긴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왔다.

그 로브와 지팡이는 평소에는 사용하지는 않는 전투용 장비였다.

"에...... 그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방금전에 크레이들과 함께 길드를 나갔던 니노가 안색을 바꾸고 돌아온 것에, 냐레코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런 모습을 신경쓰지 않고 니노는 간결하게 사정을 설명, 이라기 보다는 길드 전체에 들리도록 외친 것이었다.

냐레코는 아연한 모습이지만, 아텐과 해리, 거기에 다른 자리에서 듬성 듬성 앉아 마시고 있던 모험가들은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냐레코는 빨리 길드장에게 연락을, 그리고 이루즈 마을 길드(이곳)에 있는 모험가 전원을 즉시 동원시켜줘!"

"아, 알았겠습니다!"

니노의 말에 당황한 모습으로 카운터 쪽으로 달려가는 냐레코.

"아―, 도망치라고 말하는 편이 좋았던가"

"무슨 말하고 있어, 냐레코 씨도 길드 직원이잖아, 대피할 때는 최후에서 두 번째"

맨 마지막은 자신들, 이라고는 말하지 않아도 니노는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위험한 느낌이――"

쿠구궁! !

그 순간, 굉음이 길드를, 아니, 이루즈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확실히, 위험한 느낌이네"

"소리는 문 쪽에서 난거겠죠"

"젠장, 빨리 가자, 아텐, 해리!"

각각 무기를 손에 들고 길드를 뛰쳐 나와 마을의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파문 철퇴:데스토크 해머》"

*토크는 회전력

10명의 마술사가 협력하여 발동시키는 <복합 마법:유니온>은 그 이름 그대로 이루즈 마을의 문을 산산조각으로 부쉈다.

문 바로 옆에 있던 자경단원은 그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되어 날아가 즉사.

수수께끼의 군단과 접촉하기 위해, 문 근처까지 걸어온 촌장은 곁에 따르던 자경단장이 그 몸을 방패로 폭풍으로부터 지켜준 덕분에 부상을 면했다.

놀라움의 비명과 부상을 입은 고통의 신음 소리가 합창이 되어 밤의 어둠에 울려 퍼진다.

아직 폭발의 먼지가 가라앉지 않고 자욱한 흙먼지가 이는 가운데, 기마에 탄 청년을 선두로 하얀 옷차림의 십자군이 당당하게 이루즈 마을로 발을 디뎠다.

"흠, 상당수의 마족이 있군"

말 위에서 주위에 모인 자경단의 모습을 보고, 키르반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렇게 말을 내뱉는다.

그 중에서 긴 지팡이를 손에 든 몸집이 작은 엘프 노파가, 한층 더 몸집이 큰 리자드맨과 함께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인식했다.

배후에 따르던 병사가 손에 든 석궁을 그들에게 향해 쏘려고하는 것을, 키르반은 가볍게 손을 들어 정지한다.

부관인 코르우스만 동반시키고, 키르반은 한 걸음 나아간다.

주위는 아직 시끄럽지만, 이루즈 마을 대표인 시오네 촌장과 그린트 자경단장, 십자군 대표인 키르반 사제와 코르우스 부제, 양자가 대치하는 이 자리에는 침묵이 감돈다.  *부제는 사제 다음 직위

그러나, 다른 한쪽은 불안과 경악, 다른 한쪽은 모멸과 조소, 양자의 심경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네놈이 이 마을의 촌장인가?"

먼저 입을 연 것은 키르반, 말 위에서 시오네를 내려다보면서 무례하게 말한다.

"예, 제가 이루즈 마을의――"

"그 이상은 말하지 마라, 마족과 말을 나눈다고 하면 이 몸이 더럽혀지는 느낌이다.

이제부터 하는 얘기는 신의 말씀과 같다, 한 번 밖에 말하지 않는다, 잘 듣는 것이 좋다.

우리들 신성한 십자군은 사룡 가비날을 토멸하고 이 다이달로스의 땅을 해방시켰다.

위대한 주의 뜻에 따라 이 땅의 모든 것을 바친다 "

그 말에 시오네 촌장은 눈을 크게 뜨고 경직했다.

말하자면 용왕 가비날은 십자군을 자칭하는 인간의 군단에게 토벌당하여, 다이달로스를 점령당했다는 것이다.

인간과 싸우고 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가비날이 직접 이끄는 정예인 다이달로스 군이 패배하리라고는 믿기 힘들다.

"이런이런,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 같군, 어쩔 수 없지, 저능한 마족이라도 알기 쉽게 말해 주지.

지금당장 마을의 금은재화, 무기, 식량, 그 모든 것을 우리 십자군에 공출하라.

아아, 그리고 인간이 있으면 모두 데려 와라 특별히 노예로써 살려주겠다 "

키르반의 무표정에서 시오네는 그 휘어진 등골에 오한을 느꼈다.

도적같은 것이 라면, 앞으로 보물을 손에 넣을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웃는다, 그 눈에 욕망의 색이 비친다.

하지만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 눈에는 마음의 바닥에서 솟구치는 모멸 이외의 감정을 일체 느낄 수 없었다.

이 남자는 한 줌의 죄악감은 물론, 다른 사람들로부터 '강탈'이라는 의식 그 자체조차 없다,이 이루즈 마을을 주민을 포함해 이미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직관적으로 시오네 생각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직감이 맞았다.

즉, 협상의 여지같은건 일체 없다는 것.

시오네는 결단했다, 이제부터 멸망해 가는 이루즈 마을과 죽으러 가는 많은 마을 사람들에게 사과하면서.

"......그린트, 종을 울려줘"

중얼거린 그 한마디를 그린트는 확실히 들었다.

동시에 시오네의 앞에 방금전 폭풍에서 지킨 것처럼 그 푸른 비늘이 덮인 거구를 내던지고 밤하늘을 향해 외쳤다.

"종을 울려라 ! !"

데엥! 데엥! !

마을 안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 의미는 이루즈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알고있다.

비상 사태의 발생과 피난, 그것이 이 종이 알리는 의미였다.

"칫, 번거롭게 하지마라고"

키르반이 휘두른 팔을 내리고 말을 내뱉는다.

종소리가 울린 순간, 저항의 뜻을 보였다고 판단을 내린 키르반이 즉시 공격을 명령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뒤에서는 이미 보병이 창을 쥐고, 사수가 화살을 겨누고, 마술사가 영창을 시작하고, 전투가 개시되었다.

그리고 키르반이 서있는 여기서도 전투는 시작되었다.

눈앞에는 그가 공격을 명령한 순간,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에 의해 몸을 뚫린 그린트가 서있다.

"흥!"

몸에 박힌 화살을 그린트는 억지로 팔에서 뽑아낸다.

비늘의 틈은 화살에 꿰뚫렸지만, 두껍고 딱딱한 비늘에 강철같은 근육이 대부분의 화살을 막아냈다.

종족으로도 물리 공격에 강한 리자드맨에다가, 단련된 전사인 그린트에게 있어 몇 개의 화살이 꽂힌 정도로 그의 목숨을 빼앗기에는 도저히 부족하다.

"역시 마족은 단단하군, 참으로 역겹군"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을 하는 키르반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그린트가 달려든다.

인간에 비해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리자드맨이라면 기병의 돌격에 필적할 정도의 위력을 그 몸 하나로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그린트는 제대로 그 공격력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오오오오오――《돌격:차지》! "

무투기의 발동에 의해, 그렇지 않아도 철판을 뚫는 일격이 더욱 배가 되는 위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대로 일직선으로 키르반의 장신 수구를 창으로 뚫릴 참이였지만

"《일섬:슬래쉬》"

옆에서 휘둘려진 장검에의해 튕겨나간다.

키르반을 감싸듯, 부관인 코르우스가 끼어들어온 것이다.

"《완력 강화:폴스 부스트》는 필요한가? "

"아니요, 이 정도라면 제 무투기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굴강한 리자드맨 전사인 그린트의 무투기를 받아내고 더욱이 태연하게 코르우스는 응한다.

"그런가, الدرع الأبيض لمنع ضوء――《백순:럭스 실드》"

키르반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는 것과 동시에, 그 빛의 방패는 직진하는 바람의 칼날을 흩뜨렸다.

"저런 할머니까지 싸울 줄이야, 정말 귀찮구나 마족이라는 녀석들은"

시선의 끝에는, <풍인:엘ᆞ사기타>를 날린 시오네 촌장의 모습.

"너무나 위험해, 정했다고 코르우스, 이 마을의 마족은――"

키루반은 웃는다, 금은재화를 우리 것으로 한다, 또는 여자를 노예로 하기보다도 마족이라는 사악한 존재를 죽이는 것이, 경건한 십자교도인 그의 기쁨으로 이어졌다.

"――섬멸한다"

"젠장, 젠자앙!"

피와 비지땀을 흘리며, 날카로움이 떨어지기 시작한 칼날을 흰색 의상을 두른 인간 병사의 목을 향해 자포자기로 마구 찌른다.

니노는 이미 10명 가깝게 베어왔지만, 나타나는 적의 수는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늘어나가고, 게다가 그런 중에서 불길이 번지고있다.

적의 대부분은 무투기 하나도 사용할 수 없는 잡병에 지나지 않지만, 너무나 수의 차이가 크다.

이대로는 적과 화염에 둘러싸이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격앙되는 감정과는 별도로 모험가로서의 의식이 냉정하게 생각한다.

니노는 대피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 후부터 속속히 나타나기 시작한 하얀 인간 병사를 쓰러뜨리면서 북서 가도 문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방금 전 들린 충격음으로 문이 부서졌는지 어두운 밤길의 저편에서 병사들이 몰려 온다.

"니노, 더 이상 앞으로 가는건 무리다! 길드로 돌아가자!"

그런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지만,

"바보자식! 크레이들은 아직 문 쪽에 있다고!"

"진정해주세요 니노, 문 쪽은 자경단도 있을 겁니다,그렇다면 우리들만으로 무리하게 증원에 가지 않아도――"

그것도 알고 있다, 애초에 이 마을의 최대 전력인 자경단은 모두 문에 집결되어있으며, 자신들이 가세한 곳에서 전국이 단번에 뒤집힌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미 자경단은 압도적인 수의 병사에 밀려 이미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길드에 돌아가자고"

문까지 갈 수 없다면 다음에 자신들이 해야하는 것은 길드에서 다른 모험가와 협력하여, 주민이 대피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이렇게하는 것으로 냐레코나 다른 사람을 1명이라도 많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하다, 크레이들......"

불이 타오르는 문 쪽을 한 번 되돌아보고, 니노들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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