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56화 (57/382)

제 56화 요정 VS 사도

기절한 크로노가 엎드려 쓰러진다.

"......"

사리엘은 크로노를 내려다본 채, 조금 고민하고있다.

기절시킨 크로노를 어떻게할 것인가, 하는 것이 첫번째 고민, 두번째는 부활하고 얼마안되서 오른손을 못쓰게 만들어 버린 것.

두번째 고민은 시간은 걸리지만 복구는 되기때문에 내버려두면 문제 해결이지만, 크로노의 처우에 대해서는 즉답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사리엘은 얼마나 크로노가 살의를 가지고 저항하려해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사리엘은 크로노가 어딘가 먼곳에서 행복하게 살아주면 그것으로 좋았던 것이다.

크로노만이 자유로워진 것을 알고, 그것을 원망하는 실험체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리엘은 자신을 포함해 실험체의 누구도 이룰 수 없었던 자유를 얻은 크로노라는 존재에, 어딘가 구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까지 죽은 수많은 실험체, 그들의 몫까지 살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제 3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도 그를 놓아줬고, 이번에도 도망쳐주면 그걸로 좋았다.

가능한 한 싸움과는 무관한 '보통' 생활.

그 소망은 반드시 반쯤 달성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지킬 것이 생겼군요"

크로노가 공격을 하기 전에 놓친, 아마도 요정이라고 생각되는 여자아이는 그가 이 세계에서 만나고, 소중한 사람이 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생각할 정도로.

사리엘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움을 거는 인간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전장에서 눈으로 보아왔고, 또한 그런 그들을 한명이라도 살려보내지도 않았다.

크로노의 모습은 지금까지 제 손으로 죽여온 용감하면서도 비참한 죽음의 운명을 더듬은 그들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래도, 당신이 죽는걸 원하지는 않아"

말하자면 자아를 관철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크로노를 놓아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

십자군의 톱이라는 입장을 생각하면, 적대자를 의도적으로 놓아주는 것은 문제이다.

크로노의 정체는 개조된 <이방인>이며, 다이달로스의 장군이라도 아니면 귀족도 아니다, 무명의 일반인에 불과하고 중요성이 낮기 때문에, 도망친다해도 땅 끝까지 쫓아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십자군이 간단하게 체포했다고하면, 총사령관에게 칼날을 향한 암살자로서 즉시 처형될테고, 만약에 공평하게 재판을 열었다해도 사형 이외의 판결이 나올 일은 절대로 없다.

따라서 즉시 병사를 부르는 것은 각하.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어리석다.

이 후 눈을 떴을 때, 그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도망쳐주면 그걸로 좋지만, 다시 공격해 오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애초에 일어나기 전에 순회하는 경비병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어느 쪽이든 그다지 바라는 결과는 되지않는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크로노를 멀리 마을까지 옮기게 할까.

하지만 사리엘에게는 그런 개인적인 일을 부탁할 사람이 생각나지 않고, 총사령관으로서도 그런 의심스러운 명령을 내릴 수도 없다.

"......어쩌지"

사도가 되고 나서,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기만 하는 생활을 보내온 사리엘은 오랜만에 인간답게 머리를 싸맨 것이었다.

다행히 부하들에게는 잠시 밖으로 나온다고 말했고, 주변에 사람들을 물리는 일도 끝 마쳐두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생각할 시간은 있다.

원래 결계가 찢어진 것을 눈치채고 여기에 온 것이지만, 그 결계도 별로 침입자를 감지하는 타입은 아니고, 사리엘 이외에 이 이변을 눈치챈 사람은 없다.

사리엘은 왼손의 창을 없애는 것도 잊은 채, 쓰러진 크로노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느긋히 사고를 하고 있는 사리엘은 갑자기 시선을 숲쪽으로 돌렸다.

(뭔가...... 온다)

처음에는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같은 것을 알아챈 것뿐이지만, 그것은 곧 명확한 '이변'으로 나타났다.

어두운 숲속에 녹색 광점이 보였다.

그 빛은 이쪽으로 향해 접근하고 있는지, 점차 강하게 커져간다.

그리고 빛을 인식하는 동시에,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이 조금씩 색을 잃어가는 것을 사리엘은 눈치챘다.

빛이 접근해 오면서, 눈에 보이는 나무들은 점점 신록의 잎이 시들어가고, 사람의 몸통 정도도 굵은 줄기는 하얗게 야위어 가며, 그런 광경이 속속히 퍼져간다.

"이건......《생명 흡수:라이프 드레인》"

사리엘 확신한다, 녹색의 빛은 숲의 나무들에게서 뿌리째 생명력을 빼앗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생명력이라는것은 사는데 필요한 만큼까지 포함한 마력인 것이다.

마술사는 《자폭 마법:아포토시스》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한 결코 생명력에 손을 대지 않고, 하물며 상대의 생명력을 강제적으로 빼앗는 술같은건 금술의 대표격이라 할 정도의 위험한 것이다.

사리엘은 일반 병사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의 규모와 흡수력을 가진 드레인이 발동되면, 마법의 소양이 없는 마력 저항도 낮은 일반인은 버틸 수도 없이 생명이 위태로워질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갈 가능성이 있다.

녹색 빛을 향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폭풍같은 강렬한 생명의 흡인력이 발생하는 것을 사리엘은 피부로 느꼈다.

숲의 나무들은 결국 눈에 보이는 한 전부 고목화되어,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죽음의 숲과 같은 양상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 하얗게 시든 죽음의 숲보다, 이 이변을 발생시킨 원인인 에메랄드 빛이 사리엘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크로노한테서 떨어져"

그것은 사리엘과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말 그대로 빛나는 플라티나 블론드의 긴 머리와 하얀 피부.

자신이 구상에 얽히고 에메랄드 그린의 빛과 같은 색채를 발하는 두 눈동자.

프릴을 장식한 귀여운 검은 원피스를 두르고, 그 등에는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두 쌍의 날개.

사리엘은 언젠가 읽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요정의 공주님의 모습을 상기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러나 그런 환상적인 모습의 소녀는 분노의 형상으로 그 미모를 왜곡시켜 그 몸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농밀한 살의을 발하고있다.

"떨어지라고――"

누구냐고 묻는 사리엘의 대사에, 소녀는

"말하고 있잖아!"

방대한 마력을 압축한 광선으로 답했다.

(무영창의 《섬광 백시:룩스ᆞ포르티 사기타》――아니, <고유 마법:엑스트라> 이거나 <원시 마법:오리지널>의 종류)

생각하면서 사리엘은 즉시 회피 행동으로 옮긴다,하지만 광선의 발사 속도는 그 이름대로 빛의 속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광선의 끝이 휘날리며 법의의 옷자락을 태웠다.

콰쾅! !

사리엘을 통과하여 직진하는 광선은 다이달로스를 덮은 결계에 닿아서 조금은 막히지만 대부분 위력을 없애지 못하고 관통하여 그대로 성벽에 명중한다.

굉음과 부서진 석벽의 분진이 불현듯 감겨서, 쓰러진 크로노 근처까지 연기가 자욱해진다.

"크로노!"

크게 물러선 사리엘은 연기에 가려진 건너편에서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바람도 조작했는지, 연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크로노를 안아 일으키는 소녀의 모습을 사리엘은 시인했다.

"크로노――"

계속 크로노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얼굴은 사리엘을 향한 표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눈에 눈물을  머금고 슬픔에 젖어있어 덧없이 가련한 것이었다.

크로노는 상체를 일으킨 상태에서 그대로 소녀에게 안긴다.

여자가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사리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크로노가 기절하고있을 뿐이라는 것은 그녀도 이해한 것이다.

소녀는 크로노의 등과 무릎 뒤쪽에 팔을 돌려(공주님 안기) 자신보다 머리가 두개정도는 큰 그의 몸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당신은 크로노가 방금전에 도망치게 한 여자아이입니까?"

"그 이름을 허물없이 부르지마"

다시 살의의 시선이 사리엘을 뚫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모르는 사리엘이라도 그녀가 화내고 있다는 것은 아는데다가, 어째서 화가 났는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크로노가 그녀를 지킨 것처럼, 그녀도 크로노를 지키려고 한다, 그정도로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한다면, 슬퍼하거나 화내는 것 중 하나 밖에 없으니까.

"그를 데려간다면, 쫓지않습니다"

"그래"

냉정하게 말하며, 소녀는 크로노를 안은 채 사리엘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럼, 너는 거기서 죽어줘"

소녀의 등에 나있는 두 쌍의 날개가 번득인다.

사리엘이 마력의 방출을 민감하게 감지한 직후,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날개에서 수십 발의 빛의 구슬을 쏘아냈다.

광선은 아니므로 빛의 속도는 아니지만, 크로노의 총알 배 이상은 되는 고속으로 날아온다.

사리엘은 그 고속을 끝까지 지켜보고 몸을 뒤집어 회피하려는 순간, 날아오는 광탄의 궤도가 살짝 변화한 것을 보았다.

(자동 추적 능력)

땅을 박차고 그 자리에서 크게 옆으로 뛰어오르지만 그래도 광탄은 사리엘을 제대로 포착하여 공중에서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굴절하여 궤도수정을 한다.

(상당히 고성능, 맞춰서 떨어뜨릴 수 밖에 없어)

땅에 착지한 사리엘은 아직 피에 젖은 오른손으로 창을 쥔다.

가뜩이나 회복한지 얼마안되서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오른손은 크로노에게 독침으로 뚫려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었다.

이 이상의 부담은 손목부터 끝을 전부 재생해야 하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광탄을 요격하려면 역시 사리엘도 양손으로 창을 휘두를 수 밖에 없다.

"빨라――"

작게 소리를 내면서, 이미 눈앞까지 육박한 광탄의 고속을 더욱 빠른 속도로 하얀 창끝을 내밀었다.

창끝이 광탄을 뚫는 것과 동시에 압축된 빛의 마력이 순수한 파괴력이 되어 작렬한다.

실명은 하지 않는 정도인 눈부신 섬광과 사지가 토막날 정도의 충격이 사리엘을 덮치지만 그 작은 몸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례 차례로 광탄을 창으로 맞춰서 떨어뜨려 간다.

"읏......"

마지막 한발을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손에 쥔 가는 창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사라졌다.

섬광과 폭발의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었던 지면은 파여서 흙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유일하게 잔디가 남아있는 곳은 사리엘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딛고 있던 발밑 뿐이다.

"......도망쳤다"

둘러보면 이미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진심의 살의를 사리엘을 향해 있었지만, 그래도 크로노의 안전을 우선하여 이 자리를 떠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리엘 등줄기에 용왕과 상대했을 때의 오한이 달렸다.

"읏! ?"

그녀의 머리 위에 하얀 빛의 선으로 그려진 직계 10미터의 마법진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마도 신대나 고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에, 본 적 없는 복잡한 모양이 원형에 그려져 있지만, 지금의 사리엘에게 그 진의 구성을 냉정하게 분석할 겨를은 없었다.

"――《광익신순:아랄쿠스ᆞ아이기스》"

사리엘이 자신이 가진 최대의 방어력을 가진 하얀 날개를 전개시켜 전신을 감싼다.

동시에 마법진과 같은 직경의 거대한 빛의 덩어리가 머리 위에서 쏟아진다.

용왕의 브레스에 필적하는 파괴력을 지닌 일곱가지 색으로 빛나는 빛의 격류가 사리엘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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