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화 십자군 총사령관
밤하늘의 별빛 아래, 다이달로스 성벽 위에서 크로노와 사리 엘은 대치하고 있다.
크로노는 흐르고 있는 식은땀의 감촉조차 잊고, 후드에 들어가있는 릴리를 감싸듯이, 사리엘과 정면에서 마주보고 있다.
"크로노 마오"
오랫동안 불린적이 없는, 아니, 이 이세계에서 처음으로 풀네임으로 불렸다.
십자교 신자라면 모두 황홀하게 귀여겨 들을 것이 분명한 사리엘의 미성으로 그 이름을 불린다고 해도, 크로노에게는 사신의 속삭임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십자군에 의해 다이달로스가 점령된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릴리덕분에 가라앉았지만, 바로 눈앞에 육박한 구체적 위기로 인해 다시 크로노의 마음이 공포에 시달린다.
그래도 머리맡에 있는 릴리의 존재로 인해, 현재 상황의 파악과 타개에 힘쓰는 사고회로가 움직였다.
크로노는 생각한다, 대부분 이름을 불렀다는 것은 문답무용으로 살해되는 상황밖에 없을 것이라고.
"당신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다시 묻는다.
이것에 대답하지않으면 즉시 죽는건가, 대답해도 즉사인건가, 하여튼 최악의 결말밖에 생각나지 않는 크로노는 이미 반쯤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관광이다, 다이달로스의 큰 성벽은 유명하잖아"
"그런가요, 하지만 지금은 그만두는 것이 좋아요"
크로노의 농담을 믿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에 놀라지만, 실드를 손쉽게 관통하는 하얀 말뚝으로 돌려주지 않은 것이 요행이었다고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건 미안하네, 이대로 얌전히 돌아가게 해준다면 기쁘겠는데?"
"부디"
더욱이 믿기지 않는 대답이 되돌아온 걸로 지금까지 표정을 어떻게든 무너뜨리지 않고 있던 크로노도 과연 눈을 크게 뜬다.
"정말 괜찮은건가?"
"부디"
크로노는 사리엘의 표정을 살피지만, 첫대면 때와 같이 완전히 무표정이다.
아마도 이대로 도망치면 뒤에서 콰쾅!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크로노는 생각한다.
그렇다는 것은, 사리엘은 이 자리에서 우리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는 것이라고도 생각이 미친다.
"......물어봐도 될까?"
지금당장 이 자리를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리엘에게 살의가 없다면 이것은 뭔가 정보를 물어볼 찬스라고 크로노는 생각했다.
크로노는 십자군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애초에, 사리엘이 이끄는 군대가 <십자군>이라고 자칭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무엇입니까?"
과연, 사리엘은 대답했다.
"왜 판도라 대륙에 온거지?"
"주인 <하얀 신>은 이 땅을 원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 <십자군>이 이를 바치기 위해 온 겁니다."
"그 십자를 내건 종교의 포교 활동인가"
"네, 결과적으로 판도라 대륙에 사는 모든 사람을 십자교로 개종시키게 되겠죠"
십자군에 십자교, 확실히 그리스도교(기독교) 같은 집단, 아마도 싱클레어 공화국이라는 국가와 십자교는 거의 동일하게 맺어진 관계, 즉 종교 국가이라고 크로노는 짐작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포교 활동으로 시작하여 식민지화의 패턴과 같다고도 생각했다.
"너희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 지 알고 있는건가?"
"네, 이미 많은 피가 흘렀습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지속되겠죠"
"물러설 생각은 없는건가?"
"주가 그것을 원할때 까지는"
크로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리엘의 대답은 듣지 않고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즉 물러날 생각은 없고, 저항하는자는 가차없이 죽인다는 것이다.
"다이달로스의 왕은 죽은건지?"
"네, 제가 죽였습니다"
크로노에게 있어서 쇼크였던 것은, 얼굴도 모르는 용왕의 죽음이 아니라, "질 리 없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할 정도의 드래곤을 죽일만한 힘을 사리엘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다이달로스는 앞으로 어떻게 되지"
"다이달로스의 영토는 전부 제가 주는 것이 됩니다"
"니가?"
사리엘은 '우리들'이 아니라 분명히 '나'라고 말했다.
크로노는 사리엘은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일개 병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말투에서 짐작해 보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답은 나온다.
그리고 사리엘이 그것을 긍정하는 말을 꺼낸다.
"저는 십자군의 총사령관이니까요"
크로노는 이해했다, 그녀야말로 십자군을 이끄는 총대장, 톱이라고.
"그런가...... "
크로노는 발길을 돌려 사리엘에게 등을 향하는 동시에, 후드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릴리를 양손으로 안고 내렸다.
등에 사리엘의 시선을 느끼면서, 크로노는 쭈그리고 앉아 릴리를 껴안는다.
"후아!?"
갑작스런 포옹에 릴리가 무심코 놀라버려 소리를 내지만, 크로노는 신경쓰지않고 그 작은 귓가에 속삭였다.
"릴리, 지금 들었던 것을 전부 시오네 촌장에게 전해줘"
"에?"
릴리는 크로노의 말을 들은 동시에, 그 마음 속에서 맴도는 커다란 공포와 슬픔, 그리고 그것을 억지로 뒤덮는 '각오'를 느꼈다.
"크로노――"
릴리에게 마음속을 간파당한 것을 짐작한 크로노는 다시 릴리를 안아준다.
"――안돼 ! !"
"지금까지 고마웠어 릴리, 작별이다"
크로노는 왼손으로 릴리의 등를 안고 그대로 성벽 위에서 숲을 향해 전력으로 던졌다.
"크로노――"
엄청난 속도로 던져진 릴리는 몸의 위험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요정 특유의 빛의 구체 실드로 전신을 덮고, 하얗게 빛나는 꼬리를 잡아당기면서 밤하늘을 날아간다.
"미안해 릴리"
그렇게 중얼거리는 크로노의 오른손에는 <블랙 바리스타 레플리카>가 이미 쥐여있다.
아직도 시선이 느껴지는 사리엘을 향해, 크로노 칠흑의 지팡이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