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화 되살아나는 공포
신양의 달 12일, 이미 하늘은 자주빛으로 물들어 있으며, 곧 밤이 오고 내일로 날이 바뀌어갈 것이다.
그런 기라앉는 석양을 배경으로, 나는 가도를 가로지른다.
목적지는 이루즈 마을, 이 아니라 다이달로스이다.
"해지기 전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지지 않은 것같네"
후드에 들어가 내 목에 매달려 있는 릴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다이달로스의 모습이 신경쓰였다.
공개적으로 통행 금지되있는 것을 무시하고 가는 것이므로, 만약 지금의 내가 다이달로스 병사에게 걸리면 최악에는 감옥으로 보내져도 어쩔 수 없다.
그정도의 리스크를 안을정도로 다이달로스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가슴 속에 솟구치는 불안감이다.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우에 불과하다, 그래도 나는 이 불안감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다이달로스가 정말 인간의 군대에 패배했다고하면 판도라 대륙 전역은 전쟁에 휩싸인다.
분명 많은 사람들은 나의 생각을 망상에 불과하다고 웃어넘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원래의 세계에서 '침략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무엇보다 싱클레어 공화국, 특히 십자의 상징을 내거는 사람의 잔학성을 몸소 이해하고있다.
이곳 이세계는 마법은 있지만 친절한 동화 이야기의 세계가 아니다, 나를 일방적으로 소환하고, 고문과 같은 개조실험을 실시하며, 더욱이 실험체끼리 살인시키는 것을 태연하게 시킨다, 그런 잔학성을 인간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놈들이 대규모로 오면 이 판도라 대륙도 내가 아는 역사와 다름없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결국, 내가 이세계에 쌓은 이루즈 마을에서의 평화로운 생활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십자 놈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목적으로 판도라 대륙에 온 것이다, 나를 쫓아온건 아니겠지만, 그 활동권이 넓어지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된다.
그러므로, 나는 자신의 생활과 신변의 위험, 그리고 판도라 대륙의 위기, 크고 작은 여러가지 불안 요소가 합쳐져 이런 행동을 일으키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절반 이상 보신을 위한 행동에 릴리를 데리고 온 것은 정말 면목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엔크루 마을에서 나올 때, 먼저 이루즈 마을로 돌려 보내려고 했지만, 릴리는 완강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지금의 릴리라도 내가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고 하는 것을 희미하게 눈치채고 걱정 해주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기때문에 나를 버리지 않고 곁에있어 주는 것을 선택했다.
만약 누군가 들켜 위험해지면 릴리만은 보내려고 정했다, 그 정도의 결심은 서있었다.
"――이게 다이달로스인가"
주변은 이미 어두워져 있지만, 나의 시력이 강화된 눈동자에는 소문으로 들은 다이달로스의 큰 성벽이 까맣게, 아득히 먼곳에 우뚝 솟은 것을 파악한다.
그리고 나는 가도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이대로 가도를 정직하게 걸어가면 발견되는 것은 확실, 여기서부터는 몸을 숨기면서 다이달로스까지 접근한다.
몇시간 전에 통과한 리오르 마을은 완전히 문을 닫고 조용했다.
하지만 다이달로스는 어떨까.
멀리서 보면, 성벽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도 아니다.
대규모의 공성전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반대쪽은 무너져 있는건가.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숨을 죽이고 숲속을 걷는다.
ᆞ
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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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크네――"
마침내 다이달로스의 성벽 근처까지 왔다.
눈앞에는 절벽을 생각나게하는 정밀하게 짜여진 석벽이 엄연히 우뚝 솟아있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에서 숲의 나무는 끊겨 있으며, 성벽까지 약 500미터 사이에는 몸을 숨길만한 장애물은 전혀 없다.
근처에 큰 나무가 있으면 그것을 타고 침입할 수 있고, 숲이나 길쭉한 풀들이 있으면 눈치채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벽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두는 것은 기본이다.
문제는 어떻게 경계를 뚫고 성벽까지 도착할 지이다.
그러고보니, 나의 최초의 잠입이었던 그 항구는 경비가 느슨했던 덕분에 편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도없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인기척이 없네"
여기에서 모습을 보는 한, 감시하는 병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30미터는 되는 성벽 위는 통로가 되어있는 것 같지만, 그곳을 순회하는 병사의 모습은 없고, 또한 성벽 주변도 마찬가지이다.
혹시나 순회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방을 상시 감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거라면 성벽까지는 무난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같고, 30미터 월담하는 것도 이 몸과 흑마법이 있으면 클리어할 수 있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결계라는 놈인가, 여기까지 본격적인 것은 처음 보네"
결계라는건 실드와 달리 대상을 완전히 덮고, 항시 효과를 발휘하는 방어 마법의 일종이다.
어느 일정한 범위를 외부에서의 공격을 무효화하거나 침입자를 감지하거나, 그 효과는 다양하다.
내가 가진 유일한 결계는 이프리트의 엄지 손가락에 의해 전개되는 화염의 결계, 통칭 <구충제>이다.
그리고 현재, 내 앞에는 이 성벽을 기점으로 다이달로스 전체를 덮고 있다고 생각되는 대규모 결계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반짝 반짝하고 빛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 보면 무색 투명, 하지만 침입을 막는 강력한 마력의 흐름은 500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도 알 수 있다.
나의 <구충제>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의 방어 성능이다.
아마도 이 강력한 결계가 있기 때문에, 문 이외에 병사를 배치하지 않는 것이겠지.
이 결계에 이용되고 있는 마력은 백색, 나의 흑색마력과 매우 상성이 나쁘다, 힘이나 기술로 돌파는 무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이다.
"릴리, 그 결계에 구멍을 열 수 있을 것 같아?"
"우―웅――괜찮아!"
사리엘이 사용하던 백마법과 릴리가 사용하는 빛의 고유 마법은 정확하게는 마력의 근원이 다르다.
백마법은 나의 흑색마력과 정반대에 해당하는 백색 마력이며, 빛의 마법은 원색 마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두가지의 성질이 가까운 것은 분명하다, 나보다도 마력의 조절이 뛰어나다, 게다가 상성도 좋은 릴리라면 이 강력한 결계에도 간섭하여 틈을 열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좋아, 그럼 가자――"
나는 릴리를 옆구리에 안고 숲에서 뛰쳐나와 500미터의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린다.
이 검은 형태도 서로 얽혀져, 아마도 멀리서 보면 내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반드시, 보이지 않기를!
내 소원이 닿았는지, 아니면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고 성벽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에 결계가 쳐져 가로막고있다.
아마도 물리적으로 침입을 거부하는 효과겠지만, 보물 상자를 열었을 때의 전기 충격 같은 공격성 방벽 타입일지도 모른다.
정체를 모르는 이상, 섣불리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다.
뭐, 그런 위험한 것을 릴리에게 접촉시키는 것같은 일이므로, 매우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여기는 어떻게해도 릴리의 힘이 필요하다.
"부탁해"
"응!"
릴리가 양손을 내밀고, 보이지 않는 결계를 건들인다.
건들인 곳에서 수면에 돌을 던진 것처럼 하얀 빛의 파문이 퍼져간다.
"읏――"
릴리의 무지개 빛을 품은 두 쌍의 날개가 이따금 파닥파닥 떨면서, 하얗게 발광하는 살갗이 몇번이나 반짝인다.
진지하게 결계에 간섭하고 있는 릴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현재의 상황은 반짝 반짝 빛나서 엄청 눈에 띈다.
아무리 감시가 없다고는 해도 어두운 밤 속에서 형광등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릴리라면 100미터 밖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로브를 펼쳐 빛을 가급적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꽤나 두근 두근 하지만, 나는 릴리를 믿고 말없이 기다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 3분도 지나지 않았겠지만, 체감 시간이 두배 이상으로 느껴지는 가운데, 릴리가 말을 꺼냈다.
"열었다(あいたっ)!"
"앗 따가워(あっ痛い)"가 아니라 "열었다(開いた)" 의 의미.
보니까, 해냈다는 얼굴의 릴리 앞에는 얇은 희미하게 빛나는 빛의 고리가 투명하게 그려져있다.
나라도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고리, 그 안에 손을 넣어 보지만, 손바닥은 허공을 잡을뿐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결계의 간섭은 성공한 것 같다.
"잘했어, 다음은 나에게 맡겨줘"
잘했어 잘했어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강아지처럼 기뻐하는 릴리.
이제 다 잊고 이대로 장난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반응이지만, 지금은 그런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나는 릴리를 이미 이동시에 지정석이 된 후드에 대기시키고, 결계를 지나 성벽으로 들어간다.
"단번에 갈까"
항구 도시의 벽을 열심히 올라가던 그 시절에 비해, 마법의 숙련도 진화되어있는 것이다.
뭐라해도 나는, 가루다 둥지에 잠입하기 위해 100미터급의 절벽을 제패한 것이다, 그 때 몸에 익힌 마법을 활용한 벽 등반 기술을 사용하면, 이런 30미터 정도의 석벽같은건 몇 초만에 올라갈 수 있다.
나는 결계에 구멍을 열기 위해 노력해준 릴리 앞에서 폼을 잡고 싶어서 일부러 포즈를 잡고 마법을 발동시킨다.
"앵커 사출!"
내민 두 손바닥에서 흑색마력으로 땋은 검은 와이어가 벽을 따라 날아간다.
와이어의 선단에는 반환시킬 수 있는 작살 같은 날이 있으며, 성벽 꼭대기에 깊이 박혔다는 반응을 느꼈다.
그 순간 와이어는 손에서 시작하여, 엉덩이, 허벅지, 발바닥까지 감겨 붙어 고정되어 있다.
양손만으로도 괜찮지만, 하반신까지 고정하는 편이이 떠올라갈 때 자세가 안정될 것이다.
"가자"
릴리가 작게 대답하는 것을 듣고, 나는 와이어를 단번에 수축시킨다.
와이어에 끌려가서, 나는 수직으로 벽 위를 그대로 달리는 형태로 단숨에 뛰어 올라간다.
이 <앵커>는 액션 게임에 종종 등장하는 와이어 액션, 유명한 건 훅 샷이나 갈고리 던지기 라든지, 요점은 로프 모양의 물건을 걸어 타잔처럼 이동하거나, 이렇게 수직으로 오르거나 하는 액션을 마법으로 실현한 것이다.
나의 흑색마력은 총알을 만들거나하는 등 물질화하여 그것을 다루는 것이 뛰어난 것같기 때문에 이미지만 잘하면 이렇게 신축자재인 와이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 <앵커>를 사용하면 30미터 벽의 등반같은건 평지를 달리는 것과 같다.
단 몇 초만에 주파하고, 앵커를 소실시키는 것과 동시에 나는 성벽의 통로에 내렸다.
"아무도 없는......가"
역시 통로 위에는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 높은 성벽에서 눈 아래 펼쳐지는 다이달로스의 거리를 전망했다.
압도될 정도의 광대한 거리 풍경, 내가 이세계에서 본것 중에서는 최대 넓이를 자랑하고있다, 이루즈 마을이 몇개나 들어갈지 모를 정도로.
그런 넓이를 성벽이 빙 둘러싸고 있다, 터무니없는 크기의 요새도시이다.
일반인이라면 이미 자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대, 주택가라고 생각되는 일각은 점점 불빛이 보이지 않지만, 큰 거리의 유흥가에는 번쩍 번쩍하고 불이 켜져있다.
그런 중에서도 한층 빛나고있는 것이 도시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다이달로스 왕성.
왕성 주변은 더욱 성벽으로 둘러싸여, 여기에서는 지상과 일층부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성벽 아래에서 빛이 새어나와서, 하늘 높이 뻗은 첨탑이 있는 왕성의 모습을 어두운 밤에 빛나고있다.
그것뿐이라면 거대한 수도 다이달로스의 위용에 감탄이 새어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빛나는 왕성에 내걸린 어떤 '깃발'을 본 순간, 새어나왔을 터인 숨을 삼켰다.
"저건......십자의 상징......"
왕성의 정문, 국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그 곳에 휘날리는 것은 용왕 가비날을 본뜬 검은 용의 엠블럼을 본떠 만든 다이달로스의 국기가 아니라, 나에게 있어 보기만해도 화가 치미는 광기의 상징, 십자의 상징이 크게 그려진 깃발이었다.
"거짓말이지......그럼 인간의 군대라고 하는건, 그 녀석들이었다는 거냐고"
잘 보면, 거리의 여기 저기에, 크기는 다양하지만, 같은 디자인의 깃발이 내걸어져있다.
이 광경은 다이달로스가 십자의 군단에 의해 점령되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제, 젠장――"
최악이다, 그야말로 악몽, 내가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십자의 상징을 내건 것은 극히 일부의 인간으로 구성된 종교 집단이 아니라, 싱클레어 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라는 것이 확정했다.
지그시, 마음 속에서 절망이 퍼져간다.
그 녀석들이, 그런 포악한 놈들이, 정말 대규모로 판도라 대륙에 왔다.
다이달로스를 점령했다는 것은 더이상 영토에는 놈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것이나 다름 없다.
커다란 국가인 다이달로스, 그것이 이렇게 시원스럽게 점령되어 버렸다.
놈들은 분명, 판도라 대륙 전역을 정복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 실행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하지? 싸울 건가? 도망갈 건가?
"젠장......"
나 같은보다도 훨씬 강한 용왕이 군대까지 이끌고 무너진것이다, 나 따위가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다, 개인이 국가에게 승리한다는 것은 마법의 세계에서도 무리이다.
그렇다면 도망갈건가, 하지만 어디로 도망가면 좋은가, 놈들이 오지않는 장소같은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건가?
안된다, 안된다, 생각해볼려고하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해도, 십자를 짊어진 놈들이 밀려들어오는 상상밖에 할 수 없다.
나는 어떻게 하면――
"크로노 ! !"
"―― !?"
릴리가 나의 가슴에 뛰어든다, 마음껏 안겨온다.
"괜찮아, 릴리, 크로노 도울게.
나쁜 놈이 와도, 릴리가 지켜줄테니까! "
엉뚱한 대사로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요정인 릴리는 말하지 않아도 나의 불안을 감지했다.
"......"
나는 가슴에 들러붙는 릴리를 양팔로 껴안는다.
이 가슴과 팔에 느껴지는 작은 따스함이, 나를 정신차리게 해준다, 불안을 달래준다.
아아, 젠장, 릴리에게 흉한 곳 보여져 버렸네.
"고마워 릴리, 나는 괜찮아"
그렇다, 나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일만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릴리가 나를 지킨다고 말한 것처럼, 나또한 릴리를 지켜야만한다.
나는 놈들에 의해 원래의 생활을 모두 빼앗겼다, 여기서 또 다시, 내가 이세계에서 쌓아올린 릴리와 이루즈 마을 사람들과의 생활을 빼앗기는 것은 절대로 싫다.
"일단 이곳은 위험해, 빨리 떠나자"
"응"
다이달로스 점령은 정보 봉쇄에 의해 어떤 마을에도 닿지 않았다.
이대로는 아무런 대비도 못하고 놈들이 다이달로스 영내의 각 마을로 와버린다.
철저항전, 라고하는건 아마도 무리겠지만 도망치는 것쯤은 가능할 것이다.
다이달로스 국내가 안된다면, 도망갈 곳은 국외밖에 없다.
과연 적국인 스파다를 비롯해 중앙 도시 국가들이 순조롭게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불법 입국이든 뭐든 할 수 밖에 없다.
우선은 이 정보를 가장 가까운 마을에, 아니, 랭크 1의 모험가 밖에 되지않는 나의 얘기를 솔직하게 들어줄지 어떨지 모른다, 여기는 단지 아는 사이인 이루즈 마을의 촌장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각 마을에 전달되는 최단 루트겠지.
나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머릿속에서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궁리하면서, 성벽을 내려가기 위해 다시 앵커를 발동하려고 하는 그 순간,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목소리가 들렸다.
작으면서도 시원하며 아름다운, 소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어본적 있다고 생각하기 전에, 나의 뇌내에서는 한 명의 인물이 바로 떠올랐다.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상상한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작은 소녀가 서있다.
백은의 장발에 붉게 빛나는 두 눈동자, 십자의 엠블럼이 붙은 법의와 그곳에서 비쳐보이는 피부는 순백, 덧없이 아름다운 소녀.
그녀야말로 나에게 절대적인 힘을 과시하며 압도했던 공포의 상징,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은,
"......사리엘"
제 7 사도 사리엘, 알고 있는 한 최강의 존재가 여기에서 가로막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