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화 통행금지
다이달로스의 영토는 대륙의 중간에 있는 동쪽 해안에서 서쪽으로 향해 뻗어있고, 정확하게 가라하도 산맥까지 이어져있다.
판도라 대륙의 지도를 펼치면, 중앙보다 약간 동쪽에 가라하도 산맥이 남북으로 호를 그리듯이 뻗어져 있고, 그 중심에서 약간 동쪽으로 가면 이루즈 마을이 있다.
이루즈 마을은 영토중에서는 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꽤 동쪽에 위치한 다이달로스에 가기에는, 내 다리라도 일주일 가까이는 걸릴 정도로 멀다.
그리고 이번 목적지인 미디어 유적은 그 다이달로스와 가까이 있어, 떨어져있는 것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분명히 힘들지만, 이것도 모험가라면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므로 달게 받아들인다, 나에게는 3일 밤낮을 계속 걸어도 거의 피로하지 않는 육체가 있기때문에 그나마 나은 것이다.
미디어 유적을 탐험하는 모험가는 리오르라는 마을을 거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내가 목표하는 곳은 일단 그곳이 된다.
리오르는 다이달로스의 서쪽 옆에 위치한 마을 중 하나이다.
다이달로스는 다섯 개의 주요 가도의 기점이 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큰 것은 남동쪽 항구 도시(문제의 버지니아는 북동쪽에 위치한다)로 이어지는 가도와, 북서쪽으로 뻗은 가라하도 산맥을 지나 중부에 이어진 도시 국가 스파다까지 이르는 가도까지 두가지있다.
전자는 다이달로스와 해상 교역으로 번성한 항구 도시를 연결하는 교역로로서, 후자는 대규모의 군대가 지나갈 수 있도록 펼쳐져있다.
어느쪽이든 가라하도 산맥을 넘어, 도시 국가가 북적이는 대륙 중앙부까지 원정하기 위한 루트로써, 북서쪽의 가도는 확장 공사를 실시했지만, 현재는 아직 원정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형 마차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가도로써 마을끼리의 왕래가 보다 활발해져 있을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지나간 곳은 넓은 북서쪽의 가도가 아니라, 좀 더 좁은 남서쪽의 가도이다.
이루즈 마을의 이웃인 쿠알 마을은, 이 북서가도와 남서가도가 합류하는 다이달로스 서부 교통의 요충지이다.
이루즈ᆞ쿠알 사이는 북서가도가 이어져 있지만, 리오르 마을에 직접 연결되는 것은 남서가도이다
이루즈 마을에서 남서가도에 들어가려면 일단 서쪽에 인접한 쿠알 마을을 경유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우회하게 되지만 북서과 남서의 두 가도의 거리를 종합적으로 보면 리오르에는 남서가도 쪽이 짧다.
커다란 마차나 큰 짐을 옮긴다고 한다면 북서가도를 가고, 짐은 전부 그림자 안에 넣었고 손에 들고 있는 짐은 자고있던 릴리만큼 가볍워서 나는 최단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하여 딱히 도중에 문제없이 가도를 걸어간 나는, 또 눈앞의 고개를 넘으면 리오르에 도착, 이라는 도착직전의 지점에 위치한 마을까지 왔다.
마을의 이름은 엔크루, 이루즈 마을과 큰 차이없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지만, 여기에서 나는 뜻밖의 사태에 직면했다.
"통행 금지라니 무슨 일입니까?"
엔크루 마을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리오르로 이어지는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해리에게 다이달로스 주변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전면적으로 통행 금지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이달로스로 향하는 가도를 봉쇄하라고 명령이 지난달부터 나와서말이지.
여기도 언제 해제 명령이 내려질지 전혀 모르겠어"
라고 엔크루 마을의 문지기가 말한다.
검은 갑옷 투구를 두른 오크 남성, 밤길에 만났으면 졸도할 정도의 흉악한 얼굴이지만, 비교적 정중하게 사정을 가르쳐 주었다.
덧붙여서 내가 경어인것은 쫄았기 때문이 아니라 초대면인 어른에게는 반드시 그렇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어의 구분은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본이잖아.
"지금 다이달로스에서는 아크 대륙에서 온 인간과 협상중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는 전해지지 않아"
"그럼, 다이달로스에서 인간과 협상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군요?"
"아아, 그건 틀림없어.
봉쇄 명령이 나오기 전에 골드런 언덕에서 양군이 싸웠으니까 그 전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겠지"
"전후 처리를 논의하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큰전투였었던 건가요?"
"인간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다이달로스 군은 용왕님을 필두로 2만의 정예 군단을 이끌고 갔으니까.
그리고 승패가 애매한 상태라는 것은 인간은 10만의 대군단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승패가 애매하다니...... 다이달로스 군이 이긴 것이 아니다?"
"아아, 졌다라고도 듣지 못했지만, 분명 무승부에 가까워서 이렇게 여러가지 귀찮은 일이 된게 아닐까?"
그렇다면 전과가 화려하지 않으니까 인간과의 동의가 확정될 때까지 다이달로스 상층부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건가.
있을 수 없지는 않지만, 다이달로스의 이른바 일군같은 군대가 지금까지 우습게 보던 인간의 군대와 무승부가 된 것이다,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다.
적어도 오크의 문지기나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 최악의 예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혹시하면 무승부는 커녕 다이달로스 군은 패배한 것은 아닐까? 라고.
"미디어 유적에 가는 거지? 뭐 유감이네, 여기도 일이라서 지금당장 통과시켜줄 수도 없으니까.
빨리 퀘스트 포기해서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그러네요, 유감이지만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엔크루 마을의 모험가 길드의 위치를 물어보고 떠난다.
지금은 퀘스트를 할 수 없게되었다, 일단 문지기가 말하는대로 길드에서 퀘스트 포기 절차를 하러간다.
"크로노......"
내 마음 속에서 맴도는 불안을 느낀건가, 아니면 그럴 것도 없이 얼굴에 나와 있었는건지, 릴리가 걱정스럽게 말한다.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에게는 싫은 예감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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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 군이 인간의 군대와 무승부했다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라고 엔크루 마을을 비롯한 다이달로스 주변의 마을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현시점에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것을 다이달로스 정부가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올바르지만, 은닉했다고 예상을 한 정보의 내용은 잘못된 것이었다.
다이달로스 군은 무승부 커녕 대패, 용왕 가비날도 전사라는 결과가 사실이다.
또한, 인간과 협상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다이달로스는 골드런 언덕에서 승리한 십자군에 의해, 그대로 점령하에 놓여있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의 군대는 용왕을 쓰러뜨리고, 다이달로스 점령이라는 것까지 진행해놓고, 가도를 봉쇄하고 정보를 은닉했는가?
그 이유는 몇 가지있다.
우선 승리자인 인간의 군대, 즉 십자군, 그 대표인 류크롬 대주교가 그렇게 되도록 다이달로스 측에게 요구한 것이다.
골드런 전투 직후의 십자군에게는 다이달로스를 점령한 곳이 겨우 몇개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력저하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다이달로스 점령을 대대적으로 선언하면 전역에서 다이달로스 군 부대가, 또는 다른 도시 국가가 즉시 다이달로스에 침공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이달로스 병사라면 용왕이 쓰러진지 얼마안됬기 때문에 옥쇄각오(1)로 돌격해 올지도 모르고, 다른 도시 국가라면 용왕이 죽고 혼란해 하는 다이달로스를 영토 확장의 기회로 보고 과감히 공세로 나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십자군의 전력이 크게 저하 된 상태라고 알려지면, 양자가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류크롬은 정보를 은닉하여 "다이달로스이 십자군과 협상 중"이라는 애매한 상태를 자아냄으로써 본국에서 증원을 보내는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이다.
이것이 다이달로스 봉쇄 요청 뒷면이지만 표면상의 이유로는 영민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라는 것이다.
또한 다이달로스 측으로서도 이 표면상의 이유에는 동참할 수 있었고, 용왕의 전사를 지금당장 영민에게 말하는 것에 상층부의 사람은 모두 저항을 느끼고 있었다.
말하자면, 다이달로스 측도 이 조치를 바라고 있었다고 말할 수있다, 결과적으로는 곧바로 류크롬의 요청은 받아 들여져 즉시 봉쇄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현재는 다이달로스가 점령되어져 약 한달이 경과하고 있었다.
가도 봉쇄에 의한 정보의 차단은 의도적인 것으로, 지금은 다이달로스로 공격하는 군은 없고, 한편으로 버지니아에 속속히 본국에서의 원군이 도착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한달 동안 류크로은 완전히 지배권을 잡고 정보의 조작을 더해 십자군도 잘 억제하면서, 대부분 혼란이나 반발도 없이 다이달로스를 다스리고 있었다.
십자교도는 마족은 모두 배출해야할 적이다라는 견해가 강하지만, 알스와 비슷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류크롬은 인간 이외의 종족이 많은 사는 다이달로스에서 그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부하 병사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들 자신, 적이라고는 해도 학살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서 학살을 한다고 해서 채워지는 것은 쓰레기같은 욕망뿐이고, 그 후는 영민에게 필요없는 반항을 촉구할 뿐이고, 통치하고 있는 이상 이점이 하나도 없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패전국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류크롬은 실로 인도적 자애로운, 이상적인 통치자였다.
그러나 교회의, 또는 공화국의 인간이 반드시 그와 같은 사람뿐인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와 같은 인격자는 실로 드문 존재임을, 다이달로스에 사는 자들은 아직 모른다.
여기에 있는 그 역시 그러하다.
"아아...... 우리 주, 우리 왕이여 ......어째서 ......"
그의 목소리는 허무하게 알현실을 메아리 친다.
한달 전, 그의 눈앞에 있는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옥좌에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절대적인 힘을 지닌 말하자면 왕자라고 부를 남자가 앉아있었다.
왕자의 이름은 가비날, 마력ᆞ체력ᆞ지력, 모두를 겸비한 젊은 흑룡.
그리고 여기에 있는 그는 그 용왕에게 다이달로스를 건국하기 전부터 섬기던 인간의 남자이다.
가비날의 오른팔로써 노력하고, 현재는 다이달로스의 재상을 맡고있기에 이르렀다.
"어째서......어째서 이런 일이......"
나라를 다스리는 재상으로서 결코 남의 앞에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남자였지만 지금은 그 철면피도 완전히 벗겨져 떨어지고, 굵은 눈물을 흘리고있다.
그 눈물은 그가 손에 든 가비날의 유물인 한장의 검은 용비늘에 점점 떨어졌다.
"우우읏......"
오늘 이날까지, 그는 용왕 사후의 다이달로스의 대표자로서 류크롬과 직접 협상을 해왔다.
협상, 이라는 이름뿐이라고 알고있다, 패자인 다이달로스는 승자인 십자군에게 나라의 모든 것을 바칠 수 밖에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경애해 마지 않던 위대한 용왕이 만들어낸 다이달로스와 그 영민에게 관용을 호소할 뿐이다.
"이제......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내일이라도 가도의 봉쇄는 풀려, 마침내 십자군에 의한 본격적인 지배가 시작된다.
용왕의 죽음이 전 영민에게 선고되고 다이달로스라는 나라는 멸망하고, 싱클레어 공화국에 합병되는 것이다.
그는 그 후, 적국의 재상으로서 어떠한 책임 씌워져 처형 될지도 모르고, 또는 살아남아서 공화국의 통치에 협력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완수해야할 책무가 남아있다.
하지만, 다이달로스 최후의 날이 될 오늘, 드디어 그는 한계를 맞이했다.
"왕이여......"
애초에 그는 가비날과 생사를 함께 할 것을 맹세했다.
서약이라는 형식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가비날은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이며, 본래라면 왕의 죽음을 알게된 그 순간부터 뒤를 따라갈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까지 재상로서의 책무를 완수했지만, 가비날이 만들어낸 나라가 망하는 지금 이 시간을 가져,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완전히 상실했다.
"지금, 곁으로......"
사람은 이미 내보냈다, 그 이외는 존재하지 않는 왕좌 사이에, 그를 막을 사람은 한명도 없다.
그는 왼팔로 가비날의 용비늘을 끌어 안고, 오른손에 작은 병을 든다.
비정상적으로 밝은 붉은 색의 액체가 그 병에 가득 차있다.
그리하여 그는 주저없이 그 붉은 독약을 홀짝 마셨다.
"가악――"
즉시 무릎을 꿇고 앞으로 기우뚱 쓰러진다.
독은 곧바로 온몸으로 퍼지고, 수십초 안에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한다.
"용왕님......만ㅅ......"
독을 마시고 자해한 이 모습을 보면, 그를 아는 사람은 모두 불쌍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할 십자군에 의한 다이달로스 령의 처참한 유린의 모습을 보지 않고간 그야말로 행복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