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44화 (45/382)

제 44화 사도의 모임

성도 엘리시온에 있는 교회의 총본산, 그 이름도 <성엘리시온 성당>, 그 심부에 있는 고위 성직자 전용 회의실에 총 12명 중 절반인 6명의 사도가 집결해 있었다.

같은 사도라도 엘리시온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면, 사리엘처럼 먼 곳의 전선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12명 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동시에, 아크 대륙의 역사가 현재도 전란이 그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 여기에 모인 6명의 사도는 엘리시온에 거주하는 제 2ᆞ제 5 그리고 현재 귀환한 제 3ᆞ제 4ᆞ제 11ᆞ제 12, 라는 구성이다.

"――판도라 대륙 정복 사업은 계속 맡고있는 제 7 사도 사리엘 경에게 일임한다"

이 자리에 있어, 최고위이며 의장을 맡은 제 2 사도 아벨이 선언한다.

골드런의 전투에서 십자군이 빛나는 승리를 거둔 것에 의해, 귀족이나 교회에서도 속속히 원군을 보내는 것이 결정된 현재의 풍조에 있으면서도, 사도의 조정 역을 맡은 아벨은, 새로운 사도를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불만인 것 같구나, 제 11 사도 미사 경"

각자의 반응을 살피고, 그 중에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인 표정을 한 제 11 사도 미사에게 아벨은 말을 걸었다.

"사리엘은 가비날이라고 하는 드래곤과 싸워서 중상을 입었잖아, 결손 부위를 완전히 재생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관>에서 자면 한달은 꼼짝도 못할텐데"

이 자리에 참석한 사도 중, 제 2 사도 아벨을 비롯한 절반을 차지하는 세 사람이 얼굴을 가리는 듯한 옷차림이지만, 얼굴은 커녕 어깨와 다리마저 노출하는듯한 개조를 한 법의를 미사는 입고있다.

미사의 아직 어린애같은 귀여우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은, 17이라는 나이에 상응하여, 미소녀라는 표현이 어울리고, 엄격한 성직자가 보면 격앙할 법한 노출이 많은 개조 법의도, 여성스러운 곡선을 그리는 발육이 좋은 몸매때문에 실로 잘 어울렸다.

밝은 분홍색 머리에 빛나는 백금의 티아라를 비롯해, 전신에 눈부신 장식품을 달고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차려입었다기 보다는 미사의 미모를 돋보이게 할 뿐이고, 보석의 빛도 그녀 앞에서는 어딘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이다.

"그 말대로, 한달 동안 행동불능인 것은 사리엘 경에게도 십자군에게도 위험한 것이 아닌가요"

미사의 말에 이어, 제 12 사도 마리아벨이 발언한다.

그도 미사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숨기기 옷차림이 아니라, 형인 류크롬 대주교와 비슷한 금발 벽안과 소녀와 혼동할 정도의 미모를 드러내고 있다.

단지 요염한 긴 생머리의 헤어 스타일은, 형의 자연 웨이브와는 상당히 다른 인상을 주었다.

"확실히, 지금 다시 가비날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마족의 군대에 의해 공격당하면, 십자군은 괴멸하겠지.

그러나 그정도의 적대 세력은 확인되어 있지 않다, 하물며 그 신중한 류크롬 대주교의 일이다, 점령한 다이달로스에서 생각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도 속속히 증원이 판도라에 보내지고 있는 것이다, 전력의 회복은 곧바로 이루어진다"

"증원말이지, 굶주린 하이에나 떼 겠지"

"입이 지나치지는 않는가, 제 11 사도 미사 경"

아벨이 꾸짖는다, 하지만 미사에게는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신도 그게 욕심에 눈이 먼 도적집단에 지나지 않는걸 알고 있잖아, 어차피 약탈과 학살에 즐거워할 뿐인 쓰레기들이고, 제대로 된 전력 따위가 안된다는 거야"

십자군으로써 새롭게 입후보한 교회와 귀족의 증원 부대를 폄하하는 미사였지만, 아벨도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반론하지 않았다.

"미사 경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도 증원이 얌전히 지휘하에 들어간다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형은 성직자로도 지휘관으로도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소속도 사상도 제각각인 큰 집단을 억제하는 것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도 외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

두 사도에게 명확한 반대 의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벨은 의견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말에도 일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사도의 파견은 허가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판도라 대륙 전역을 정복할 만한 전력을 확보할 전망이 섰다.

확실히 이제부터 판도라에 향하는 것은 귀족의, 또는 교회의 사병뿐, 현지에서 어느 정도의 약탈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할 것이고, 영토나 재산을 둘러싸고 아군끼리의 다툼이 일어나는 일도 적지 않겠지.

하지만, 판도라를 정복하기 위해 너무 충분한 인원이 모여, 이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케이크 나누는 방법' 뿐이며, 그런 하찮은 싸움은 우리들 사도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사도라는건, 신을 거스르는 적을 멸하기 위해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적을 올려 부와 명성을 얻는 것에 의미는 없고, 그저 적을 멸하는 것이 그 존재 의의, 쓰러뜨릴 적이 없다면, 거기에 사도가 있을 의미도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판도라 대륙은 이미 다른 사도가 개입할 정도의 적 세력이 남아 있지 않는 지역일 뿐이다.

예를들어 도적비슷한 녀석들이라도, 숫자로 압도하여 대륙을 정복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의회에서도 교회에서도 서있다.

오히려 아크 대륙에 남는 병력이 더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출병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다.

욕심에 사로잡혀 병사가 부족해진다면, 공화국의 평화를 지키는 힘은 사도가 보충해야만한다.

"부상당한 사리엘 경은 분명히 움직일 수 없는 기간이 한달은 걸리겠지만, 위협이 되는 적은 있지 않기 때문에, 굳이 어리석은 아군을 힘들게 다룰  필요는 없다.

그녀에게는 판도라의 정복을 마칠 때까지, 십자군 총사령관으로써,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더욱이 반론을 하려고 하는 미사의 말을 가볍게 짝하고 울린 손의 소리가 가로막았다.

"우후후, 그렇게 사리엘 짱이 걱정이라면, 지금부터 만나러 갈까"

라고, 친구의 병문안을 제안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대사를 말한 것은, 제 3 사도 미카엘.

물결치는 백금의 슈퍼 롱 헤어에, 보는 사람에게 안도과 자비를 주는 상냥한 눈빛의 눈매는 자수정을 끼워 넣은 듯한 빛을 품고있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가슴 봉긋함, 완만한 굴곡, 크게 큰 엉덩이에 건강한 긴 다리.

헐거운 순백의 수도복 위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성스러운 풍만한 바디라인이 떠오른다.

색과 향기이 넘치는 그 모습은, 고대로부터 신앙되어 오던 풍요의 여신이나 지모신같은 성스러움을 보는 사람 모두에게 느끼게한다.

그런 미카엘은 자신의 의견이 대단한 명안이라고 믿는 듯이, 상냥한 미소를 <성녀> 로 불리는 청초한 미모에 띄웠다.

"잠깐, 나는 별로 사리엘이 걱정이라던지 그런게 아니라――"

"저는 찬성입니다, 별로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면 미사 경은 안간다는 것으로.

그 편이 소란스럽지 않아서 저로서는 매우 기쁘지만요."

"아,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어!

나는 영원한 라이벌로써 녀석의 팔이 떨어졌는지 아닌지 궁금할 뿐, 그 뿐이야! "

사도끼리의 싸움이나 결투는 금지되어 있지만, 미사의 모습을 본다면 아무래도 아이의 싸움수준 밖에 생각되지 않고, 아벨은 참견 하지 않았다.

"애초에 마리아벨은 사리엘과 대단한 사이가 아니 잖아"

"마음대로 내 이름을 경칭 생략하지마, 랄까 대단한 사이가 아니라니 무슨 뜻이야!"

"나는 라이벌, 당신은 그냥 사도 동료"

"웃기지 마, 그런 일――"

없다, 고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 마리아벨 소년의 괴로운 부분이었다.

자신은 사리엘에 대하여 남다른 감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와 특별한 사이가 됐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일찍이 알스가 추기경이 되는 전에, 그가 이끄는 군대에 형인 류크롬과 함께 더해져, 이교도와의 싸움에 몸을 던진 마리아벨.

그 싸움에 교회가 파견한 사도가 사리엘이였다.

어떻게해도 전우 이상의 사이가 아니라, 애초에 함께 싸운 것만으로 전우라고 부를 수 있다면, 항상 전장에 있는 사리엘의 전우는, 이번 십자군 1만 5천을 더하면 총 10만에 닿을 정도다.

"그런......나는......"

"흐흥"

생각의 일방통행으로 고민하는 마리아벨과, 왠지 승리한 표정의 미사.

"저, 판도라 대륙에가는 것은 처음이에요, 어떤 곳 일까요"

미카엘은 미카엘대로, 여행가는 기분이 된 얼굴을 풀어졌다.

그런 삼인삼색의 모습을, 아벨은 반쯤 기가막힌 표정으로 본다, 무엇보다 깊게 뒤집어쓴 후드에 의해 그 얼굴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쨋든, 사리엘 경과 개인적으로 면회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상으로 논의는 끝이다, 해산"

아벨은 자신이 해산 선언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해야 할 것은 전했기 때문에, 더 이상이 자리에 남아 사리엘과의 면회에 대해 왈가왈부 필요는 없다, 미카엘, 미사, 마리아벨이 좋을대로하면 되는 것이다.

이 자리에있어 시종일관 침묵이었던 제 4, 제 5 사도도 아벨에 이어 자리에서 떠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후한 갑옷을 두른 백은의 기사가 제 5 사도 요한이다.

그는 골드런 전투에서 다이달로스 군을 궤주시킨 제 1 중기병 부대가 속한 <성당 기사단:템플 나이츠>의 단장을 맡고있다.

신장 2 미터를 넘는 갑옷 차림으로 미동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은 모습은, 미술품이 놓여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편, 아벨과 비슷한 흰 로브를 입고, 더 깊이 후드를 쓰고 일절의 표정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제 4 사도 유다.

그에 관해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완전히 불명, 제 5 이하의 숫자를 가진 사도는, 능력은 물론 그 모습조차 모르는 수수께끼 많은 인물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제 2, 제 4, 제5 사도는 이미 퇴실 하고, 그 후 남은 것은 사리엘과의 면회를 원하는 삼인조.

언쟁하는 미사와 마리아벨, 두 사람에게 성녀의 미소를 향하는 미카엘의 그림은, 마치 성적나쁜 학생과 교사 같았다.

견고한 버지니아 요새와 비교해도 여전히 거대한 다이달로스 왕성, 그 일각에 있는 어떤 특별한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원래는 지하 창고였다 넓은 공간, 차가운 돌 바닥에는 거대한 마방진이 그려져, 모서리에는 하얀 로브를 두른 사제, 그리고 중심에는 큰 순백의 관이 놓여있었다.

다이달로스 점령 후 이 방은 급조되어 약 한달 동안, 실내를 비추는 램프의 불이 가끔 흔들리는 것과, 교대로 마법을 계속 쓰는 4명의 성직자가 지친 한숨을 희미하게 뱉는 것 외에는, 일절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들이 기다려온 변화가 마침내 찾아왔다.

――첨벙

관에서 물소리가 울린다.

첨벙 첨벙하고 가볍게 수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번 세번, 4명의 사제는 그것이 정신력과 마력을 소모한 자신들이 들은 환청이 아닌지 확인한다.

사제들이 즉시 방을 나오니, 그들과 교체하듯이 두 수녀가 나타난다.

한쪽이 수건을, 다른 하나는 법의, 모두 흠없는 순백의 물건을 가지고서.

두 사람이 관에 가까이 가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서 관의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 허공으로 밀리는 두 개의 하얗고 가는 팔은 관 안에 손을 대고, 천천히 그 몸을 일으켰다.

관 속에 채워진 성수에 온몸을 적신, 새하얀 소녀의 전라가 드러난다.

백은의 긴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열린 붉은 두 눈이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두 명의 수녀를 본다.

관에서 나온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은 수녀였지만, 두 사람은 그녀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며, 무심코 자신의 직분을 잊고, 그 신에 사랑받는 아름다운 모습에 숨을 마시고 잠시 멈춰서는 것 밖에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은, 상처 하나없는 하얀 소녀의 나체.

용왕 가비날과의 격한 전투 끝에, 전신에 무수한 상처를 입고, 더욱이 오른쪽 손과 눈을 잃었을 제 7 사도 사리엘, 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거기에 있었어야할 상처 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한달 가까이 동안, 성수로 채운 관에서 사리엘의 상처는 완전히 회복한 것이었다.

"......얼마나, 지난건가요?"

사리엘이 입을 연다.

이전과 다름없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에게 넋을 잃고 보는 두 사람을 제정신으로 되돌리기엔 충분했다.

"오늘은 신양의 달 12일, 잠이드신 후로 부터 36일이 경과했습니다"

"그래."

법의를 든 수녀에게 근황보고를 들으면서, 수건을 가진 수녀을 재촉하여 그대로 몸을 닦는다.

"조금, 소란스럽네요"

"네, 방금 다이달로스의 재상이 왕좌에서 자해를――"

수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리엘은 법의를 두르고, 언제나처럼 뒤에 긴 머리를 묶은 모습이 되었다.

"그럼, 류크롬 대주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쪽으로"

수녀가 선도하고 걷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가는 사리엘의 발걸음은, 한달간 누워만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발걸음 이었지만,

(몸이 딱딱해......오른팔도 일주일은 전투에서 사용은 불가능)

자신의 몸의 불편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마친 후에는 재활과 시찰을 겸하여 성 밖으로 나오려고 생각했다.

제 4장 : 멸망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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