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화 골드런 언덕
원뢰의 달 7일, 두번째의 진격 작전의 준비를 완료한 십자군은 마침내 버지니아에서 출발했다.
알스 추기경이 선발한 정예군단 1만 5천명을 순백의 [천마:페가수스]에 올라탄 사리엘이 이끈다.
십자군은 골드런 언덕이라고 부르는 전망이 좋은 언덕지대에 진을 쳤다.
이전의 침공에서 이 언덕에서 다이달로스 군과 조우하여 큰 패배를 당했던 과거가 있는 장소이지만, 1만 5천이라는 대군단을 최대한 살려 전개하려면 여기 이상의 장소는 없다.
대한 다이달로스 군대도 같은 생각이며, 기동력이 뛰어난 아군의 전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이 언덕지대을 이전의 전쟁처럼 결전장소로 정했다.
그리하여 서로 따로 부딪힐일 없이 십자군과 다이달로스 군은 골드런 언덕에서 상대하게 되었다.
양자 진용을 정비하며, 일촉즉발의 대치상태가 되었다.
"――당신에게 지휘권을 위임합니다, 류크롬 대주교"
올라탄 순백의 페가수스 위에서 사리엘의 명령이 내려진다.
"예, 삼가 받들겠습니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류크롬, 그 미모는 1만 5천의 대군을 이끄는 긴장은 없고, 또 앞으로 시작되는 전투에 대한 두려움도 보이지 않으며, 단지 온화한 표정을 짓고있다.
"뒤를 부탁합니다"
"예,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그런 짧은 대화를 마치고, 사리엘은 페가수스의 걸음을 재촉하여 병사의 맨앞줄로 향했다.
길고 커다란 창이 숲처럼 늘어선 사이를 사리엘을 태운 페가수스가 유유히 걸어간다.
병사들은 이런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가련한 소녀의 모습에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곧 최전열로 나오지만, 더욱이 그대로 걸음을 진행했다.
그 한걸음 뒤를 전투용 법의로 몸을 감싸고, 거대한 메이스로 무장한 맥스웰이 따라갔다.
그 등에는 거구인 그의 키보다 더욱 큰 사이즈의 흰색 관이 있다.
하지만 등에 짊어진 관의 중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맥스웰은 등을 펴고 당당히 사리엘의 배후에서 걸었다.
병사의 최전열보다 수십 걸음 정도 앞으로 나온 사리엘과 맥스웰, 눈앞에는 검은 마족의 군단이 성벽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광경을 본다.
그 모습에 사리엘은 주눅드는 모습도 없이, 언제나처럼 중얼거리듯이 작은 입을 열었다.
"마의 군세여――"
가냘픈 사리엘의 말, 하지만 이 곳에 있는 양군을 합쳐 3만 5천 이상의 자들 모두에게 일언일구 빼놓지 않고 들려왔다.
"우리들의 하얀 신은 관대하다.
하지만, 마를 이끄는 사룡의 왕은 죽음을 주어 단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곳에서 사룡의 목을 쳐서 신을 따를 것을 맹세하면, 그것이 마의 것이라고 해도 신은 용서를 해주겠지"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골드런 언덕에 강한 돌풍이 불었다.
"나야말로 다이달로스의 용왕ᆞ가비날이다"
하늘에서 수십마리의 비룡을 이끌고 칠흑의 드래곤이 내려앉는다.
드래곤 중에서도 유난히 커다란 높이 40미터 정도인 거대한 체구는 강인한 두 다리로 당당히 대지에 내려섰다.
등에는 초승달의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암흑의 양날개가 펼쳐져, 뱀처럼 굵고 긴 꼬리가 땅을 친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십자군 병사들은 숨을 죽인다, 이전의 전투에 참가한 생존자는 무서운 참패의 기억이 되살아나 그 자리에서 졸도하는 듯이 떤다.
"하얀 신을 섬기는 어리석은 한심한 인간들아, 우리들을 우롱하는 그 말투는 용서할 수 없다"
대기가 떨릴 정도의 포효에 의해 가비날의 입에 막대한 마력이 모여간다.
"사라져라, 인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용족이 자랑하는 [고유마법:엑스트라] <드래곤 브레스>.
검붉은 불길한 빛을 발하는 빛의 격류는, 똑바로 사리엘에게 향한다.
"――《광익신순:아랄쿠스 · 아이기스》"
흉악하게 빛나는 빛에 삼켜지는 순간, 맥스웰은 그림에 그려진 천사와 같은 하얀 날개에 감싸인 사리엘을 보았다.
쿠쿵――
굉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주변 일대를 가둔다.
곧 돌풍이 불어와 연기가 흩어져간다.
그 너머, 하얀 빛을 두르고, 방금전과 변함없이 자리잡은 사리엘의 모습이 있었다.
"......갑니다"
변함없이 중얼거리듯한 작은 소리로 내뱉은 대사,하지만 사리엘의 방어마법 지켜져 상처하나 없는 맥스웰은 힘차게 대답하고, 짊어진 거대한 관을 땅에 내렸다.
"각하, 무운을!"
사리엘은 끄덕이며, 그 관에 손을 댄다.
"<무장성전> 해방――"
그 순간, 관은 빛에 감싸이면서 흩어진다.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신의 상징인 십자를 본뜬 흰 장창.
"――《성십자 창:그랜드 크로스》"
사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둘도 없는 마법 무기, 그것이 <무장성전>.
그리고, 그 무장성전이 창이라는 것은 사리엘은 마술사가 아니라, 진정한 클래스가 창을 사용하는 [성기사:팔라딘]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 7 사도 사리엘은 순백의 장창ᆞ성십자 창을 손에 들고, 용왕 가비날을 향해 페가수스를 비상했다.
"오오오오오!"
천지를 뒤흔드는 가비날의 포효가 개전의 신호가 된다.
선봉을 서는 사리엘에 이어, 십자군 1만 5천이 전진한다.
그에 반해, 검은 용왕 가비날의 포효에 호응한 다이달로스 군 2만이 돌격을 개시한다.
여기에, 십자군과 다이달로스 군이 정면충돌하는 대회전의 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