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11화 (12/382)

제 11화 요정 씨가 보인다

몸을 흔드는 진동에 깊은 잠에 빠져있던 의식이 조금씩 깨어간다.

"응......으―음......앞으로 5분만 기다려줘 엄마......"

라고 말했지만, 아직 게으른 잠을 욕심부리는 아들같은건 결코 용서하지 않는 나의 어머니는 슬슬 이불채로 나를 걷어차서 강제 기상을 시키러 올 것이다.

하지만 왠지 오랜만에 기분좋게 자는 것이다, 만약에 이 헤븐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앞으로 수십 초밖에 없다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철썩 !

"우옷! 차가워 !?"

갑자기 내 얼굴을 강타한 냉수에 의해, 나의 의식은 순식간에 꿈과 현실의 틈에서 참혹한 현실 세계로 완전히 돌아왔다.

"아무리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물을 붓는건 심하지 않아 엄ㅁ――"

깨닫고보면, 터무니없는 폭거에 이르렀던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애초에 이곳은 자신의 방조차 아니다.

맑게 개인 푸른 하늘, 무성한 나무들, 주위에 흩어져있는 나무 조각과 빨간 사과, 그리고 발밑에 머리를 감싸고 웅크리며 떨고있는 하얀 물체.

"뭐, 뭐야......"

뭐야, 라는 건 뭐에 대한 의문이냐고.

아니 잠깐 진정해, 그래, 나는 판도라 대륙으로 가는 화물에 뒤섞여서 배에 잠입했다.

그리고, 그 뒤섞인 화물이라는게 사과같은 붉은 과일 담긴 나무 상자 안으로, 내 주위에 흩어져있는 나무 조각과 과일은 그 잔해겠지.

그리고, 이 주위에 펼쳐진 숲을 본적은 없지만, 내가 수면 중에, 무슨 일이 있어서 나무 상자채로 이 숲에 와서, 부서져 흩어졌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송 중에 뭔가 사고가 발생했다던가 그럴 것이다, 일단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머리를 짜내도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 없는 것이, 눈앞의 하얀 물체이다.

"정말 뭐야 이건......"

처음에는 사람 형태의 인형인가 뭔가라고 생각했다.

큰 머리에 짧은 팔다리는, 서너살 정도의 유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추정)유아는 어렴풋이 몸 전체가 빛나고 있으며, 작은 등에서는 2대, 총 4장의 빛의 날개가 나있었다.

빛과 날개 탓에 그다지 위화감은 없지만, 이 유아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이다.

"......요, 요정인건가?"

그래, 이 모습을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요정 씨가 보이다니 나도 꽤나 피곤한건가.

그렇다면 갑자기 고문 비슷한 실험의 날들을 강제적으로 보내지면 절망 레벨의 피로감이겠지.

아니아니, 진정해, 떠올려라, 이곳은 마법도 몬스터도 존재하는 이세계, 그렇다면, 요정이 한 둘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지 않지만, 어째서 내 눈 앞에서 둥글게되어 벌벌 떨고있는 걸까.

이대로 보고있는 것도 왠지 불쌍하기 때문에, 말을 걸어보기로한다.

"어이, 괜찮아?"

"!?"

오, 지금 흠칫하고 반응했다고.

"어떻게 된거야, 어딘가 아픈거야 ?"

"......"

충분히 30초 정도의 침묵 후, 요정 씨는 흠칫흠칫,숙이고있던 얼굴을 내쪽으로 향했다.

문자 그대로 빛나는 플라티나 블론드의 긴 머리에, 맑은 에메랄드 그린 빛을 품은 커다란 눈동자.

그 동그란 눈동자의 가장자리에, 눈물이 맺혀있다.

뭐,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나는 결코 로리콘같은 것이 아니지만, 첫눈에 반해버릴 급의 두근거림을 느껴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나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서, 요정 씨는 주뼛주뼛 일어서자, 그대로 달려나가서 나무 그늘에 모습을 숨기듯이 이동한다.

위험해, 엄청난 귀여움에 너무 쳐다봐서 경계한건가?

"......우"

도망친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면서 얼굴만 들여다보듯이 내보이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헤?"

방울 소리같은 목소리로 잣아낸 대사의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없다.

괜찮아, 라는건 이쪽의 대사고, 요정 씨가 나를 걱정시키는 요소는 없는 것이다.

"떨어졌어"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그 시선이 내 뒤에 쏠려있는 것을 깨달았다.

언뜻 생각해보면,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있다.

떨어졌다는 것은, 이 벼랑에서?

"아"

다시 눈에 띄는 흩어진 나무 조각과 사과.

분명 내가 숨어있던 사과가 들어있던 나무 상자는, 이 아득히 위에 있는 절벽 위에 낙하한 것이다.

그리고 다같이 이 숲으로 거꾸로 곤두박질 쳐졌다,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에게 물을 뿌려 깨워준 것은 저 요정 씨인가.

"혹시 날 도와주려고 한거야?"

끄덕, 그리고 고개를 젓고 끄덕인다.

"그런가, 고마워.

나는 괜찮아, 상처 하나 나지 않았어"

저 절벽에서 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채로 굴러왔는데도 상처없는 이 몸은 개조 강화의 혜택이다, 귀여운 요정 씨에게 필요없는 걱정을 끼치지않고 끝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다행이다"

상냥하게 미소짓는 요정 씨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나는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친절을 받은 것을 깨달았다.

그런가,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이 세계에도 있구나.

"아아, 정말로 고마워――"

기쁨에 젖어있으니,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 요정 씨와 말이 통하고 있다고.

어쩐지 당연한 듯이 말을 나눴는데, 이거 굉장한 일 아닌가?

"음 그러니까, 내 말, 알아듣지?"

"?"

작은 새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누그러워지면서, 갑자기 이상한걸 물었다고 약간 후회한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볼 때, 이 요정 씨는 아마도 외형대로의 지능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상대를 아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뭐 아이 상대같은건 친척인 건방진 꼬맹이들을 상대한 경험밖에 없지만.

"내 이름은 쿠로노 마오, 너는?"

가급적 부드럽게 말한 것인데, 평범한 아이라면 내 흉악한 얼굴에 위축되어 도망갈 타이밍이다.

그러나 요정 씨는 역시 요정 씨, 훌륭하게 대답해주었다.

"......리, 릴리"

"릴리?"

"응"

다시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부끄럽다는 듯이 내밀고 있던 얼굴의 반쯤을 나무 그늘에 숨긴다.

행동 하나하나 귀엽네.

"그래서, 릴리는 여기가 어딘지 알아?"

"이곳은 페어리 가든 요정이 살고있어"

요정이 사는 숲, 말이지.

릴리가 나를 도와준 것을 생각하면, 인간에게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있는 것도 아닌 것 같――

"아아아―― ! !"

"누구냐!"

"!?"

나와 릴리 이외의 제삼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린다.

무슨 일인가 하고 뒤돌아보니, 공중에 떠있는 빛의 구슬이 눈에 들어온다.

깨닫고보니 나무들에게서 몇개인가 비슷한 빛의 구슬이 나타나, 주위를 떠다니고 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사람이 있는거야 !"

소리지르듯이 빛의 구슬이 내 얼굴에 접근하며 말했다.

잘 보면, 15센티 정도의 인간 형태로, 릴리처럼 날개가 나있다.

"혹시, 이게 요정인가?"

"요정이라고 정해져 있잖아, 보고도 모르는 거야 !"

알 리가 없잖아, 처음봤다고.

하지만 반론하는 것보다, 이곳은 요정과 이야기해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야 할 것이다.

"나는――"

"여기는 우리들 요정이 사는 성스러운 숲이야, 인간은 빨리 나가줘 !"

"핫 !?"

내가 자칭하기도 전에, 갑자기 추방 선언을 해버린다.

뭐냐고, 요정이란건 좀 더 인간에게 우호적인 종족이 아닌거냐?

아니, 내 멋대로인 이미지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릴리는 나를 도와주려고 했었고, 쭈뻣쭈뼛 귀여운 리액션을 해줬다고.

"뭐야 릴리, 당신도 있었어?"

나같은건 이미 눈에 들어있지 않는다는 듯이, 요정은 릴리쪽으로 날아간다.

"안되잖아 이런 안쪽까지 마음대로 들어오면"

"우...... 미안합니다"

"거기에 인간은 물론, 당신같은 요정의 수치도 여기에 있으면 안되니까, 알고 있지?"

나에게는 페어리 가든의 요정 사정같은건 전혀 모르지만, 릴리가 작은 요정들에게서 명확한 취급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정을 모르는 내가 참견할 권리는 없겠지만,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냥함을 준 릴리에게 슬픈 얼굴을 하게 만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어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릴리는 나를 도와주려고 와 준거라고"

"뭐야 당신,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페어리 가든의 안쪽에 있는 빛의 샘에는 요정이외 접근하면 절대로 안돼.

그러니까, 인간인 당신도, 요정의 수치인 릴리도, 이런 안쪽까지 오면 안된다고!"

"나는 확실히 인간이지만, 릴리가 요정의 수치라는건 뭐야, 어떻게 봐도 요정이잖아"

"바보같은 소리 하지말아줘, 어디에 이런 커다란 요정이 있다는거야.

걔는 말야, 요정의 마력과 육체를 가진 반인반마인거야, 인간도 요정도 아닌 반편이.

정말이지, 한번보면 그 정도는 알 수 있잖아"

그러니까 봐도 모른다니까, 랄까 이 세계의 생물 분류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애초에 모른다.

하지만 기동 실험에서 싸웠던 몬스터 중에는, 마력은 느껴지지만 생물 특유의 생기라고 불러야 할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령이나 악령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녀석이 있었다.

이 작은 요정은, 질은 다르지만, 그 몬스터와 같이 마력만 느껴진다.

아마도 요정이라는 종족은 마력만으로 형성된 생명체이겠지.

그에 반해, 릴리에게서는 요정과 동질의 마력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생기도 느껴진다.

이 요정이 말하고 있는 것을 감각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알았으면 빨리 나가줘, 놓쳐주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하세요 인간"

"큿...... "

요정의 말투에 짜증나기는 하지만, '빛의 샘'이라던가 하는 장소를 망칠 생각은 전혀 없다.

게다가, 이 세계에 사는 다른 자와의 분쟁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나 자신의 분노는 얼마든지 억누를 수 있다, 요정의 말대로, 얌전히 숲에서 떠나 주자.

단지, 요정의 수치라고 불려져 슬픈듯이 고개를 숙이는 릴리의 모습에는, 몹시 마음이 아프다.

"아, 그래그래, 서쪽 동굴에 고블린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 같으니까, 빨리 해치워둬 릴리"

"응 알았어"

"어, 어이, 릴리한테 몬스터 퇴치시킬 생각인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블린 퇴치를 명령하는 요정의 말은 믿을 수 없지만, 릴리가 가볍게 승락한 것도 믿을 수 없다.

"시끄럽네, 외부인에 바보같은 인간에게는 관계없는 일이잖아"

"바보는 불필요다! 랄까 위험하잖아!!"

"몬스터 퇴치같은건 평소에도 하는 일이야, 요정의 수치라도 마법도 사용할 수 없는 저급한 몬스터따위한테 질 리가 없잖아"

"그, 그런건가?"

불안한 표정의 릴리를 보면,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 말투로 보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지.

마법으로 공격할 수 있다면, 몸의 크기는 강함으로 직결하지 않는다, 나라도 드래곤을 쓰러뜨릴 정도이다.

"알았으면 두 사람 모두 빨리 가버려, 계속 눌러앉을 생각이라면, 힘으로 내쫓을거야 !"

반짝 반짝하고 빛의 구슬이 강하게 반짝인다,위협하고 있는 것일까?

"알았어 알았어, 이제 나갈테니까 뒤에서 마법 쏘거나 하지마라고"

그렇게 나와 릴리는 이 자리를 뒤로한다.

요정들이 흩어져 있는 사과 같은 과일을 소란 피우면서 숲속으로 옮겨가는 것을, 릴리가 부러운 듯 보고있다.

"저걸 먹고 싶었던 거야?"

"응"

"괜찮아, 몇 개인가 가지고 있으니까"

"!?"

"나중에 줄게, 같이 먹자"

"고, 고마워 !"

만면의 미소를 띄우는 릴리를 보면, 뭐라 말할 수 없이 치유받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