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항구 도시
뚜벅 뚜벅 멀리서 발소리가 울려온다.
붉게 빛나는 두 눈동자를 가진, 작은 흰 그림자가 다가온다――
"......우옷 !?"
위험해, 지금 순간 정신을 잃지 않았는가 !?
빠르게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누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귀에 들려오는 것은, 하얀 소녀가 내는 발소리가 아니라, 바로 옆을 흐르는 강 소리이다.
"어, 어떻게 된 거였지......"
나는 나선형 계단이 내려가 바닥에 있던 우물에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우물의 바닥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지하를 흐르는 수맥이 있다고 생각하여, 어딘가 밖으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훌륭하게 성공, 나는 이렇게 지상에 서있다.
그러나, 그 지하 수맥이 나를 가두는 깊은 땅 속으로 이어져 있었을지도 모르고, 실제로 뛰어들면 깜깜하고, 물은 굉장히 차가우며, 흘러가면서 공포와 불안으로 마음이 꺾일 뻔하기도했다.
운좋게, 어두운 지하(동굴이라고 해야할지) 거기에서 햇빛이 닿는 바깥쪽 수맥은 이어져 있던 것 같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강변에 올라왔더니 조금 기절해버린 것 같다.
"아아, 밖이다"
하늘을 바라보면 바로 위에 빛나는 태양, 옆에는 내가 흘러온 강이 있고, 주변은 나무가 무성하고, 그 너머에는 우뚝 솟은 산들이 보인다.
그러한, 완벽한 대자연의 녹색에, 내가 있다.
"해냈어, 나는 드디어 자유――"
부스럭, 하고 근처의 수풀이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내 심장의 고동이 크게 울리며, 기분나쁜 땀이 전신에서 뿜어져나온다.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무표정에 하얀 사리엘의 얼굴.
"......"
나타난 것은, 사슴을 닮은 동물이었다.
강에 물을 마시러 온 것인가, 잘 보면 안쪽에도 몇마리가 더 있는 것같다.
그런데 '사슴과 닮은'이라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은, 사슴이 아니라는 확신이 나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 사슴닮은 것이 훌륭한 뿔이 세개나 나있는 데다가 녹색.
저런 판타지틱한 뿔을 기르는 사슴은 나의 세계에는 없다.
아니, 이 세계에서 진화하면 저런 사슴도 태어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불을 뿜는 드래곤이 존재하는 마법의 세계이니까 이곳은.
애초에 다윈의 진화론은 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일까?
"아니아니, 그런 것보다도 지금은 더 멀리 도망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약간의 피로감은 있지만, 사리엘에게 받은 상처는 나았고, 행동하는 데 문제는 없다.
지금은 이 개조되어 쓸데없이 튼튼해진 몸이 고맙다.
하지만 그런 몸을 가진 나라도 어찌할 수도 없는 몬스터 이상의 괴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혹시나,이 세계에는 저런 놈들이 굴러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것은 위험.
저런 것이 그 곳에서 탈주한 나의 수색을 한다면, 완전히 끝장이다.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까지 도망가면 좋은 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시설에서는 그저 멀리 떨어져 가야한다.
"갈까"
내세울 이정표도 없는 나는, 일단 이 강의 하류로 향하는 걸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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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리엘에게 쫓기고있는지도 모른다, 라는 공포심이, 체력이 계속되는 한 내 다리를 움직이게 한다.
나는 3일 밤낮으로 한숨도 자지 않고 그저 산과 숲을 계속 걸었다.
다리를 멈추는 것은, 변소와 강의 물을 마실 때 뿐이다.
배탈이 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지만, 강은 바닥이 비쳐 보일 정도로 깨끗한 것이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엄청 맛이 없는 토사물 스프밖에 입에 넣지 못한 나에게 있어서는, 자연의 청류는 너무나도 맛있는 것이다.
결국, 배탈이 나지는 않았지만, 너무 마셔서 위장이 꿀렁 꿀렁 해진다는 폐해는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만나는 개나 늑대같은 몬스터는 산탄과 라이플로 쫓아내고, 깊게 쫒지는 않았다.
그리고 넷째날 밤에 마침내,
"......불빛이다"
전방에 사람이 살고있다고 생각되는 불빛을 보았다.
그 불빛을 보면서, 기쁨이 솟구쳐서 똑바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 도중에 나는 생각했다.
"잠깐, 그 마스크들과 소통하는 놈들이 있을지도 몰라"
혹은 연구자가, 최악 사리엘 본인이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이 세계에서는, 몬스터가 있다는 것과 마법이 있다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세간의 상식을 모르는 데다가, 이 너덜너덜해진 관두의는 확실히 의심된다.
의심된다는 것은 눈에 띈다는 것이다, 도망치는 신제로서는 그것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다.
그리고 더 나쁜 상상이지만, 내가 지명 수배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실험체로서 나의 존재는, 마스크들 사이세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국가적 대규모 프로젝트 라는 경우라면, 광범위하게 나를 수색해 올 것이다.
즉 이 세계의 인간에게, 부주의하게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렀을 때, 도시는 눈앞에 있었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참으면서, 나는 숨을 죽이고 마을로 잠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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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회색의 석벽에 둘러싸인 바닷 바람이 부는 항구 도시이다.
문에 서서 도시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병사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주의깊게 빙빙 돌아보며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세계의 문명은 중세 수준이라는 것도 판명됬다.
석벽뿐이라면 문화재로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곳의 석벽은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길, 창을 지닌 무장한 병사, 밤의 불빛은 화롯불과 램프, 등등, 내가 아는 현대적인 물건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 실험 시설에 있던 때부터, 전기도 없고, 총이아닌 검이나 활로 무장한 몬스터를 보고, 현대는 아닐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반적(라고 생각되는) 거리를 보면, 그 때의 예상이 옳았다는 것이라고 알게된다.
"정말로 이세계구나, 이곳은......"
가볍게 절망해 버릴 뻔했지만, 마음에 커다란 불안을 안고 고민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그럴 틈이 없다.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좀 더 멀리 달아나서 침착하고나서 하자.
다시 생각을 눈앞의 거리로 돌린다.
여기가 항구 도시라는 것은, 나에게 유용할지도 모른다.
육로를 가는 것보다, 배로 해로를 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보다 더 멀리 갈 수있는 것이다.
적어도 비행기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 세계에서, 배가 최장최속의 이동 수단인 것이다.
무엇보다, 워프나 텔레포트 마법 장치가 없다면의 이야기다.
하여튼 여기에서 멀리 가고 싶다는 목적밖에 없는 나에게 있어, 배라는 것은 매력적인 존재이다.
여기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능한 멀리가는 배에 타고 싶은 것이다.
물론, 사람과 만날 수도 없는 데다가, 무일푼인 나는 정규 수단으로 승선할 생각은 전혀 없다.
즉, 밀항이다.
"좋아, 목표는 정했다, 그럼 거리에 가볼까"
주위에 사람의 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석벽에 손을 댄다.
수직에, 꽤 정밀하게 쌓아올린 석벽에 손을 대고 발를 디딜만한 부분은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의지가 되는 흑마법의 차례이다.
손발 끝에, 흑색 마력을 날카롭게 물질화시킨다.
잘하면 용의 비늘이라도 뚫는 경도를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석벽에 슥하고 찔러넣을 수 있는 날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하여 첫 벽등반에 도전.
손가락과 일체화한 날카로운 발톱은, 골판지에 커터칼을 찌르는 정도의 감각으로, 석벽에 파고든다.
수직의 벽을 직접 손가락을 찌르는 것으로, 손을 디딜 곳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발끝도 같은 방식으로, 벽에 꽂아 단단히 고정한다.
벽의 높이는 약 5미터 라고할까, 생명줄없는 암벽 등반이지만, 내 몸이라면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멀쩡할 것이다, 아래는 부드러운 흙 바닥이고.
그리고 점점 벽등반의 요령을 잡아가는 나는 순조롭게 벽을 올라간다.
"오오, 지금의 나는 닌자같은거 아냐?"
그리고 완전히 밤의 어둠에 녹아 닌자 기분이 된 나는, 순식간에 벽을 등반한다.
벽 위에서 인왕립하면서, 과연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으므로, 납작 엎드린 채로 도시의 내부를 바라본다.
"오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대단하네......"
그곳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밖에 본 적이 없는 유럽풍의 거리가 재현되어 있었다.
시력과 함께, 밤 눈도 좋아졌기 때문에, 이 어두운 밤에서도 거리의 모습을 명확히 볼 수 있다.
흰색의 민가가 늘어서, 도시의 가장 큰 거리는 자갈길르, 불빛을 킨 밤가게가 보인다.
낮에는 반드시 짐을 가득채운 마차가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앙부의 마을에서 가장 큰 높이를 자랑하는 첨탑을 갖춘 교회가 세워져 있다.
거기에 더해 큰 길을 따라가면,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에 이른다.
과연 밤답게, 사람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은 큰 거리뿐으로, 주거지같은곳은 불빛이 꺼져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항구에는 벽을 따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
대략적인 도시의 전경을 머리에 넣고, 여기에서 항구까지의 대략적인 루트를 결정하고나서 나는 석벽에서 뛰어내렸다.
우물에 이어졌던 나선형 계단정도의 높이라면 위험하지만, (눈짐작) 5미터 정도는 문제 없다.
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착지하고,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난다.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어두운 주택가 골목을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