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7화 (8/382)

제 7화 자유

지옥 같은 마법 세계로 오고나서부터 이정도까지 깊이 잠든 경험은 처음이었다.

기동 실험에서 같은 실험체의 소년을 죽인 이후, 계속 자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담담하게 몸에서 일어나는 실험의 날들을 바라볼 뿐인 생활이 이어졌다.

그래서 또 같은 실험체의 소년 소녀를 이 손으로 해치워도, 딱히 뭐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멍한 부감 의식도, 이대로 깊은 수면 속에서 마침내는 사라지고 내가 쿠로노 마오라는 개인이었다는 기억도 완전히 없어져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시 괴로운 것도 힘든 것도, 같은 인간을 죽이는 것을 참는 것도 한계로, 이대로 완만하게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오히려 바라던 것이었다.

이제 됐어, 나는 원래 있던 장소에는 돌아갈 수 없다, 드디어 부모의 얼굴조차 만족스럽게 생각 나지 않고, 뇌리에 되살아나는 것은, 그 십자를 짊어진 할아범과 하얀 마스크, 그리고 내가 죽인 몬스터와 실험체들의 모습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 됐어, 여기에서 내가 사라져 버리면 편해진다, 더 이상 삶에 집착할 필요성은 전혀 없다――

그리하여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모든 것을 단념한 직후였다.

쿠구궁――

그런 굉음과 함께,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충격으로 내 의식은 급속히 각성해갔다.

"――핫 ! ?"

벌떡 일어나니, 언제나와 같이 딱딱한 바닥 위.

그렇지만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로 나의 머리는 개여있었서, 지금까지 뇌와 의식을 덮고 있던 몽롱하던 것이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기분 상쾌 , 라는건 지금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겠지.

자의식은 오랜만에 돌아와서 내 머리는 산뜻해져서,온몸에 혈액과 마력이 차질없이 순환하며, 힘이 전신에 넘쳐흘렀다.

"이곳은...... 실험실인가"

중앙의 대좌(받침대)에서 나는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겠지.

어떤 경위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두명의 마스크가 아까까지의 나와 같이 바닥에서 구르고있다.

무언가의 실험 중에서의 사고인걸까?

나로서는 이 흰색 마스크를 도와서 일으켜줄 의리 따위 없고,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

어떻게 된 것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방을 둘러보니, 어떤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얀, 링...... "

일곱개의 바늘로 나에게 절대 복종을 강요시킨 공포의 아이템.

장착되고나서 절대 빠질 일이 없는 그것이 내 눈앞에 있다.

자신의 손으로 천천히 머리를 더듬는다.

얼마나 주의깊게 만져봐도, 손끝에 느껴지는 것은 머리카락과 두피밖에 없다.

"없어......링이 없다고"

당연했다, 눈앞에 놓여있는 링이야말로 지금까지 내 머리에 장착되어 있던 링이니까.

"하, 하하하하――"

머리에서 링이 벗겨졌다.

나를 속박하는 물건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눈치채고 보니 링은 내 손 안에서 산산히 부서져 있었다.

"아하하하하하! 나는 자유다 !"

그래, 자유의 몸이되었다면 다시는 얌전히 죽어 줄 필요는 없다 !

나의 절규가 눈을 뜨게 한건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마스크가 두 명, 벽에 손을 딛으며 일어나고 있다.

나는, 가까이 있는 마스크에게 접근한다.

"뭐냐, 49번――"

지금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고있는 건지 아닌지, 나를 보고 놀라면서 소리를 지른다.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마"

왼손으로 마스크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크악, 그, 그만둬...... 49번......"

"내 이름은――"

오른팔을 천천히 높이 쳐든다.

컨디션은 만전, 넘칠 정도의 흑색 마력이 순간적으로 오른팔에 응집한다.

"쿠로노 마오다 ! !"

가증스런 흰색 마스크에게 혼신의 파일 벙커가 작렬했다.

단말마의 목소리조차 낼 새도 없이, 머리를 산산조각으로 분쇄, 목없는 시체가 완성된다.

"무엇을 하고있나 49번  !"

또 한사람의 마스크가 배후에서 나에게 달려든다.

만약에 그 함성이 없었어도 그 기미는 감지하고 있었으므로, 그 처리에는 아무런 고생도 없다.

마스크가 나에게 찌를려고 한 유리 주사기를 왼팔 하나로 받아 멈춘다.

"위험하네"

그대로 주사기를 빼앗아 오른손에 역수로 취하고 쥔다.

"그만――"

목까지 덮는 흰 망토 위에서 목덜미에 주사기를 박아 넣는다.

제대로 혈관에 박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사기를 채운 칙칙한 색상의 액체를 그대로 주입한다.

"큿, 오오오오오 ......"

목을 누르며 괴로워 하기 시작한 망토는 다시 바닥에 쓰러져 눕는다.

"라이플"

손가락 끝에 이미 형성을 완료한 검은 총알을 이마를 향해 쏜다.

피와 뇌수를 화려하게 바닥에 쏟은 마스크는 절명한다.

그 액체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므로, 일단 만약을 위해서다, 나처럼 이상하게 강해져서 부활하면 곤란하니까.

"그럼――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찬스다"

이미 링의 절대적인 구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녀석들이 멋대로 마구 육체 개조를 한 덕분에 드래곤도 죽일 정도의 힘을 가지고있다.

그리고 살인의 금기도, 모른다고는 해도 이미 저질러버린 나다, 증오하는 이유에 부족함 없는 이 하얀 마스크들을 죽이는데 일체의 주저도 없다.

여기서 두 사람의 마스크를 시원스럽게 살해한 것이다, 연구자 정도가 잔뜩 와도 나를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자업자득, 나를 거기까지의 괴물로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이 녀석들 자신이다.

자유의 몸이 된 나에게,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간다 !"

자신을 북돋은 언제나의 대사를 외치며, 나는 문을 부쉈다――

"――그만큼 최종 세례는 주의하라고 말했잖는가!"

회의실에 호통이 울린다.

"그, 그러나 구속 조치는 규정에 따라 실시하여 완전히 무력화되었을 것입니다."

"약물 내성이나 회복력이 예상 이상이었단 말인가......"

"지진의 영향으로 세례 도중에 강제적으로 중단된 것으로 인해, 의식을 회복한 것이겠죠"

"그렇다면 경비병 모두를 동원해서 빨리 잡지 못하는가!"

그렇게 외친 사제였지만, 방대한 흑색 마력을 다루는 49번을 그정도의 수도 많지 않은 경비병만으로 붙잡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희미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예하, 사태는 일각을 다투고있습니다, 신속하게 대피를――"

"침착하시게 사제 님, 추기경인 내가 어찌 호위 한 사람도 데려오지 않았는지, 모르는겐가?"

알스 자신이, 49번이라고 불리는 실험체가 제어 불능이 되어, 수많은 몬스터를 단신으로 몰살시킬 정도로 위험한 힘을 가지고 날뛰고 있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힘으로는 정말로 동요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하, 하지만......"

대사제는 알스 옆에 자리한 사리엘에게 시선을 돌린다.

알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발언하는지 이미 이해하고는 있다.

"이것은 전부 우리들의 실수, 사리엘 경의 손을 번거롭게 할 수는――"

"필요없는 걱정은 하지말게, 사리엘 경, 이 자리를 맡겨도 괜찮은가?"

끄덕하고 사리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위험한 상대인것 같다더군, 생포할 필요는 없겠지"

다시 작게 끄덕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리엘은 회의실을 나간다.

"그럼 갈까, 당황할 필요는 없네, 충분히 49번이라고 하는 녀석의 목을 가지고 사리엘 경은 돌아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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