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처음 눈뜬 곳
문득 눈을 떠 보니 방 안은 어두웠다.
뭐야, 아직 한밤중인가?
딱히 악몽을 꿨다던가 그런건 아니지만.
뭐 됐어, 아직 밤이라면 다시 자자, 내일도 학교다.
라고, 그렇게 생각한 시점에서 자신의 몸에 위화감을 느꼈다.
왠지 몸이 아프다.
아니지, 내가 누워있는 침대가 딱딱해서 여기 저기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뭐야 내 위험한 잠버릇 때문에 침대에서 떨어졌다라는 건가, 그런 적은 태어나서 한번도 없다고......
어쨌든 침대로 다시 돌아가려고 몸을 일으킬――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마비되어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가위 눌림이란 녀석인가?
첫 경험이지만, 적어도 침대에서 자고있는 상태에서 눌렸으면 한다.
몸은 움직이지 않는 주제에 딱딱한 바닥의 감촉만큼은 변함없이 전해져오니까.
어떻게 된 거지,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이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건지 조금씩 주변이 밝아졌다.
......뭐야 여기?
거기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자기 방에서 자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직 가위에 눌린 상태로 목도 움직여지지 않지만 눈은 움직일 수 있으므로 그 범위 내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무기질한 방이었다.
아마 내가 자고 있던 곳은 방의 중심에 있는 대 같은 것으로 6첩(다다미) 정도의 넓이의 이 방에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대 라곤 했지만 돌침대 같은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보이는 범위 내에서는 문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나는 구멍 하나도 없는 공간에 갇혀 있는걸지도, 라며 뭔가 무서운 상상이 뇌리를 스친다.
뭐야,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어째서 내가 이런 상황에 빠져있는거야.
나쁜 꿈이다, 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의식도 분명하고, 아직도 움직이지 않지만 몸의 감각도 있음,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그래 조금 기억나기 시작했다고―― 나는 방에서 자고있던 게 아니라 확실히 학교, 그래, 방과후에 부실에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 커다란 몸과 눈빛 사나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문예부에 소속되어있다.
그리 부원수도 많지 않은 문예부실에서, 오늘도 좋아하는 중2병같은 전개의 라이트 노벨이라도 집필 할까하고 생각하고..아니 틀리다, 그 때 시라사키와 단둘이 있어 어색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두통이 오고......그대로 기절했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런 두통으로 머리를 억누르고 엉겁결에 의자에서 굴러떨어졌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그런 오버액션으로 아파한 것이다, 눈앞에 있던 시라사키에게 쓸대없이 걱정을 끼쳐 버렸다 랄까, 이 일이 집에 제대로 연락된 것 일까.
그것보다, 내가 부실에서 기절을 했다고 한다면 이 곳는 병원인가?
아니, 환자를 이런 딱딱한 대에 올려두다니 야전 병원이라도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
아니면 죽었다고 생각해서 영안실로 보낸건가?
시체라도 매트 위에 눕히겠지, 랄까 발상이 너무 비약적이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하지만 있을리 없다, 라는 것은 바로 지금 나의 상황 자체이며 도대체 어떤 경위가 있으면 이런 곳에서 재워지는거야?
혹시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던가?
물론 내 가족은 어디에나 있는 일반 가정으로, 아버지는 공무원이고 어머니는 전업 주부, 사실 재벌의 후계자라던가 한 나라의 왕자님이었다 라던가, 그런 출생의 비밀같은건 전혀 없다, 비범 것은 부모의 외모 뿐이다.
하지만 어떤 착오로――라는, 쓸대없는 생각은 갑자기 끊긴다.
우옷, 눈부셔!
갑자기 방안에 빛이 가득 채워졌다.
급격한 명암의 변화에 내 눈은 일시적으로 그 기능이 멈춘다.
하지만 몇 초가 지나고 밝기에 익숙해졌지만, 이 방에 일어난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인기척을 느낀다.
기척같은 애매한 것만이 아니라 딱딱한 바닥을 발을 굴리며 울리는 발소리가 귀에 닿는다.
누군가가 온다, 라는 사실은 내가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안도도 한순간에 날아간다.
내 시야에 들어온 인물, 그 모습이 너무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하얀 망토같은 것을 두르고 머리도 후드로 덮여있다.
그거뿐이라면, 아직 괜찮았다.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것을 본 것만으로 나의 경계심은 순식간에 MAX까지 오른다.
가스 마스크가 아니라 오페라의 유령에서나 볼법한 심플하면서도 얼굴 전면을 덮는 변태적인 디자인의 마스크이다.
뭐야 이 녀석들, 분명 위험한 놈들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3명, 모두 같은 하얀 망토에 하얀 마스크.
이상한 종교라도 믿고 있는 거냐 이 녀석들은.
하지만 아직도 가위에 눌린 내 몸으로는 두리번 두리번 바쁘게 안구를 움직이는 것 외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으며 신음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식은 땀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틀림없이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مهلا, أن استيقظ"
갑자기 마스크 중 한사람이 무언가를 중얼 거렸다.
"لا تقلق, أنا على أي حال مواصلة العمل"
그에 다른 마스크가 대답한다.
가뜩이나 절망에 빠져있던 나는 더욱 더 절망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마스크들이 하고있는 말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적어도 영어와 중국어같은, 귀에 익은 외국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영어 성적을 평균적인 평가 밖에 딴 적이 없는 내가 유창한 영어를 리스닝을 할 수 없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일본어가 통하는 상대가 아닌 것 같다.
이미 패닉 일보 직전인 나는 신경쓰지도 않고 마스크들은 대화를 한다.
그 대화도 갑자기 끝났다, 라고 생각했더니 마스크가 어딘가에서 꺼낸 하얀 링을 보았다.
고리 모양의 형광등 같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러나 그 별 장식도 없는 링이 무엇인지 나에게는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본 적이 없는 도구,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 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 링 안쪽에서 갑자기 가느다란 바늘이 튀어 나왔다.
그 수는 7개, 카슝 하고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나오는 것을 나는 확실히 보았다.
위험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싫은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바늘을 꺼냈을 때처럼 순식간에 바늘을 집어넣고, 다시 단순한 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링을가진 마스크가 그것을 그대로 내 머리쪽으로――
어, 어이, 잠깐, 잠깐만, 그런 바늘이 나오는 위험한걸 사람 머리에 올리지 말라고, 그만, 그만해애애! ! !
몸도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나에게는 바쁘게 눈을 움직여 전신에서 땀을 흘리는 것 외의 반응은 할 수 없었다.
마스크는 아무 망설임 없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링을 내 머리에 끼운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진짜.
지금 그 바늘이 튀어 나오면 내 머리는 어떻게 되는거야.
그 정도의 길이라면 틀림없이 뇌에 닿는다, 그것도 7개가.
죽는다, 절대로 죽는다.
갑자기 닥친 죽음의 공포, 하지만 나는 전혀 저항할 수도 없고 보기 흉하게 울부짖거나 떠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시간으로 치면 단 몇 초 만에 링은 내 머리에 끼워졌다.
그만해, 그만해줘――
말은 나오지 않고, 무자비하게 내 머리 위에서 카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