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흰색의 연구소
프롤로그
그곳은 순백의 공간이었다.
사방의 벽은 이음새가 없는 흰색이며, 중앙에 자리잡은 제단은 눈으로 만든것처럼 새하얗고, 이 방을 채우는 빛도 역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공물을 바쳐라"
어디선가 방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활짝 열린 양문형의 문, 그 어두운 통로의 건너 편으로부터 사람의 열이 들어온다.
흰 방과 같이, 그 사람들도 또 흰색이었다.
티 하나 없이 깨끗한 하얀 로브로 온 몸을 덮고, 얼굴에는 하얀 마스크를 써서, 맨살을 노출하고 있는 부분이 일절 없다.
그들의 손에는 크고 작은 흰 상자가 있어, 합계 6개의 상자가 방으로 옮겨졌다.
그 상자가 '공물' 인건지, 그들은 재빠르게 상자를 소정의 위치에 설치하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큰 양문형 문이 닫힌것과 동시, 시정의 소리가 무음의 흰 방에 울려퍼졌다.
"준비는 갖추어졌다"
그 일련의 모습을 별실에서 '보고'있던 남자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도 상자를 설치한 사람처럼 흰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 마스크는 없고, 연령을 느끼게 하는 깊은 주름을 새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작하지"
그렇게 말한 노인의 소리에, 배후에 있던 흰색 일색의 남자가 승낙의 뜻을 전한다.
"《التنين الاسود تقديم إستدعاء الروح باب ربط العالم المختلفة》--영창 종료, 게이트 해방합니다--"
배후로 들려오는 소리를 노인은 눈을 감고, 조용하게 듣고 있었다.
현재, 흰 제단의 방을 직접 시야에 넣으면 실명할 만큼의 빛이 흘러넘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인의 눈에는 자신의 눈꺼풀의 어둠 밖에 비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소란스러웠던 실내도, 어느덧 고요함을 되찾는다.
"성공이다"
노인이 중얼거리니, 작은 환성이나 안도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준비하라"
말과 동시에, 흰 제단의 방에 연결되는 통로를, 방금전까지 같이 흰색 일색의 남자들이 열을 이뤄 행진해 간다.
그들의 귀에는,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노인의 소리가 들으며, 그 말이 가져오는 정보를 아무말 없이 머리에 넣고 있었다.
"남성, 연령 17, 학생--"
노인으로부터 수수께끼의 인물의 퍼스널 데이터가 말해진다.
그러나, 그 뜻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들에게 곤혹의 기색은 없다.
"그의 이름은--훗, 큭, 하하하……"
말해지고 있던 남성의 정보, 그 남자의 이름을 말하려고 한 직후, 갑자기 웃음소리가 울렸다,
"후하하하하!"
노인이 웃고 있다, 그것은 상당히 불측의 사태인건지, 남자들의 걸음은 멈추지 않지만 분명하게 동요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마침내 흰 제단의 방으로 이어지는, 양문형의 문으로 겨우 도착해,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을 연다.
"실례 제군, 너무나 잘 지은 이름이어서 말이야"
노인이, 그런 일을 고하는 것과 동시에, 실내의 광경을 본다.
이전과 변함없이 더러움없는 순백의 방.
그러나, 그들이 옮겨 온 상자는 홀연히 사라지고 그 대신인가, 흰 제단에 한사람의 인간이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흑발의 남자, 그 외모는 노인이 말한 인물의 정보와 일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은 다시 이 남자의 이름을 고한다.
"그의 이름은, 흑의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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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빛이 눈꺼풀 너머에서 느껴져 머릿속에 흐릿하게 의식이 돌아온다.
머리는 깊은 잠의 늪에 빠져 있던 것을 기억해내고 몸은 따뜻한 이불에 싸이고 있는 것에 눈치챈다.
일어날까 생각은 하지만, 마성의 온기를 품은 침대로부터 빠져나가려는데 꽤나 결단이 서질 않는다.
조, 좀 더 이대로……앞으로 5분 정도는……
"일어나!"
노성과 함께 나의 몸은 잔혹한 한기에 가차없이 노출된다.
너무나 돌연스러운 자극을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우오오오! 뭐야 적습인가!"
"너는 뭐랑 싸우고 있는거냐"
싸늘한 목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시야에 들어 오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눈에 익은 얼굴.
그것을 인식했을 때에는, 뇌내에 뿌옇게 끼어있는 희미한 졸음은 순식간에 사려졌다.
잘가 꿈의 세계, 안녕 현실.
조금 지저분한 자신의 방, 이불이 벗겨진 침대에 몸을 눕힌 나의 앞에 서있는 것은 한사람의 여성.
요염한 긴 흑발, 티하나 없는 흰 피부, 잘 갖추어진 윤곽에 높은 코, 일자형으로 맺힌 싱싱한 입술과 찌릿하고 치켜오른 가는 눈썹은 조금 분노의 기색을 느끼게 한다.
그 늠름하고도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고 무섭다고 생각할까 아름답다고 생각할까는 기호가 나뉘겠지만, 어느 쪽이든 충분히 갖추어진 얼굴 생김새라고 생각되는건 틀림없다.
그 미모에 더해서 몸은 180센치에 닿는 장신.
술술 성장한 긴 다리에 잘록한 허리의 라인, 그리고 가슴은 그 몸에 감기는 에이프런을 아래로부터 크게 밀어 올려 압도적인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모델이나 그라비아 아이돌의 좋은 부분만 취한 듯한 발군의 스타일은 중증의 로리콘이거나 호모이거나 불능(고자)이 아닌 이상 반드시 남자의 눈을 끌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깨끗해 좋은 몸을 하고 있어도 나의 마음(에로스)의 심금을 울릴 것은 없다,
왜냐하면,
"안녕, 엄마"
그녀는 나의 친모이니까.
"안녕, 빨리 일어나, 벌써 모두 테이블에 모여있으니까"
그것만 말하고 엄마는 방에서 나갔다, 문을 열어둔 채로
"문은 닫아줘……추워"
옆의 시계를 보니 시간은 6시 50분.
아침연습이 있는 것도 아닌 고등학생의 기상으론 충분히 빠른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
어쨌든 한 번 일어난 이상, 두 번 잠을 잘 수는 없다.
"음―, 일어나서 준비라도 할까"
이렇게해서 오늘도 나, 쿠로노 마오의 변함없는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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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의 증거인 교복으로 갈아입고, 2층의 자기 방에서 내려온다.
일층의 세면소에서 세수, 양치질을 대충하고 아침의 몸가짐을 정돈한 후, 거실에서 아침 식사를 먹는다.
어머니가 말해 있었던 대로, 식탁 테이블에는 벌써 2개의 작은 그림자가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
"좋은 아침"
말을 거니. 두 사람은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뒤돌아 본다.
"좋은 아침"
한사람은 부친.
지금도 30대로 통하는 젊음을 유지하고 충분히 미인의 부류에 들어가는 엄마를 보면 친구나 지인들은 놀라지만, 이 아빠의 용모는 그것을 한층 뛰어넘는다.
아마 20대라 해도 전혀 의심되지 않는 젊음, 거기에 160센치에 못 미친 몸집이 작은 신장과 동안 덕분에 중년이라기 보다는 소년이다.
이 아빠의 몸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몸이 쇠약은 커녕 시간이 멈추어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이 부친과 나란히 서면 확실히 내가 연상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이 중성적이고 단신 수려한 부친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엄마와 닮은 외모다.
엄마의 장신과 날카로운 눈은 보기 좋게 나에게 계승되어 신장 183센치에 흉악한 눈빛을 지닌 귀신 같은 무서운 형상이 되어 있다.
키가 큰 것은 좋지만, 얼굴은 아빠와 닮은 중성적인 미소년 얼굴이 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
이 날카로운 얼굴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나 주위 사람들이 무서워한 것인가……
"좋은 아침, 마오"
식탁 테이블에 앉은 또 한사람은 나의 누님, 마나.
누나는 나와는 정반대로 아빠와 닮은 사랑스럽고, 작고, 가련하며, 덧없는, 지켜 주고 싶어지는 타입의 미소녀다.
이젠 대학생인데도 흑발 트윈 테일이라고 하는 아가씨인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멋진 누나다.
"오늘도 도시락 만든거야?"
"으...응"
희미하게 뺨을 붉게 물들여 작게 대답하는 모습은, 내 누나지만 가슴을 두근하고 오는 것이 있다.
다만 그 작은 가슴 속에 숨긴 호의를 향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고, 최근 생긴 남자 친구에게 향한 것 이다.
아빠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표정의 포커 페이스인 누님이 알기 쉽게 표정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 처음으로 생긴 남자 친구에게 관련된 것 정도.
아무튼 그 만큼 행복한걸까, 뭐 연인관계같은건 나에게는 아직 무관계한 이야기.
괜찮아, 언젠가 나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기는 날이 올 것이다, 아마, 반드시, 아마도, 생겼으면 좋겠네.
일말의 불안이 가슴을 지나가면서, 준비되어 있던 밥과 된장국+α의 반찬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벌써 가는 거야?"
누나의 질문에, 나는 코트를 걸치면서 응한다.
"비 내리고 있으니까, 오늘은 버스로 갈거야"
"그래, 버스정류장 머니까 말이야"
작년까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누나는, 집에서 버스로 통학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걸리는 걸 잘 알고 있다.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면 좀 더 늦게 나와도 충분히 시간에 맞지만, 여기까지 기세 좋게 비가 내리면 단념할 수 밖에 없다.
"자 도시락, 잊지마"
"응, 고마워"
엄마한테서 도시락을 받아, 가방에 넣고나서 현관으로 향한다.
"다녀 오겠습니다"
가족 3명의 목소리에 배웅받으며, 나는 아직 으스스한 추위가 남는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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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앞의 버스정류장에 내리지만, 거기로부터 한번 더 도로를 건너야 겨우 학교에 도착한다.
펼쳐진 우산에 큰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나와 같이 버스에서 내린 몇몇 사람의 통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사거리의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걸 기다린다.
밖에도 도보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꽤 변함없는 적신호에 발이 묶여 점점 인구밀도가 올라 간다.
그러던 중 나는 한 명의 여학생의 존재를 눈치챈다.
몸집이 작고 가녀린 몸 때문인가, 손에 지닌 짙은 감색의 우산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많은 학생들 속에서 자그만한 그녀는 파묻혀 버릴 것 같이 보이지만, 그 특징적인 황갈색의 장발이 유달리 눈에 띄고 확실한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다.
옆에는 아마 클래스메이트일거라 생각되는 여학생이 한명, 사이 좋게 대화를 하고 있는 그녀들을 막아서면서까지 말을 거는 것은 망설여졌지만
"아"
"읏"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
긴 속눈썹에 쌓인 사랑스러운 눈동자는, 그것만으로 남자의 보호 욕구를 일으키는 마성의 눈이다.
선명한 윤곽에 티 하나없는 하얀 피부, 오뚝한 콧등과 작고 생기있는 입술, 얼굴의 파츠는 어디에도 아름다움를 해치는 결점을 찾을 수 없다.
바슬바슬 흐르는 듯한 황갈색의 롱 헤어에, 날씬한 몸매이면서 확실하게 여성스러운 바디 라인을 그리는 몸, 그것을 감싸고 있는 세라복은 청초라는 한마디를 느끼게 한다.
무릇 사람들이 마음에 그리는 이상의 미소녀, 그 하나를 재현 했다고 말해도 불평할 수 없는 미모를 가지는 여학생.
눈을 마주친 이상 모르는 체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그녀가 그런 완벽한 미소녀이기 때문이 아니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해서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녕 시라사키"
나는 마음을 다잡고, 같은 학년의 문예부 동료인 시라사키 유리코에게 인사를 하기로 했다.
"앗, 아, 안녕 쿠로노군……"
인원수가 적은 문예부, 당연히 나와 그녀는 면식도 있고 몇번이나 대화한 적도 있다, 하지만 관계로서는 아는 사람 이상 친구 미만이라고 할까.
그러니 인사를 한 이상 그녀와 이 장소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더이상 없다, 예의는 충분히 지켰고, 이후는 이대로 옆에서 나에게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친구와의 담소로 돌아가 준다면 그것으로 좋다.
하지만,
"..."
어째서인지, 시라사키는 나의 정면에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말하는 것도 없이 무언의 긴장감이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 흐른다.
결과, 30센치 가까운 신장차이에 의해 내가 자연히 시라사키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 되어있다.
혹시나 주변에서는 내가 시라사키에게 따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저, 저기, 오늘――"
"가자, 유리코!"
시라사키가 뭔가 말하려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친구가 팔을 당겨 어느새인가 초록불로 변해있던 신호를 건너, 걷기 시작한 학생들의 흐름으로 사라져 갔다.
"..뭐야, 오늘 동아리에 뭔가 있는 건가?"
개인적인 화제를 시라사키가 일부러 나에게 이야기할 가능성은 없다, 있다면 동아리 관계, 실은 오늘 활동 휴지라던가?
"뭐 됐나, 가보면 알겠지"
하지만, 시라사키의 친구에게 무서운 적의가 깃든 시선을 받아서 나의 유리 심장엔 조금 금이 갔다고.
아니, 그 이전에 시라사키 본인이 거의 나와 눈을 맞출 것도 없이 어색한 인사밖에 하지 않는 시점에서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던 것이지만.
"역시 나, 미움받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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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지루, 라고 단언할 만큼 시시한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부도 그 나름대로 이해를 하면, 수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혹은 뭔가 그 학문의 즐거움조차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피로가 쌓여있을 때는, 교사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음성이 모두 최면 음파로 밖에 들리지 않게 되는 일도 있지만.
"야―쿠로노, 노트 빌려주라"
다만, 이번 경우는 내가 아니라 친구가 앉아서 졸고 있었다.
"상관없지만, 4교시까지 연속으로 자는건 과연 어떨까라고 생각해"
반쯤 기가 막힌 어조로 칠판에 쓰여있는 것을 정확하게 적힌 노트를 전한다.
"땡큐―! 그치만 어제 무심코 철야해버렸으니까 자는건 어쩔 수 없다고 할까, 당연하다고 할까"
변명도 하지 않고 아하하 웃는 이 남학생은 나의 얼마 안되는 친구 중 한사람, 사이카 마사루.
4교시가 끝나서 지금은 점심시간, 나는 책상 뒤의 사이카의 자리와 붙어 런치타임에 들어간다.
"그래서, 어제 밤에 끝났어?"
"아니―이게 제법 개별 루트에 들어가기 어려워서, 그냥 호감도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다른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려 질투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아서 말야――"
사이카의 대화의 일부분을 듣고,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 18세 미만은 플레이 해선 안되는 건전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공략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튼 여러가지로 시간이 걸려버린 이유야, 중간에 심야 애니를 리얼타임으로 본 탓도 있지만, 그걸로 1시간은 소비했으니까"
사이카는 평균 체형에 안경도 쓰지 않기 때문에 과연 오타쿠라고 할만한 외모는 하고 있지 않지만, 내용은 이야기를 들은 대로다.
오타쿠 수준은 말기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가볍다고도 라이트라고도 말할 수 없는 그 나름대로 헤비한 느낌이다.
라고 말하는 나도 사이카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오타쿠의 범주로 분류되지만.
내가 문예부로 집필 활동하고 있는 장르는 순수 문학도 미스터리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라이트 노벨이고.
"심야 애니는 녹화로 충분하지 않아?"
"아―냐, 애니는 역시 리얼타임에 보지 않으면 안되거든, 실황도 분위기를 살린다고!"
그런건가, 하고 적당하게 맞장구치면서 도시락을 꺼낸다.
"앗, 그보다, 아침에 들었는데, 너 오늘 시라사키 씨랑 같이 등교했었지?"
"아니, 딱히 그런게――"
"됐어 쿠로노, 그런 둔감 캐릭터 연출은"
뭐가 연출인지. 나는 매일 캐릭터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속좁은 남자는 아니거든.
"나는 두 명이 신호의 앞에서 서로 응시하고 있는 장면을 확실히 목격했다니까, 아―아―부럽
다, 에로게라면 이벤트 CG 나올 레벨, 나도 저런 이벤트 신을 리얼 체험하고 싶다고―!"
"진정해, 나랑 시라사키는 동아리가 같을 뿐이고, 그런 에로게의 시나리오가 성립하는 관계가 아니야"
"그으―래에?"
뭐야 그 마음속부터 믿지 않은 의혹의 시선은, 너의 배후에 검은 소용돌이의 이펙트를 환시 할 수 있을 정도의 오버 리액션이다.
"주인공이란 녀석은 모두 그렇게 말해! 나는 보통 고교생, 인기가 없다, 그 여자애랑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어떻게 봐도 히로인 호의 100%잖아!"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현실과 공상을 착각하지마.
일단 말해두지만 , 시라사키와는 어릴 적 사이가 좋았던 소꿉친구였다던가, 소중한 약속을 했다든가,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의리 있게 아침에 일으켜 준다든가, 클래스가 다른데 함께 옥상에서 점심식사라든지, 그런 있어 보이는 이벤트는 전무하니까"
"입 다물어라, 시라사키씨 레벨의 미소녀와 아침 등교 신으로 투샷이 되는 사태가 애초에 너무 멋진 시추에이션이잖아!
그걸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니, 너 그건 남자로서 어떤거야? 보통 남자 고교생은 여자 아이와 접점 따위 하나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 그건……"
듣고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위축되던지 미움받든지, 모두가 인정하는 미소녀 고교생인 시라사키와 아침 인사가 된다는 것만으로 이미 풍족한걸지도 모른다.
나도 문예부에 소속하지 않았다면 그 밖에 여자와의 접점 등은 전무, 클래스메이트의 이름같은건 아무래도 좋고, 인사 하나도 만족하게 한 기억도 없다.
"아니 기다려, 그런 사이카도 딱히 일절 여자와 이야기할 수 없는거 아니잖아.
너 축구부에다가, 그 귀여운 여자 매니저랑 잡담 정도는 하는거 아냐?"
"바보 자식! 그녀는 이미 주장과 교제중이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 벌써 3명째의 남자친구! 싫다고―여자의 리얼한 연애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뭐야 제멋대로인 녀석이네, 귀여우면 된거아냐?"
"멍청아! 빼앗고 빼앗기는(네토리 네토라레) 여자는 히로인이 아니야! 그런건 귀축 계인 에로게랑 아침 드라마의 존재밖에 용서되지 않아!"
"알았어 알았어,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진정해, 우선 얌전하게 의자에 앉는 것부터 시작하자, 응?"
후우―어쩔 수 없네, 라는 표정으로 털썩하고 자신의 의자에 걸터앉는 사이카.
그 대로 열을 계속 내면 싫은 의미로 클래스메이트의 주목을 모았을 것이다.
"라고할까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아이가 NG라면 시라사키도 제외겠지"
"어라, 그런가?"
나는 턱을 괴면서 약간 멀리 창 밖을 바라보면서 사이카에게 말한다.
"시라사키는, 나같은 남자 상대라도 싫은 얼굴하지 않고 접해주는 좋은 여자애잖아"
뭐 눈은 봐주지 않지만, 노골적으로 피하지 않는 것만으로 괜찮다는걸로.
"너는 얼굴이 무서운 걸, 덩치도 크고"
"그 말대로다, 하지만 조금 신경쓰고 있으니까 그 이상은 말하지 말아줘"
"OK, 그래서?"
"그래서다, 그런 시라사키의 주위에 남자가 없다고 생각해?"
당연한 일이다, 나에게만 상냥하게 해준다니 그런 형편 좋은 전개가 있을 리 없다. 아니, 원래 그녀가 정말로 상냥하고 좋은 여자애라고 한다면 그 선의를 특정의 개인에만 보낼 리 없다.
"음―, 확실히 시라사키씨와 뭔가 여러가지 타입의 꽃미남과 이야기하는거 본 적 있네"
"그래, 나는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의 한 명에 지나지 않는 거야, 좀 더 사이 좋을 것 같은 녀석은 양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있어"
"아―아, 그래―역시 리얼은 이런 거야―, 미소녀라도 인간이고 주위에 이미 좋은 남자가 있으면 사귀는게 당연하지―"
"그런거다, 시라사키라면 이미 남자친구 한명이나 두명정도 있는게 당연――"
"없어"
나의 대사를 멈춘 건 사이카가 아니다, 라고 할까 이놈이 이런 사랑스러운 소리를 갑자기 낸다면 앞으로 친구로 있을 자신이 없다.
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이 목소리는, 혹시……
"나, 남자친구같은거 없어"
"시, 시라사키..."
왜 여기에,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나오지?
나 방금 말했지, 점심시간에 함께 옥상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 관계가 아니라고, 옆 반에서 일부러 내가 있는 곳까지 찾아온 건 처음이다.
랄까, 어째서 나는 지금 이렇게 꺼림칙한 기분이 되는거야, 심장이 쿵쿵 뛰고 있고, 아, 얼굴에 식은 땀이 흐르는게 확실히 느껴진다.
기다려, 진정해라, 나는 별로 시라사키의 험담같은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뭔가......미안, 제멋대로 말해서"
하지만 나는 사과해 버리고 말았다.
응, 뭐 그렇다, 타인의 남녀관계를 마음대로 억측으로 이야기하는건 결코 품위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말이야, 본인이 들었다면 이건 사과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겠지.
"아, 딱히 화내고 있는게 아니야, 미안합니다"
"아, 응, 그런가, 그렇다면 괜찮지만..."
아니아니 이 분위기는 절대 좋지 않잖아, 사이카는 이미 석상이 되선 완전히 나는 무관계합니다~라는 자세를 지키고 있다.
아무래도 격노, 라고할 정도는 아닌것 같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걸 왠지 모르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저, 본인이 괜찮다고 말한 이상은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는 수 밖에 없다.
"어―음, 그래서, 뭔가 용무가 있어?"
"응, 그, 아침에 말할 기회를 놓쳐버려서"
우선, 등장할 때부터 변함없이 고개를 숙인 상태로 표정이 잘 안보이는 시라사키의 심중을 헤아리는건 그만두고, 대화의 내용에 집중하자.
그녀의 말을 들으면, 역시 아침에 뭔가 연락 사항이 있었다고 하는것이다.
"오늘의 동아리,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까......절대, 와줘"
"회의? 그렇구나, 알겠어"
어제는 해산때에 그런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지만……뭐, 이렇게 일부러 연락해 준다는 것은 급한 사정이 있는 걸까.
결국 오늘 동아리에 나온다고 하는 예정에 아무런 변화는 없다.
"응, 그러면……기다릴게"
"아아, 일부러 고마워"
이렇게 짧고 사무적인 대화를 마치고 시라사키는 빠른 걸음으로 교실에서 떠나갔다.
대화가 짧은 것도 사무적인 이야기 것도 평소의 일이지만.
"아니―미소녀는 묘하게 박력 있네!"
방금 전까지 침묵을 자처하고 있던 매정한 친구가 살아난다.
"사이카, 너 좀 더 뭔가 보충해줘도 좋았던거 아냐?"
"아니아니 무리잖아, 애초에 나 면식도 없고. 그렇지만 좋게 해결되서 다행이네!"
해결된건가 저게? 절대로 내 호감도가 대폭 내려갔을 뿐이잖아.
"―랄까, 시라사키 남자친구 없다는데, 다행이다 쿠로노! 기회가 있다고!"
"아, 또 그 이야기로 돌아가는거네"
"역시 고교생활이라고 하면 연애 이벤트잖아!"
"리얼은 싫었던게 아니었냐"
"좋―아, 뭔가 나도 의욕 생겼어, 어이 쿠로노, 이번에 시라사키씨를 소개해줘!"
"너는 나를 응원하고 싶은건지, 자신이 사귀고 싶은건지, 어느 쪽이야"
그러나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아는 사이 레벨의 관계로 친구를 소개할 수 있을 만큼 나의 커뮤니케이션 레벨은 높지 않다. 즉 시라사키에게 사이카를 소개하는 것은 나의 능력상 불가능하다.
"그것보다 도시락, 빨리 먹자구"
"그것도 그렇네, 점심시간 짧―으니깐, 아―아, 좀 더 쉬는 시간 2시간 정도 되지 않는걸까――"
내가 시라사키와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하는 동안에도 책상 위에 방치해뒀던 도시락 상자에 손을 댄다.
뚜껑을 열면, 거기엔 엄마 특제의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종류의 요리들이 기다리고 있을테지만,
"뭐야, 이거,,,"
흰 밥의 위에 수수께끼의 분홍색 조각으로 그려진 큰 하트 마크가 눈에 들어 온다.
"에, 어라, 뭐야 쿠로노의 도시락!? 이런 노골적인 애정 도시락, 게임에서 밖에 본적 없어―!?"
"아, 그런가――"
도시락을 먹는 대상에 향한 한결같은 사랑 밖에 느껴지지 않는 이 일품, 이건 결코 엄마가 나에게 향한게 아니다.
"엄마, 내 도시락 잘못줬구나......"
이것은 틀림없이 누나가 남자친구를 위해 만든 수제 도시락이다.
얼마나 불행한 엇갈림인가, 분명 지금쯤 누나의 남자친구는 엄마가 만든 무정의 도시락을 먹고 있을 것이다.
"우오―굉장해―! 하트야 하트, 아하하! 굉장해―!!"
나는 쓸데없이 텐션을 올리는 친구를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누나의 수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누나여, 이건 조금 사랑이 무겁지 않을까.
.
.
.
기합이 들어간 도시락을 완식하고 남은 2시간의 수업을 극복한 방과후.
무사히 청소 당번을 마친 나는 교실을 나와 바로 문예부의 부실로 향한다.
교실과 같은 구조의 미닫이문을 와르르 열고 이미 익숙해진 부실로 들어간다.
"어라"
무심코 얼간이같은 소리를 내버린다. 왜냐하면 부실에는 겨우 한사람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예부는 인원이 적은 부이고, 유령 부원도 있지만, 회의가 있다고 연락까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소 당번으로 다소 늦은 내가 도착한 시점에 한사람 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미 부장으로 시작해서 선배들이 여느 때처럼 잡담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광경을 상상했는데 시원스럽게 배신당한다.
더 말한자면, 그 유일하게 모인 부원이 시라사키라고 하는 일도 예상하지 못했다.
문을 등지고 앉아 있어도 그 특징적인 황갈색의 머리카락으로 바로 판별이 된다.
"아, 쿠로노군"
"시라사키 혼자구나"
"으, 응……"
넵, 대화 종료
나에게는 귀엽지도 가면같은 변화도 없는 그녀에게 그 이상 계속하는 말을 걸지 않았다.
내가 좀 더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면서 적당히 자리에 앉는다.
머리로는 다양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입에 나오는 말은 하나도 없고, 또 그녀도 아무말도 없다.
시라사키의 손에는 귀여운 커버가 걸린 문고본, 나도 거기에 모방해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려고 가방에서 자작의 라이트 노벨을 꺼낸다.
A4의 복사 용지를 묶은 수제 노출의 책자에는 '용사 아벨의 전설' 이라는 현재 RPG에도 볼 수 없는 직설적인 타이틀이 표기되어 있다.
이것은 내가 중학생 무렵에 처음으로 쓴 이야기로, 뭐 내용은 타이틀 대로 용사인 아벨군이 마왕을 쓰러뜨리러간다 라고 하는 어떤 왜곡도 독창성도 없으며 게다가 문장력도 변변치않은 아마추어 작품도 좋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완결시킨 추억의 일작이다.
오늘은 오랫만에 다시 읽어 볼까, 라든지, 속편이라도 써 볼까, 라든지 다양한 생각이 있어서 가져왔지만......
거의 무음, 부실에는 운동장에서 울려오는 운동계의 동아리의 구령과 나와 시라사키의 각각 가지고 있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뿐.
조금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아까 펼친지 얼마 안된 라노벨의 문장이 거의 머리에 들어 오지 않았다.
뭐야, 왜 아무도 오지 않는거야? 회의가 있는게 아니었던걸까? 누구라도 좋으니까 빨리 오지 않을까, 점심시간의 일도 있어서 솔직히 시라사키와 단둘이서는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아아, 애초에 시라사키와 단둘이 있었던적은 한번도 없었던가, 항상 누군가를 사이에 끼운 채 이야기했으니까.
아니, 하지만 이대로 침묵인체로 있는건 뭔가 괴롭다, 여기는 다소 엉뚱해도 뭔가 화제거리를 내야하는게 아닐까.
그래, 나와 시라사키는 같은 문예부, 다소 장르는 다르지만 책이라고 하는 공통의 화제가 있다, 못할건 없다.
게다가 어차피 이제 곧 부장과 문예부 멤버가 시끄럽게 부실로 뛰어들어 오는게 틀림없다, 그때까지의 얼마 안되는 시간을 대화를 이어가면 괜찮다.
좋아, 하겠어--
""저기""
큭, 소리가 겹쳤다!
"앗, 미안"
"응..."
어색하다, 방금 전까지 서로 말이 없었는데 말을 걸려하는 타이밍이 겹치다니.
"먼저 말해도――"
"아, 괜찮아, 쿠로노군부터, 이야기해줘"
라고 재촉받지만, 이쪽은 굉장한 화제가 있는게 아니다.
"아니, 그게, 모두 늦는구나―, 라고 생각해서"
터무니 없이 개성 없는 내용에 오히려 자신이 심하게 시시한 인간으로 생각되어 견딜 수 없다.
"아, 응, 그렇네, 나도..."
하지만, 뭐 시라사키도 비슷한 걸 말하려고 했던것 같고--
"……으응, 달라, 다른거야"
"응?"
"사실은,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게 아니야"
뭔가 방금전의 조용한 태도와는 변화가 보인다.
다르다, 라고 하는건 나에게 따로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 걸까?
"저기, 저기말이야――"
각오를 결정한 것처럼 시라사키는 기세 좋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어선 시라사키는, 언제나 고개를 숙여서 결코 나와 맞추려고 하지 않은 눈을, 지금은 확실히 두 눈으로 응시한다.
귀여운 둥근 눈동자에는, 각오를 느껴지는 강력한 색채가 머물고 있다.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약간 놀라지만, 열심히 평정을 가듬었다.
"거짓말, 이야……"
"에, 뭐가?"
"회의가 있다, 라고 한 거, 그건 말야, 거짓말이야"
무슨 말을 하는걸까, 의미는 알지만 의도를 전혀 모른다, 머릿속이 ? 마크로 가득찬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별로 화가 나는 거짓말도 아니고, 애초에 이유가 전혀 짐작가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이야기를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응, 그래서말이야, 그게......"
"......"
생각했던 것보다도 긴 침묵,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시라사키에게 말을 걸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입다물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 나, 나는――"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말했다,
"쿠로노군을――!!"
그래, 확실히 시라사키는 말했을 것이었다.
"......?"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시라사키의 목소리도, 밖에서 들려와야할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왜, 어째서 아무 소리도 안들리지? 갑자기 고막이라도 다친건가?
"――읏!?"
소리가 없는 세계에서, 갑자기 나의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지금까지 두통에 시달린 경험은 감기와 함께 몇번 정도 있지만, 이 정도로 심한 것은 처음이다, 아니, 애초에 통증의 질 그 자체가 다르다.
이건 단순한 두통따위가 아니야, 좀 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
시야가 반전한다, 몸에 전해지는 충격과 고통.
몇 초가 지난 후에야 자신이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라고 깨닫는다.
변함없기는 커녕 1초 마다 점점 심해져오는 두통 탓에 마루에 엎드린채로 일어날 수 없었다.
나에게 허용된것은 그저 머리를 움켜쥐고 몸부림 치는것 뿐.
지나친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자신의 귀로 듣을 수도 없다.
"―――!"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본적이 없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시라사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통증을 호소하는 것보다, 구급차를 부르는 것보다, 내 탓으로 그녀에게 이런 비통한 얼굴을 만들어버린게 신경 쓰였다.
눈에 비치는 그녀의 우는 얼굴, 그 광경에 조금씩 검은 모래 같은 뭔가가 휘날린다.
위험하다, 드디어 시각까지 이상해진거 같다.
그 검은 것은 바로 모래폭풍처럼 시야를 덮어버려 눈앞에 있어야할 눈물을 흘려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가린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무것도 안보여, 눈치채면 마루에 뒹구는 감촉도 느끼지 않는다, 이미 호흡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머릿속을 철저하게 유린하는 통증뿐.
죽는건가, 나는――
오감이 닫힌 완전한 어둠 속에서 나는 마침내 자신의 의식마저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죽기 싫어――
그것이 마지막의 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