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9화 〉109편 (109/109)



〈 109화 〉109편

이상한 아이였다.


이따금 중얼거리며 하늘을, 어딘가를 바라보곤 하던 소년. 멍한 눈은 무엇도 담고 있지 않았다.

까마귀 긴코가 토키토 무이치로를 처음 만났을 때 감상은 그랬다. 이상한 아이.


그래서 더 놀랐을지 모른다.

 옆에서 부리로 깃털을 손보고 있을 무렵, 무이치로의 손이 말없이 내려앉았다. 갑작스런 접촉에 긴코는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릴 만큼 놀랐다. 텅 비어있던 인상과 달리 그 손길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그런 소년이 웃었다. 다른 아이들과 거리를 좁힌 뒤부터. 웃는 곁은 포근해서 계속, 오래도록 있고 싶었다.

화를 내기도 한다. 또 다른 표정도. 무이치로는 변하고 있었다. 긴코는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괴물.

무이치로가 괴물과 마주쳤을 때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자의 칼이 살을 헤집고 소년이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하던 순간, 이미 날고 있었다.


"도와줘!!"


비명. 쇳소리. 무한성은 도처가 전장이었다. 그 누구도 여유는 없다.

"제발 도와줘!!!"


애타게 외쳐봐도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다. 멈춰선 안 돼. 그 아이가 죽고 말아.


전에 없이 빠른 비행. 작은 폐가 찢어질듯 아프다. 심장이 튀어나올  같다. 그래도. 날갯짓을 더한다. 가꿔온 깃털이 떨어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긴코는 죽을 듯이 세차게 파닥인다.

서걱

파육음.

까마귀의 눈에 붉은 무언가가 어른거린다.


혈귀를 베어내고 서있는 그 사람.


까마귀는 비명처럼 소리치며 날아든다.













"염주 렌고쿠 쿄쥬로, 확인했습니다!"

까마귀에 붙은 눈으로 시야를 공유하던 쿠이나가 알린다.

우부야시키 일가의 어린 당주, 키리야는 작은 주먹을 꾸욱 쥔다.


"정말 다행이다..."

주급 전력 복귀는 더없이  도움이 된다.

"배치는 어떻게 할까요?"


"목적지는"


카나타의 재촉하는 듯한 물음에 무한성 지도 위를 짚어가는 손가락. 곧 키리야는  곳을 가리킨다.









일어서려던 무이치로는 문득 깨닫는다. 무릎이 굳어 움직이질 않는다. 팔이, 턱이 떨린다.


아파서도, 다른 부상때문도 아니다.

상현의 1. 그가 내보인 한 수에 손이 절단났다. 손쉽게 제압당했다.


검술, 위력. 어느 하나 압도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자신에게 후손이라 칭할 정도로 아득한 세월을 살아낸 괴물인데. 정말 이길 수 있는 걸까. 온전한 신체 상태로도 져버렸는데. 검사에게 필수적인 부위를 상실한 뒤인데 가능한가?

냉기가 핏줄을 타고 스미는 것만 같다. 모두 까맣게 좀먹혀간다.


누군가 잡아끈다. 멍하니 바라본다. 왼손. 아직은 남아있는 그 손을 움켜쥐는 온기.


"일어서라."


음성의 근원으로 시선이 따라붙는다. 응시하는 눈. 형형한 눈빛.

"할 일이 남아있다."


무슨 할 일. 내게 무엇을 기대하는 거지. 남은 이 손으로 할  있는...

...구해주세요...


닿았었다. 식어가던 그 손에. 혈귀에게 당해 죽어가면서도, 동생인 무이치로의 안위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속삭이던 유이치로. 핏물이 말라붙고 차갑게 굳어도 차마 놓지 못한 그 손. 의식이 까마득해져도 놓을 수 없었던 그...


더는. 더는 아냐. 싫어.

잃기 전에. 아직 남아있을 때. 지금.

"아직...이야."

주먹에 힘을 주어 움켜쥔다. 뜨거운 그 손을. 부상을 타고 통증이 찔러온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일어선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소년은 검을 잡는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걸음을 내딛는다. 하주 토키토 무이치로는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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