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6화 〉106편 (106/109)



〈 106화 〉106편

"좀 주무시라니깐..."


나지막한 한숨, 한 마디.

"날이 밝았던가."


책을 덮는다. 시선을  그곳에는 그녀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이 사람도, 저 사람도... 근 몇 달간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당신이 포함될 줄 몰랐는 걸요."

책망하듯 뚱한 눈빛.

"중요한 일이"


"지금 치료보다 중요한가요?"


침묵. 틀린 말도 아니어서 쿄쥬로는 뒷말을 삼킨다.

"아침에 오겠다 전달드렸고, 쉬셔야한단 말씀에는 고개까지 끄덕였으면서 어쩜 이리... 에휴..."

재차 한숨을 내쉬며 손짓하는 그녀. 뒤에서 눈치만 보던 칸자키 아오이가 조심스레 나선다.


"식사"


단답. 무언가 많이 빼먹은 시노부의 말처럼, 아오이가 받쳐든 쟁반 위 그릇은 많이 비어보였다.

이물질 하나 없이 맑다. 그릇 바닥까지 비친다. 희끄무레한 색깔만이 짐작케 할 뿐이다. 쌀알  톨인가 지나갔겠거니.

침묵을 지키는  사람. 안절부절못하는 아오이. 쿄쥬로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릇을 받아든다. 작게 숨을 뱉고는 물러나 돌아선다. 아오이는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


"먹어야겠지."

"그렇죠."

가만히 응시하던 그는 이내 입가로 그릇을 옮긴다. 한 입.

"...맛없다."


"맛있는 음식을 바라신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주시길. 치료가  이루어져야 회복이 빨라질 테니까."


안색이 좋지 못한 쿄쥬로. 생글생글 웃음을 띄우며 단단히 일러둔다. 충분한 휴식은 필수라고.


"아직 무리니까 되도록 움직이지 마시고, 잠, 잠을 꼭! 제 때 충분히 자야돼요. 아시겠죠?"


"알..겠다."

생기없이 답한 그는 슥 누워버린다. 정확히는 힘빠진 몸뚱일 침대가 받아주는 모양새였지만.


가벼이 목례를 남기고 일어서는 시노부. 그녀의 뒤로 아오이가 그릇을 챙겨든다.

복도로 한 걸음 내딛는다.


표정이 어둡다.

그녀는 쿄쥬로가 음식물을 섭취하는 내내 유심히 지켜봤다. 액체는 고형의 식사보다 소화가 빠른 편. 물에 가까운 식사는 금새 도달했을 것이다. 바로 그, 부상을 입은 위치, 그곳의 장기에도.


지금은 방법이 없다. 안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치명상이었을 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명확히 진단하고 조치가능할 텐데, 어찌할 도리가 없음에 아쉬워할 뿐. 식사하는 염주의 순간순간 반응에 집중하고 예후를 논할밖에는.

"하다못해..."


아오이가 소리에 돌아보다 고개를 숙인다. 입가에 가만 손을 얹고 고요히 중얼거리는 충주의 모습.


불과 얼마 전 접한 서양  문물 가운데 그게 있었다. 신체 내부를 보는 수단이.

X선. 뢴트겐이란 자가 발견했다는 현상이다. 이를 활용하면 겉으론 뵈지 않을 뼈도 사진으로 남길 수가 있단다. 신기하기 짝이 없다. 허나, 그저 소식일 따름. 충분한 기술 개발도, 보급도 이루어지지 못해서일까, 존재한다는 사실만 아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염주의 경우 골절따위보단 내장 관련 문제였으니. 찍힐까, 그것도?


"하..."


미간을 꾹 누르며 걸음을 재촉한다. 꾸준한 진찰, 처치. 그것 뿐이다.





한편 쿄쥬로는 여전히 깨어있는 채. 밤을 샜다고는 하나, 골똘히 몰입했다보니 눈이 감기질 않았다.


다시금 책을 집어들까, 고민하다 그만둔다. 충주의 표정이 선하다. 그렇다면 달리  일도... 없다.


영양을 도외시한 흡수 위주의 식사. 기운이 나질 않는다. 언젠가 먹었던 도시락이 눈 앞에 잡힐듯 하다.

어떻게 깨어났다고는 해도 여건이 되질 않으니 신체 단련은 당장 금물. 텅 빈 위장에 몸은 개점휴업 상태.

생각하자. 무엇을 해왔고 해야할지. 그린다. 형, 궤적. 떠올리고 가다듬는다.


우선 이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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