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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화 〉87편 (87/109)



〈 87화 〉87편

"우부야시키이이이이!!!!!!"

폭염에 휩싸이며 무잔은 외쳤다.


신체가 절단나고 업화와 같은 불길이 살덩이를 불사른다. 안면 함몰, 신체 조직 상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단순 폭발이 아니었다. 폭약에 자잘한 마름쇠를 넣어 전신에 박혀들어버렸다. 가시가 몸 안에서 쑤시는 기분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증오한다. 그야말로 미친 놈이었다. 카가야, 그 자신과 더없이 가까울 아내,  딸까지 제물삼아 자폭했다.

끝까지 의심했어야 했다. 지나치게 허술했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한 절대적 신뢰, 목전의 죽어가던 카가야, 온화한 말투와 태도가 막아버렸다. 함정일 거란 가능성에 미칠 생각의 여지를 틀어막았다.

방심하지 말아야한다.


무잔은 폭발이 지나간 자리에서 너덜해진 몸뚱이를 재생시키며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우부야시키,  놈이 이토록 치밀하고 광기어린 놈이라면, 이것으로 끝날 리 없다.'

다음 수가 있다. 무잔이 되살아나리란  충분히 예측했을 터. 다음은 무엇인가.

새카맣게 타들어갔던 피부는 점차 빨간 근섬유들이 이어지고  위를 새로운 피부가 덮으며 느리지만 천천히 되살아난다. 날아간 팔, 뒤틀리고 으깨진 다리, 파열한 안구와 뇌, 두개골, 골격, 모든 부분이 순조롭게 재생된다.

이대로라면 살아남는다. 이번에도 승자는 자신이다.


살이  자리를 채우며 마름쇠를 밀어내고 안정을 찾아간다.


둥실


무잔의 사방을 둘러싸듯 작은 고깃덩이들이 떠오른다.

'설마, 혈귀술?'


츄욱

이내 고깃덩이들은 폭발하듯 몸체를 부풀린다. 개개의 조직은 돋아나는 가시나무 가지의 형상이 되어 뻗어나더니 무잔의 몸통을 파고든다.


움직이지 못한다.

취약했던 시점. 몸을 관통한 혈귀술은 근육 속으로도 자잘하게 뿌리를 내려 고정시킨다.

흡수한다.

혈귀술은 혈귀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무잔 자신이 만들어냈다. 빨아들여 몸의 일부로 하면 되는 거다.


푸욱

별안간 눈 앞에 나타난 여성. 왼 손을 무잔의 복부에 박아넣는다. 한창 흡수에 열중하던 차, 덩달아  손과  또한 흡수해버리기 시작했다.


"타마요!! 어째서 네가 여기에!"

여인, 혈귀 타마요의 전신을 감싼 화려한 기모노 겉에 몇 장이고 붙은 종이.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그것들은,

'눈속임의 혈귀술.'


대체 무얼 위해. 접근해서 공격해봐야 방금 전처럼 결국 흡수당하고 가로막힌다. 그 뿐이다. 목적이 뭐냐.

"속박한 가시, 이건 아사쿠사에서 당신이 혈귀로 만든 남자의 것입니다."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리고 이 손, 당신이 흡수하고 있는 그 손에는... 귀신을 인간으로 돌리는 약이 들어있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제 힘만으로는 무리였지만 상황이 변했어요!"


생전에 우부야시키 카가야는, 오래전부터 무잔의 주박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대항하던 타마요에게 접선했다.

협력.


카마도 탄지로와의 만남에 마음이 동했던 그녀는 미심쩍어하면서도 결국 믿기로 했다.

귀살대 내에 비밀리에 들어와 연구를 이어갔다. 만들었다. 탄지로가 보내온 혈귀들의 피. 네즈코에 관한 탐구. 귀살대 안에 쌓인 지식과 자원. 모든 걸 활용해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다. 그 일부가 바로 혈귀의 인간화 약.

무잔은  여자가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넌 내게 말했지. 병을 낫게 해달라고. 나아서 남편,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면서 말이야. 그 소원, 들어주지 않았던가?"


"내가 바란 건 그런  아니었어!!"

무잔의 손아귀에 머리채를 잡히고, 그의 엄지에 오른눈을 꿰뚫리면서도 남은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타마요.


과거 그녀는 행복했다. 자상한 남편. 눈에 넣어도 안 아팠을 아이. 어느날 불행이 찾아든다. 병. 어떤 의사도 고개를 내저은 불치병이었다.


그  무잔이 나타났다. 속삭였다. 낫게 해주겠다.


절박한 마음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손가락에 찔렸다. 인간같지 않던 힘. 자신의 머리를 뚫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정신을 차리니, 놀랍게도 몸이 한결 가벼웠다. 병석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고대했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과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랑해 마지않던 그들과 마주한 순간.

배가 고팠다.


어째서, 란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냄새, 식욕에 지배당했다. 평소 느끼지 못한 감각. 남편과 아이는 신선한 고기로 비친다. 그 살갗 아래 흐르는 피를 마시고 살덩이를 뜯고 싶다.

정신을 차리니 정말 그렇게 해버린 뒤였다. 사랑하던 그들은 피묻은 옷가지와 육편, 뼈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타마요의 손에는 핏물이, 입가에는 끈적한 침과 혈액이 뒤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 그렇게 됐잖아. 한 몸이 되어서 말이야."

조소. 무잔은 그녀를 비웃는다.

"무자아아안!!!!"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자포자기해 살인을 일삼았다. 혈귀의 욕망을 제어하려 시도조차 안 하고 그저 휩쓸렸다.

그러다 만났다.

시초의 호흡을 하는 검사.

그와 키부츠지 무잔은 격전을 벌였다.  무잔은 패퇴했다. 패배를 직감한 무잔은 자신의 몸을 무수한 육편으로 폭발시켜 도주하려 했다. 검사는 그중 팔 할 이상을 베었다. 무잔은 겨우 생존했으나 대부분의 능력을 상실하고 후일을 기약한다.

그 때. 타마요는 자유를 찾았다. 이전까지는 무잔의 저주로 모든 수하의 혈귀들은 그의 뜻에 거스르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다. 그녀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포자기와 더해 제약 탓에 피를 뿌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도 호기를 만나 벗어났다. 자유의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무잔을 죽인다.

"나는! 너와 여기서 죽겠어!!"


그녀가 씹어뱉듯 외치는 시점, 무잔은 감지한다. 모여들고 있다. 위협적인 존재들이.


"히메지마 씨, 부탁합니다!!!"

그녀의 외침에 답하듯 나타났다.

"나무아미타불!"

사슬에 연결된 철퇴를 회전시키며 눈물을 흘리는 거한이. 암주 히메지마 교메이는 분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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