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76편 (76/109)



〈 76화 〉76편

"...여긴..."


"익숙한 천장이지?"

"사부...님."

"오늘도 깨어난 거 못 보고 가나 했다."

병을 고치러 떠난 온천행. 겐야는 도리어 병을 얻어왔다. 부상 부위에 붕대를 감은  이레 넘도록 누웠다가 방금 깨어난 것이다.


"겐야...형니임..."

울먹거리며 힘없이 놓인 겐야의 손을 잡는 센쥬로. 누운 겐야도 손가락을 움직여 맞잡아준다.

"혈귀...상현의 그놈은 어떻게 됐습니까?"

센쥬로에게 미미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겐야가 별안간 다급하게 물어온다.


"그 녀석은 죽었어. 눈 앞에서 똑똑히 봤으니까."

대답은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겐야가 고개를 돌린다.

"안녕, 겐야? 좋은 아침이야!"

"너나 나나 피차 좋은 꼴은 아닌데."

탄지로가 병상에 누운 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끄응 몸을 일으켜 앉는다.

"이 정도로 그쳤으니 좋은 편이기는 하지. 무려 상현이 둘이나 왔었다던데?"


당시 대장장이들의 마을에 출현한 상현의 혈귀는 둘.


상현의 4, 한텐구. 카마도 탄지로와 하주 토키토 무이치로가 처음 조우했다. 이후 무이치로는 혈귀의 술법으로 전투 이탈, 네즈코와 시나즈가와 겐야가 가세, 연주 칸로지 미츠리까지 동참해 처단.

상현의 5, 굣코. 마을 피해자 발생의 주 원인. 이탈당한 무이치로가 코테츠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협력해 상대, 소멸시킴.


겐야가 이송되고 나서 열린 지주 회의에 보고된 사건의 전말이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네즈코도 그런 고통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탄지로는 말 끝을 흐린다. 그의 표정이 어둡다.

한텐구의 본체가 목잘린 분신의 안에 숨어 마지막 발악을 하던 그 순간. 탄지로 최후의 검격이 얕은 상처만을 남기고, 혈귀에게 쫓기는 대장장이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그 때.

"늦지 않게 떠올랐군. 태양 덕분에 해결된 건가."

일출이 곧이었던 시점, 겐야는 사격을 했고 정신을 잃었다. 뒤의 일은 모른다. 거대한 생명력을 자랑했던 상현을 상대로 그저 할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 그 행동이 통했는지까지는 확신이 없다.

"불탔어. 안에서부터."

"안...이라고?"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이 혈귀를 불살랐다. 탄지로는 증언했다. 멀리서 폭음이 들렸고, 무언가 뚫고 지나갔다.

'갸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 분신의 심장 속에서 드러난 부위로 비웃음을 짓던 그 상현은 극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이어 중심부터 번져나간 불꽃이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거, 겐야가 했다며? 만일 해가 떠오르기만 기다렸다면 주민들의 피해가 몇은 더 발생했을 거야. 고마워."


탄지로가 따스하게 미소짓는다.

"형님.. 이거 맞죠?"


옆에서 센쥬로가 내민 물건은 총, 소총이었다. 묵직하다. 미약하게 화약내가 난다.

"이레도  전에 겐야 형님이 병동에 옮겨지셨을  보내진 것들이에요."

일륜도, 개켜진 대원복,단검, 산탄총, 가죽 고정끈, 탄주머니까지. 함께 한 모든 장비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 탄지로.. 네 동생은 어떻게..."

"그게 네즈코는"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앉아있던 탄지로의 머리 위로 쏙 튀어나오는 얼굴.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받아 환히 빛나는 그 얼굴.

"어, 어어... 아니 괘, 괘, 괜찮은 거냐? 네 동생은...그...몸이..."

당황한 겐야. 그도 그럴 것이 탄지로의 동생, 네즈코는 혈귀였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혈귀라지만 어쨌든 햇빛에 노출되면 위험하다.


"안녕!"


대나무를 잘라 만든 재갈은 물고 있지 않다.

"어, 아, 안녕."


겐야는 얼떨결에 그녀의 인사를 받아준다. 탄지로의 정수리에 톡하고 머리를 얹은 네즈코. 그녀가 싱긋 웃는다. 탄지로가 손을 내밀어 가만히 네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타마...아, 아니 이유는 모르지만, 네즈코는 이제 태양을 극복했다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처럼 햇빛을 받으며 걸어다녀도 아무렇지 않아."

"우와... 어떻게 그런 일이..."

"신기하네."

센쥬로도, 다년 간 혈귀를 봐온 내 입장에서도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때... 탄지로,  여동생은 죽는다 생각했다. 비겁한 변명일지 모르지만 몸을 못 움직이겠더라. 부상을 입은 그 상황에서 최선은 어떻게든 혈귀를 막자는 거였는데..."

겐야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간신히 입을 열였다.

"...다행이야...정말...다행..."

"다행이야!"

티없이 맑은 목소리. 네즈코는 밝았다. 겐야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만다.

"우와악! 네즈코 쨔아아앙!! 여기있었구나!"

"이노..."


"아니, 젠이츠! 난 젠이츠야! 그런 짐승 대가리로 부르지 말아줘..."


"제니...츄!"


"귀, 귀, 귀여워죽겠어어어어!!!"

산통을 깨고 노란 머리의 소음 등장.

"시끄럽다..."

젠이츠를 보자마자 급격히 일그러지는 겐야의 표정.


"젠이츠... 여기는 병실이니까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으갸갹!"


소리나게 뒤통수를 내리친 그것은 칼집. 탄지로의 머리통을 깨고 등장한 사내.


"아직  단계밖에 갈지 않았는데 멋대로 가져가다니..."

"하가네즈카 씨?"

얼얼한 부분을 어루만지는 탄지로와 대장장이는 칼을 두고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토키토 군이 넘겨주는 바람에 그 칼인 줄도 모르고... 어라 전엔 글자가 없었는데?"

"너희들이 녹을 더 벗기기도 전에 가져가서 그렇잖아! 이 멸滅 자가 보이도록 처음부터 다시 연마하느라 죽는줄 알았다고!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

"네즈코 쨩! 그렇게 나쁜 말은 쓰면 안 돼! 이노스케 다음으로 못된 말이라고!"

수련하러 진작 돌아간 사부, 센쥬로의 공백. 겐야는 괴롭다.


"제발... 조용히 쉬고 싶"


와장창

"우오오오!!!!!"


터져나간 유리창. 창문을 깨고 등장한 인물은 멧돼지탈을 뒤집어쓴 이노스케.

"이 몸 등장! 우하하하!"

"이노스케! 이런 짓 하면 시노부 씨에게 혼난다고게겍!"

"넌 칼을 망친 죄로 나한테 혼나야겠다... 죽어!"


"죽어!"

"네즈코 쨩! 그런 말을 따라하면  된다니깐! 야, 이노스케! 뭔 짓했는지 나 좀 보자, 이 자식아! 나만 보면 니 이름부터 튀어나온다니까!!"


혼란. 이노스케는 벽에서 천장으로 펄쩍 뛰며 소리지른다.

"강화강화강화! 합동 강화 훈련이 시작된다!! 다 죽었으어!!!"


"제발..."

귀를 틀어막고 고통을 호소하는 겐야. 소동은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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