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75편 (75/109)



〈 75화 〉7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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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지로의 동생인 네즈코도 치열한 전투 중이었다.


"얼른 처리해. 뭘 꾸물거리는 거야."


"알았다고! 이 년의 팔다리를 뜯어내서 못 쓰게 만들어주지!"

"우응!"


석장의 재촉에 부채가 달려드는 네즈코를 상대한다.

재빠른 접근으로 부채를 봉인당한 혈귀는 그녀와 격투전을 벌였다.

몇 차례 맞부딪치다 혈귀가 네즈코의 팔을 붙잡는다.


뚜두둑


"끄그극!"

대나무 재갈 사이로 비명이 샌다. 거센 완력에 그녀의 붙들린 팔뚝은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튀며 근육이 끊긴다. 뼈까지 부러지며 잡아뽑힌다.


"제기랄"


복부에 찔린 창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 중인 겐야는 그 광경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파문으로 강화한 손아귀의 힘으로 움켜쥔 창. 덕분에 깊이 찔리는 사태는 막았다. 그러나 상현의 힘은 만만치 않아서 걷어내기가 힘들다.


"...사위급 기수급고독원..."


"뭐야, 아미타경? 죽을 때가 되니 신심이 깊어지셨나?"


빈정대는 혈귀를 무시하고 불경을 왼다.


암주의 수행. 그 중 바위밀기. 비결인 반복동작을 깨달아가던 차였다. 겐야의 동기부여 수단, 시작은 불경.


꾸구국


"이 놈이?!"

 혈귀가 탄성을 지른다. 파문에 더해 반복동작의 힘으로 근육을 부풀리자 움직인다. 교착상태가 변화한다.

밀친다. 순간 균형을 잃고 놈이 넘어진다. 단검을 쥐고 팔을 치켜든다.



"컥!"

창 혈귀의 중심부에 쑤신다. 손을 더해 양손으로 있는 힘껏 쑤셔박았다. 이어 파문을 흘려넣는다.

치익

"으기긱"

빠르게  군데를  찌르자 부들거리며 몸을 떠는 혈귀.



네즈코의 팔을 잡아뜯은 부채 혈귀. 그녀를 밀어내고 자신의 무기를 쥐려한다.

"웅!"


퍼걱


네즈코의 발차기. 수직으로 차올린 그 일격에 부채 혈귀의 머리통이 뒤로 젖혀지다 못해 터져나간다.




동시에 부채 놈도 공격을 했다. 그 발이 네즈코의 배를 넘어 등을 뚫고 나왔다.


"귀찮게 구는군!"


석장 혈귀가 뒤에서 석장을 번쩍 치켜든다. 내려찍을 셈이다. 혈귀의 다리를 붙잡고 발버둥치는 네즈코. 옴짝달싹하며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시도하나 다리에 꽂혀 박제된 동물같은 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거나 먹어라."

지지지직


"그그극! 으극!"

석장의 전격에 푸들거리는 네즈코.


창 혈귀를 찌르던 겐야는 다급하게 움직였다. 복부의 상처가 쓰리지만 서두른다.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산탄총 탄환을 장전한다.

떨어져서 사격하면 혈귀는 물론 네즈코도 범위에 들고 만다. 위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근접해야한다.

"아닛!"


급속 접근에 당황한 기색의 석장. 파문을 집중한 어깨로 밀치듯 파고들며 산탄총을 겨눈다. 석장 혈귀의 턱 밑에 총구를 처박는다. 격발.

콰앙

영거리 사격. 혈귀의 머리통이 부서지며 육편의 분수가 솟구친다. 사이사이로 비산하는 작은 구슬들.


네즈코는 여전히 번개를 뿜어내는 석장에 고정당한 채 마비되어있다.

찌릿


"윽!"


어렵다. 어떻게 뽑아야하는 거지?


"겐야, 네즈코!!"

붙잡혀갔던 탄지로의 등장. 파괴당한 머리통을 끈덕지게 재생하는 석장 혈귀가 손아귀에서 별안간 석장 하나를  생성한다.





공격해 전격으로 마비시킬 심산이었을 터인데 막혔다. 탄지로가 내민 발 하나. 아까 그를 끌고 날아갔던 혈귀의 맹금류를 닮은 발이다.

"치잇, 같은 세포인 우로기의 발이라니!"

아무래도 같은 뿌리의 혈귀에게는 전격이 안 통하는 모양이다. 탄지로는 반격해 석장 혈귀의 턱을 올려 벤다.

곧장 손에  혈귀의 발로 네즈코에게 꽂힌 석장을 제거.


탄지로 후방의 기습은 네즈코가 받아낸다.


"크아악!"


놀랍게도 네즈코를 공격한 석장 혈귀의 몸에 불꽃이 일더니 녀석이 불길에 휩싸인다. 그녀의 술법인 듯했다.

"재밌어보이는데 나도 끼워주지?!"


어느새 재생해 높이 뛰어오른 부채 혈귀. 놈이 부채를 힘껏 뒤로 제낀다. 저걸 쓰면 뭔가 위험할  같다.

급히 소총으로 교체해 장전, 조준  격발한다.





비록 저지력은 떨어질지라도 균형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 부채 혈귀가 공중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하한다.

탄지로를 납치했던 날개 혈귀가 부채 녀석을 낚아채 착지한다.

창을 거머쥔 혈귀도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재생. 끝없는 재생.


"탄지로.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 이래선 끝이  나겠는데..."

포위된 형국. 흉흉한 기세의 혈귀들은 당장이라도 덤벼들 기세다.


상현이란  헛말은 아닌듯  혈귀도 타들어간 상처마저 복구해버렸다.


목을 베어도, 머리를 터뜨려도, 겐야 자신의 파문을 쑤셔박아도 머지않아 되살아난다.


"다섯. 다섯 명째의 혈귀가 있어."


킁킁거린 탄지로가 중얼거린다.


"다섯?"

"응! 아마  녀석이 본체일 거라 생각해. 하지만 저 혈귀 넷이 가게 둘 것 같지는 않고... 뭔가  번에 큰 타격을 입혀 재생을 늦출 수라도 있다면..."

순간 탄지로가 든 칼의 날카로운 날을 움켜쥐는 손.

"네즈코! 무슨 짓이야, 떨어져!"


말려도 끝끝내 피가 흘러내리도록 칼날을 잡는 그녀. 붉은 핏물이 칼날을 적신다. 그리고

"불?!"


피를 기점으로 불이 붙는다. 순식간에 칼날 전부로 옮겨붙은 그 불꽃은 도신을 달군다.


"칼의 색깔이 변한다!"


"이건 기억 속에서 봤던 검사의..."


검었던 그의 칼날이 혁도로 바뀐다.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불타오르는 칼날을 거머쥔 탄지로는 자세를 취한다.


히노카미 카구라
햇무리 용 머리춤


거센 불길이 휘몰아친다. 쇄도하는 검세의 탄지로. 그는  번의 뜀박질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며 혈귀들을 스쳐간다.

"불탄다! 뜨거워! 재생이  된다고!"

"멍청한 녀석! 늦지만 재생은 되고 있다. 침착해라!"


혈귀들의 비명같은 외침이 터져나온다. 한순간 넷이 무력화됐다.

"됐어! 찾자, 본체를 찾는 거야!"

"어느 쪽이냐?! 탄지로!"


강력한 한 방. 그럼에도 혈귀들은 고통스러워할  죽지 않는다. 그의 짐작대로 다섯 명째가 있고 그놈이 본체인 모양이다.

"저쪽이야! 방향은 맞아! 온천에서 풍겨오는 유황 냄새 때문에 정확한 위치까지는..."


뛴다. 파문 탐지의 범위를 넓힌다.

과연 탄지로가 지목한 방향, 정확히는 나무 아래 덤불 속에 있었다. 크기는 터무니없이 작은 혈귀가 눈물을 흘리며 쪼그리고 앉아있다.


파문으로 확인한 생명력은 정반대. 육안에 보이는 몸집과는 달리 거대한 크기. 본체다.


"이놈만 없애면!"

일륜도를 뽑는다. 복잡한 검술은 아니다. 그저 휘두른다. 파문을 쏟아부어 확실하게.


너무나 작은 몸. 들쥐 정도 될까 싶은 크기의 난쟁이. 목을 노려 내려쳤다.


카앙

쇳소리. 베어지지 않는다. 겐야는 이를 악물고 힘을 불어넣는다. 튕겨나오려던 칼날이 조금 들어간다. 털끝만큼.


"왜, 왜 안 되는 거냐!!"

그 이상은 들어가지 않았다. 고작 손가락 굵기, 그 정도의 두께일 뿐인데 단단한 광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꼼짝할 생각을 않는다.

등 뒤의 기척.


석장 혈귀가 이쪽의 목을 노리고 찔러온다. 본체를 놔줄 수도, 후방의 공격을 막기도 어려운 진퇴양난. 이대로면 당한다.


형과 제대로 이야기도 못 했는데.


"겐야!!"


까앙

달려와준 탄지로가 불타는 검으로 석장을 쳐낸다. 덤벼드는 또 하나의 기척.

"탄지로!  힘으로는 부족하다! 네가 해!"


급히 돌아선다. 탄지로의 뒤를 노린 건 창 혈귀. 그놈이 세차게 창을 뻗어온다. 다섯 갈래의 흉악한 변화. 경로의 나무가 찢긴다.




빼든 산탄총을 좌수로 격발, 동시에 칼을 대각으로 내리그었다.

"컥!!"


둘은 탄의 폭발력으로, 하나는 칼날로. 남은 둘은 몸으로 받아내고 말았다.

우측 허벅지, 좌측 뱃가죽이 뜯겨나갔다.

"우으응!!"


네즈코가 뛰어들어 창을 막는다.


"갸아아아아아악!!!!!"


공기를 찢는 비명. 소름끼치도록 괴이한  소리. 탄지로가 불타는 칼날을 목에 박아넣자 본체가 소리를 지른다. 고막이 터져나갈 것만 같은 굉음.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하필!"

탄지로의 칼에서 불길이 꺼져간다. 박혀들었지만 더는 들지 않는다.

퍼억




백중지세였을 터인 네즈코와 창 혈귀의 싸움이 끝나있었다. 그녀가 얻어맞고 패대기쳐지며 바위와 충돌한다.

"변..했다고...?"

부상당한 부위를 움켜쥔 채 움직이지 못하는 겐야. 언제부터였을까. 분명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손쉽게 그녀를 쓰러뜨린 혈귀는 겉모습이 다르다. 생명력은 창, 날개, 석장, 각각의 혈귀를 합친 수준. 어느샌가 다른 녀석들은 사라져있다.


"여섯 명째... 아니 합쳐진 거야?!"

탄지로의 외마디 비명.

손잡이 위아래로 뿔이 돋은 도구를 손에 든 그 혈귀는 등 뒤에 북이 여러 개 박힌 원형의 틀을 달고 있다. 생김새는 이전의 다른 녀석들보다도 어리다.

"약자를 괴롭히다니... 실로 불유쾌하도다!"

해괴한 발언을 내뱉으며 그놈은 탄지로에게 돌격한다. 빠르다.

통증을 견디며 소총을 장전, 노리고 쏜다.





박혔다. 그러나 별 타격이 없다는 듯, 본체와 씨름 중인 탄지로에게 득달같이 달려든다.

"네즈코!"

아슬한 회피. 네즈코가 탄지로를 안아들고 공격을 피해낸다.





혈귀가 손의 도구로 북을 치자 땅이 진동한다. 숲의 나무가 뒤틀리더니  마리 용의 형상이 되어 물어뜯는다.

"끄응!"

공중에서 나뭇가지를 박차고 방향을 꺾었으나 발목을 잡아먹힌 네즈코. 다음 순간 재생한다. 혈귀의 능력이다.

"괜찮아? 네즈코, 괜찮은 거야?"


"웅!"


남매가 우애를 나눌 시간도 없이 몰아쳐온다. 나무용들은 어떻게든 집어삼키려 날뛴다.





"젠장, 탄약도 부족한데!"

 앞에서 입을  벌린 목룡의 아가리에 두 발짜리 산탄. 용의 대가리가 터져나간다.


"이 녀석들 아까까지 혈귀들의 능력도 사용하고 있어!"


전격, 음파, 폭풍. 다양한 이능으로 짓눌러온다. 안간힘을 쓰며 회피한다.

그 사이 본체였던 혈귀는 불어나 둘러싸는 나무의 요람 속으로 감싸여 사라진다.


소모전.

"끄아악!!"


오른쪽 다리에 공격을 적중당한 탄지로가 나무용의 부리에 물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다른 용들도 일제히 달려들어 찢어놓으려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사랑의 호흡,  2형
고민하는 사랑

부드러운 검결이 몰려드는 용들을 쓰다듬는다. 가느다란 검흔이  갈래고 그어지다 토막나 무너지는 형상들.

"늦어서 미안해!! 아슬아슬했지?"


"칸로지 씨!"

이제 기억이 난다. 칸로지 미츠리. 첫 만남에서 겐야는 당황해서 머리 속이 새하얘졌었지만, 그녀는 지주 중에서도 연주임이 틀림없다.

얇디얇은 그녀의 애도는 마치 길고 긴 끈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모양처럼 휘청이며 흔들렸다.

"지주...인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귀찮게 하는군. 약자를 괴롭히는 악질들..."

"백, 아니 이백은 족히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네가 할 소린 아니야! 진짜 악은 너다!"


분개하는 탄지로.

겁에 질린 본체를 떠받치는 분신들. 외양은 약자를 돌보는 정의의 사자. 그러나 그들은 혈귀다. 거대한 그 생명력은 막대한 살상없이는 얻을 수 없는 힘이었다.


"사람을 잡아먹고, 겐야 군, 탄지로 군, 네즈코 짱을 다치게 한 죄! 내가 여기서 물을 거야!"

"닥쳐라, 아줌마. 나를 벌할  있는 존재는 세상에서 단 한 분이시다."

"뭐, 뭐라고? 아줌..."

새빨개진 낯으로 당황하는 그녀. 틈을 노리고 목룡 둘이 입을 벌려 공격을 퍼붓는다.

광명 뇌살

전격과 음파의 혼합.

사랑의 호흡, 제 3형
사랑 고양이 소나기


연주를 중심으로 채찍처럼 쏘아지는 연검. 나풀거리며 공중을 수놓는 무수한 궤적이 혈귀의 술법을 베어낸다.


"나 화났어! 안 봐줄 거라구!"


부채 혈귀의 능력이었던 폭풍. 지면에 부채 형상의 거대한 자국을 움푹 새기는 공격을 피해 도약하는 연주.

푸화악

다른 나무용의 입에서 겐야를 다치게  창격이 열 개 가까이 쏟아진다.


사랑의 호흡, 제 6형
고양이발 사랑 바람


따다다다당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연검의 기세를 한껏 높여 창격을 모두 받아친다.

"이건 어떠냐."

혈귀술
무간업수


체공 중인 연주의 주위로 불어난 목룡이 사방을 메운다. 광범위 공격. 둘러싸인다.

당혹한 표정. 연주는 입술을 깨물며 다음 수를 펼쳐낸다.

사랑의 호흡, 제 5형
흔들리는 연정 흐트러진 손톱


카가가각

그녀가 그린 선, 검이 그린 무수한 실선이 구형으로 퍼져나가며 나무들을 잘게 잘라낸다.

이어 전방으로 뻗는 손길. 죄인을 포박하는 밧줄처럼 제멋대로 휘는 칼날이 혈귀의 목을 몇 번이고 휘돌아 감싼다.

"이 목만 베면!"


"칸로지 씨!  녀석은 본체가 아니야! 목을 베어도  죽어!"


"뭣?!"

광압명파


쩌어어엉


나무용을 다루던 혈귀의 입에서 파괴적인 파동이 퍼부어진다.


"카핫"


연주의 외투가 산산이 부서져나가며 나가떨어진다. 정면에서 당한 여파. 안의 대원복도 너덜해졌다.

정신을 잃었다.


"위험해!"

겐야가 비틀거리며 달린다. 혈귀가 일격을 가하려 주먹을 휘두른다. 탄지로가, 네즈코가 함께 뛰어든다.


퍼억

"헉, 허억"


헛되이 꽂히는 권격. 간신히 빼냈다. 셋이 덤빈 덕에 전신이 경직된 상태의 연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콰릉


뇌격. 네 사람의 위로 내리치는 무수한 벼락.

콰자자작

죽는가 싶었다.

"각오해!! 진심으로.. 하,  거니깐!!!"


정신을 차린 연주의 검기. 울먹거리며, 방울진 눈물을 쏟으며 그녀가 내보인 기술에 벼락 줄기들이 갈라졌다.

"모두 내가 지킬 테니깐!"

이를 꾹 물고 달려나가는 연주. 겐야는 순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목덜미에 비친 반점. 사람의 심장을 닮은 형상이 위아래로 마주보고 가로로는 이파리 둘이 대칭된 형태.


연주 칸로지 미츠리의 움직임이 격동한다. 속도가 폭증한다.

"본체! 칸로지 씨가 상대하는 동안 본체를 찾아!"

탄지로의 외침. 네즈코도 달려들어 나무용의 몸통을 할퀸다. 검을 휘두르고 불꽃을 일으키며 본체가 숨어있던 위치로 거슬러간다. 들러붙는 나무채찍도 걷어내면서.

겐야는 눈을 감았다. 감지한다. 느꼈던 그 생명력, 커다란 덩어리의 행방.


"탄지로! 저쪽이다! 도망가고 있다고!"

"히이이이이이이"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도주하는 본체.

네즈코가 뒤를 잡았다. 할퀸다.


"히이익!"


요령좋게도 피한다.

너무나도 빠르다.

"번개의 호흡, 젠이츠가 알려준  응용해서..."


탄지로는 집중한다. 공기를 다리의 근섬유 하나하나, 혈관에 불어넣고 활성화하는 심상. 다리에 힘을 있는대로 모아 분출한다.

콰아앙

지면을 박찬 소리가 폭발한다. 순식간에 도주하는 본체에 근접한 탄지로.  여세로 붉게 타오르는 도신을 혈귀의 목에 박아넣는다.


푸그극

파고들다 반절에서 멈춰선 칼날.

"일출이 얼마 안 남았어, 제발, 제발 베어져라!"


"약자를 괴롭히지 마라아아아!!!!!"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부풀어오른 본체. 겁에 질려있던 모습은 간 데 없다. 근육이 그득한 팔, 솥뚜껑같은 손아귀로 탄지로의 상체와 얼굴을 움켜쥔다.


"젠장, 되도 않는 헛소린 집어치우라고!"


통증이 심하다. 겐야는 단검에 파문을 주입해 내리긋는다. 탄지로를 쥐어터뜨리려던 혈귀의 손가락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곧바로 놈의 팔뚝에 산탄을 투사한다.


콰앙


반동에 뒤로 주저앉는다. 수 차례의 파문 사용, 입은 부상이 몸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다.

탄지로는 혈귀의 손에선 벗어났으나 목에 꽂아넣은 칼날을 놓지 않는다. 추락한다. 뛰어든 네즈코도 같이.

겐야는 꿈틀거리며 기어간다. 절벽 아래의 상황을 확인한다.

절벽에 붙어 자란 나뭇가지에 걸린 탄지로.

추락해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네즈코.

팔을 잃고 피를 흘리며 걸음을 옮기는 본체 혈귀. 목에는 칼날이 박혀있다.


하늘. 까만 하늘이 푸르게, 조금 더 밝게 변해간다. 날이 밝고 있다.


"위험해."


탄지로의 동생은 혈귀. 이대로 두면 본체도 놓치고 그녀도 죽는다.


겐야는 자신을 돌아본다. 운신은 불편한 상태. 파문은 얼마 남지 않았다. 도저히 내려가서 구할 상황도 아니다. 탄 주머니. 하나. 산탄은 다 썼다. 소총탄만이 한 발.  한 발.




탄지로는 뛰려 했다. 번개의 호흡, 그 요령으로 다시 한 번... 뒤를 잡고 어떻게든!


휘리릭



"탄지로, 그걸 써!!"


"웃기지 마! 돌려줘!  단계밖에 갈지 않았다고!"

하주 토키토 무이치로가 던진 검. 가면이 벗겨지고 왼쪽 눈에 부상을 당한 대장장이와 무이치로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탄지로는 집어든다.


다리에 집중. 쏜다.

원무일섬


콰앙

서걱

짧은 간격을 두고 발생한 두 번의 소리. 탄지로의 검이 혈귀 본체의  나머지 절반을 벴다.

떨어진다, 머리통이.

쓰러진다, 본체가.

"컥, 커헉, 큭"

서둘러 돌아서는 탄지로. 일출이 금방이다. 어서 숨겨야. 무리한 탓인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웅! 으응!"

그녀는 막는다. 오지 말라는 손짓. 만류한다. 오히려 일어서 탄지로 쪽으로 다가오려 했다.


뭐하는 거야. 해가 나오면 죽어. 어서 그늘로 가야해.


감싸는 그를 뿌리치려는 네즈코. 탄지로의 뒤편, 무언가를 가리키며 울부짖는다.

"으아악! 도망쳐!"

"아직도 살아있다고?!"

대장장이들의 비명. 확인한다. 탄지로의 시야에 그놈이 들어온다. 움직인다. 목이 잘린 채, 단면에서 혈액을 질질 흘리면서도 그 집념의 마수는 사람을 집어삼키려 한다.


문득 바닥에 뒹구는 머리통을 본다. 길게 빼문 혓바닥의 문자. 원한을 뜻하는 한자.

"진짜 본체는 겁이었는데...실수했어!"


혈귀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속임수를 쓴 거다. 형상만 같은 가짜 속으로 다시 숨었다.


"다시 기술을 써서!"

치이익

소리, 냄새. 해가 뜬다.


네즈코의 얼굴이 타들어간다.


"으아아아, 안 돼!! 그늘, 그늘로, 아니 몸을 작게 만들어! 누가 좀 도와...."

절망. 절벽 위의 무이치로, 대장장이들은 너무 멀다. 겐야는 엎어져있다. 부상이 심했었다. 본체의 망령에 쫓기는 마을 사람들. 저 속도라면 해가 온전히 떠서 혈귀가 사라지기 전에 희생자가 먼저 나온다.


선택해야한다. 네즈코인가, 사람들의 목숨인가.




탄지로는 공중에  떴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 왜.

네즈코는 서서히 타들어가는 얼굴로 한껏 미소짓는다. 그녀는 밀쳐냈다. 가라고.


회전해 착지한다.


늦지 않았다. 아까의 기술을 구사한다. 사람을 구하자. 눈시울이 뜨겁다.

다리에 힘을 모은다. 격통. 무시한다. 뛴다. 재차 원무일섬.

푸학


벴다. 피가 터진다. 진짜 본체는 목잘린 몸통의 심장에 숨어들었다. 그걸 벴다. 베었다. 베었는데,

"허억!"

가슴이 조일듯 아프다. 다리가 마비됐다. 얕았다.


그동안 수련해오지 않았던 부분. 물의 호흡을 주로 쓰다, 한순간 떠올리고 사용했던 히노카미 카구라의 반동처럼. 경험없이 재치로만 흉내낸 번개의 호흡, 그 각력을 재현하려 한 대가. 그것도 세 번째.

베어진 몸통. 드러난 심부. 비릿하게 웃음짓는 혈귀의 본체. 깊이 베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아아!!!!!"


탄지로의 비통한 외침이 울린다.









한 발.


원거리.


약한 저지력.


쓸  있는 수단은 소총 뿐.

겐야는 떠올린다. 자신이 배운 것. 할 수 있는 것. 남아있는 것.

피묻은 손을 주머니에 넣는다. 떨리는 손가락에 닿는다. 뾰족한 끝, 탄환.

다섯 손가락을 모아  잡는다.


남아있는 모든 파문을 밀어넣는다. 탄피에 싸이지 않은 앞부분, 일륜도와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탄두가 찬연한 황금빛으로 물든다.

전신의 힘이 쭉 빠져나간다.

힘없이 소총을 내려놓는다. 총신의 뒤로 한 발의 탄알을 밀어넣는다.


"윽"


신음성을 토하며 젖힌다.


철컥

장전 완료.

서서도, 앉아서도 쏠  없다. 현재로서 최적의 자세, 엎드려 쏜다.


견착. 힘껏 끌어당긴 총신에 몸을 기대다시피하며 눈을 붙인다. 가늠자에서 가늠쇠까지의 조준선. 정렬.


목표물인 본체.


비척거리며 도주한다. 마을 사람들의 뒤를 쫓는다.

겐야 자신이 잃었던 가족처럼, 탄지로의 동생인 네즈코, 그녀도 죽을지 모른다. 아니, 곧 죽는다. 혈귀라면 햇볕 아래 버틸 수 없다.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돕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한없이 안타깝다. 그래도 버틴다. 참는다. 지금 할 일을 한다.

어금니를 으득 깨문다. 가늠자의 중앙, 가늠쇠의 끄트머리, 그 위에 혈귀를 올려놓는다.

시시각각 위치가 바뀐다.

수정.

바람이 약간 분다.


수정.

목이 베여도 움직이는 혈귀. 본체는 도주했고 그 목을 벴다. 분명 그 안에 본체의 생명력 덩어리는 있었다. 어디야. 어디에 숨었냐.


끊임없이 미세하게 조정하며 따라붙는다.

탄지로가 돌진한다. 베었다. 비통한 외침.

혈귀의 상체가 앞으로 약간 기울고 마을 사람들에 접근한다. 파헤쳐진 등짝, 심장 언저리에 도려내진 부분, 그 안의 진정한 본체. 그 비웃음이 시야를 채운다.


쫓기던 사람들이 끝을 예감하고, 무이치로가 탄식했으며, 탄지로가 가한 최후의 검격이 엇나간 마지막. 모든 수가 가로막혔다 여긴 그 순간.

"아직 한 발 남았다,  새끼야."


떨림이 멎는다. 고요히 방아쇠를 당긴다.


타아앙


혼신의 파문을 담은 탄환이 꿰뚫었다. 상현의 4 한텐구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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