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4편
어김없이 온천에 갔다온다. 숙소에 돌아오자 있었다. 대장장이와 교섭 담당이 보여주었던 장비들.
단검, 소총, 산탄총, 다른 형태의 탄환들. 하나하나 만져본다. 촉감을 기억하고 능숙해지자.
겐야는 그날로 훈련에 돌입했다.
대장장이 마을은 원체 외진 곳에 꾸려져있어 인근은 전부 인적없는 지역이다. 커다란 소음이 발생해도 폐를 끼치지 않을 만한 장소를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여기면 괜찮습니다."
안내자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는 않으면서도, 도중에 솟아있는 지형이 마을로 흘러드는 소음을 차단해주는 적당한 장소.
대원복 위로 걸친 장비를 확인한다. 빠짐없이 챙겼다.
겐야는 마을에 머물며 되도록 항상 장비를 장착한 상태로 지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걷고 뛰며 그 무게에 적응하려는 방법이다. 더해서 어디로 손을 뻗으면 무슨 물건이 잡히는지 알아야한다.
산탄총을 잡아 장전한다. 두 발을 끼워넣고 거리가 있는 나무 기둥을 향해 사격.
쾅
"윽"
반동이 심하다. 사전에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기에 파문도 두른 상태였는데도 상당한 충격이다.
목표였던 기둥 가까이 가니 알 수 있었다. 근접해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 탄흔이 퍼져있다.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다. 혈귀 상대라면 필히 접근해 써야한다.
이번에는 소총을 쥔다.
묵직하다. 교섭자가 알려준 자세들을 취해본다. 엎드려서, 앉아서, 선 채로. 원거리에서 노리는 상황이 전제이니만큼 정조준을 연습한다.
왼손은 기다란 총신의 앞부분을 감싸듯 떠받친다. 오른손은 총기 후방 하단의 손잡이를 말아쥐고 검지손가락만 방아쇠 옆에서 대기. 총의 맨 뒷부분, 은근히 개의 머리통을 닮은 그것, 삼각으로 뻗어나온 구조물의 밑부분을 어깨와 가슴팍 사이 우묵한 부분에 꾹 누르듯 끌어당긴다.
총기의 윗부분에 돋아난 작은 장식들이 보인다. 총구쪽은 뾰족한 요철이, 총기 뒤편에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동그란 물체. 그는 앞을 가늠쇠, 뒤는 가늠자라 했다. 끌어안은 총기의 후방에 뺨을 붙이고 시선을 고정한다.
원형의 구멍 너머로 가늠쇠의 끄트머리가 들어온다. 사격 대상과 가늠쇠의 첨단, 눈 앞의 가늠자 정중앙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순간 사격을 해야 명중률이 상승한다.
총기를 떼고 소총탄 하나를 장전한다. 다시 견착.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기둥의 중앙에 파인 홈을 노린다.
타앙
산탄총에 비해 가벼운 반동. 몸에 단단히 붙인 효과가 있다. 탄착 지점을 확인한다. 위로 벗어났다.
조정한다.
탕
약간 아래. 재조정.
세 발째에 이르러 빗나가지 않게 됐다.
교섭자는 총탄이 나가는 거리에 따라 조준도 달리해야한다는 충고를 했다. 보통의 사격이라면, 대상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명중률이 떨어진다. 바람이 분다던가, 총알이 아래로 떨어지는 등 다양한 변수가 탄도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말하면 그것까지도 감안해야 적중한다.
마지막으로 단검.
너무나 가볍다. 총기에 비하면 거의 무게감이 없다. 잡은 채 돌려보고 있으니 서서히 색이 변했다. 일륜도 재질인 탓인가. 둘레의 날 부분이 금빛으로 바뀐다.
똑바로, 거꾸로도 잡아본다. 그 절삭력은 대단했다. 슬쩍 파문을 주입하며 휘두르니 단단한 나무 표면에 깊숙한 틈을 남길 수 있었다. 어떠한 저항도 없이 부드러운 두부를 베는 느낌이다.
이후로는 실사격은 제외하고 훈련한다. 탄의 재고가 많지 않아 아껴야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완착 상태로 지낸다. 앉아있을 때는 장전을 연습. 탄주머니에서 꺼내 장전하고 다시 되돌리는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일주일이 경과했다.
이제는 주위가 캄캄해도 다룰 수가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 토키토 군이 꼭두각시 인형을 망가뜨려서 코테츠 군이 슬퍼했어. 어떻게든 고쳐서 그 후에는..."
여느 때처럼 손장난하듯 장비를 다루는 연습 중이었는데 들이닥친 탄지로. 그는 겐야에게 하소연을 했다.
듣자하니 겐야가 사격술에 매진한 그 시각, 탄지로는 무주 토키토 무이치로와 대면하고 나서 대장장이 소년의 도움으로 훈련했다는 듯하다. 오래된 그 검사 인형이 부서지고 안에서 칼 한 자루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걸 탄지로의 담당인 하가네즈카라는 대장장이가 가져갔다.
"칼 연마가 끝날 때까지 사흘 밤낮이 걸린다고 해. 연마하다 죽은 사람도 있을 정도로 가혹한 방법이라던데 걱정이야."
과자를 와작 씹어먹으며 친근하게 수다를 떠는 탄지로.
"야. 우리가 친구냐. 그런 얘기는 가까운 사람하고 좀 하지 그래"
"어, 우리 친구 아니었어? 겐야는 친구 맞는데?"
"언제부터? 네가 내 팔 부러뜨린 그 때부터? 누구 맘대로냐?"
"그건 여자애를 때리려던 겐야가 전면적으로 나빴으니 어쩔 수 없지."
"이... 당장... 어휴."
조용히 훈련이나 하며 지내고 싶은데. 당장 꺼지라고 소란을 피우고 싶다가도 사부님과 형님을 떠올리고는 꾹꾹 참는다.
탄지로의 수다에 한동안 더 시달리고는 참다못해 뛰쳐나왔다. 뒤에서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배가 고픈건가 같은 말이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날이 어두워지도록 맹렬히 훈련하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후..."
오늘도 뭔가 했다는 만족감. 뿌듯하게 장비들은 어루만지며 숙소로 돌아온다.
투쾅
폭음에 가까운 굉음. 건물 귀퉁이가 터져나가며 무언가 멀리 날아갔다.
"토키토 군!! 네즈코 놓치지 마!"
탄지로의 외침.
심상치 않다.
"습격인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터져나간 건물 벽면 인근에 도달한다.
뿔이 돋고 저마다 무기를 든 혈귀 둘. 하나는 부채, 다른 놈은 석장. 스님들이 간혹 지니고 있던 장식 달린 지팡이 같은 그것을 바닥에 내리꽂는 혈귀.
"아악!!"
네즈코를 뒤에 두고 달려들던 탄지로. 일륜도를 꼬나쥔 그가 미처 휘두르기도 전에 가해진 술법. 석장에서 뿜어진 벼락이 소용돌이친다. 휩쓸린 탄지로는 마비되어 꼼짝도 못한다. 위험하다.
철컥
소총을 택해 한 발 장전. 총기를 몸에 붙이고 조준. 떨림이 멎는 일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탕
"커흑"
석장 놈의 목덜미에 구멍이 꿰뚫린다. 전격의 폭풍이 멈춘다. 숨을 몰아쉬는 탄지로.
"겐야!"
장비를 되돌리며 다가가자 탄지로가 반긴다.
"오오, 재밌어. 새로운 감촉이야."
뒤에 있다 함께 당한 부채 혈귀가 다친 부위를 만진다. 구멍은 곧 메워지고 회복한다. 총격 때 움찔하긴 했으나 타격이 없다. 소총탄의 관통만으로는 저지력이 불충분했다.
"그 녀석들은 상현이야! 토키토 군이 베었지만 분열해서 수가 늘어났어! 강하니까 조심해!"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다. 가까운 거리. 탄을 삽입해둔 산탄총을 겨누고 발사.
콰앙
두 놈의 머리통이 산산조각난다.
"컥!"
반사적으로 움켜쥔다. 창 끝이 복부를 파고들었다. 어느새 불어난 혈귀들. 석장, 부채에 이어 나타난 창 혈귀가 거세게 찔러왔다.
"네즈코, 겐야를 도와! 부탁해! 서둘러!"
멀어지는 탄지로의 목소리. 흘끗보니 날개달린 혈귀가 그를 거꾸로 잡고 날아간다.
부채와 석장 놈도 미소짓는다.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