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73편 (73/109)



〈 73화 〉73편

"겐야 님, 계십니까."


오늘도 요양차 온천부터 갈 요량으로 준비하던 겐야. 방문 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르륵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

미닫이 문을 열어젖히자, 가면을 쓴 마을 사람 하나가 가볍게 목인사를 해왔다.

"일전에 부탁하셨던 물건들이 완비되어 안내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앞장서 걸어간다. 온천에 가려는 생각은 잠시 접고 그의 뒤를 따랐다.


도착한 장소는 어떤 집 같이도 보였다.

"들어가시죠."


권유에 따라 문을 연다. 뒤를 향해 인사하자 그 또한 맞인사로 답해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시나즈가와 겐야 님."


그곳에는 두 명이 있었다.  사람은 겐야에게 일륜도를 건네주었던 남자. 조용히 서있는 모습이 목석과도 같았다.


다른 한 명은 역시 못난이 가면을 착용했다. 차이라면 옷. 마을 주민들이 전부 간소한 전통복에 가까운 차림새였던 반면, 이 사람은 정장을 걸쳤다. 어릴 적 형과 가족들이 자신과 함께 살았을 때, 아주 가끔 보였던 양복, 그것이었다.

"절 무슨 일로 부르신 건지..."

"이제부터 말씀드려야죠. 아,  전에."


손으로 중절모를 벗어 가슴팍에  채로 정중히 인사를 해온다. 얼떨결에 겐야도 답해버린다.

"저는  마을의 교류..를 맡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필요한 물자를 공수하거나, 정보를 모으고, 각종 교섭도 담당하죠. 보안 문제로 은밀히 진행됩니다만... 이만 본론으로 넘어가서."


그는 손을 펴 옆의 과묵한 대장장이를 가리킨다.

"이 아이가 워낙 말주변이 없다보니 제가 대신 설명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대로 숨은 쉬고 있는지 의심될 정도로 미동도 없이 가만있는 대장장이. 그에게 뭔가 들으려고 했다면 날이 새도록 끝나지 않을 일이다. 다행이다.

"여길 봐주시죠."

작업용 선반같이도 뵈는 탁상. 처음부터 서서 쓰는 용도였는지 내려보기에 불편함은 없다.

"이건...?"

자르륵 놓인 물건들. 질서정연하게 진열된 상품을 연상케 했다.

"겐야 님이 과거에 부탁하셨다죠? 검술에 서툰 단점을 보완할 만한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우선 이걸."

넘기는 물건을 받아든다.


"소형 산탄총입니다."


이리저리 돌려본다. 손잡이는 나무, 짤막한 총신은 철제로 만들어졌다.


"수평쌍대형으로 보다시피 총구가 둘이죠. 한 차례 장전으로 두 번의 총구별 사격이 가능한 분리형도 있습니다만... 귀살대의 상대는 혈귀. 최대한의 화력이 필요하기에 두 발의 총탄이 동시에 나갑니다. 반동은 주의하셔야겠죠."


다시 돌려받은 그는 짧은 총신을 쓰다듬는다.


"가까이 위치한 적을 상대하는 용도.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낸 모양입니다. 휴대성을 살렸달까요? 그리고 장전은 이렇게"


두 손으로 각각 산탄총의 손잡이와 총대 상부를 움켜쥔 그는 나뭇가지를 꺾듯 힘을 준다. 접힌다.

"손잡이와 가까운 이 구멍에 총탄을 끼워넣고 다시"

거꾸로 펼치는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 철컥하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시겠죠? 이 산탄총의 탄환과 뒤에 말씀드릴 물건의 탄 또한 특별합니다. 총기야 외부에서 입수했다지만, 아무래도 혈귀 상대로야 부족하겠죠. 그래서"


그는 탁상에 놓은 작은 원통을 집어들었다. 상하 색깔이 다른 묘한 생김새다.

"요놈이 산탄총 전용 탄입니다."

하부는 금속재질, 상부는 단단하고 붉은 종이로 감싸여있다.


"위쪽 부분에는 작은 구슬이 여럿 채워집니다. 격발되며 터져나가죠. 총구 밖으로 흩뿌려진 구슬들이 상대를 만신창이, 속된 말로 걸레짝을 만들겠죠. 퍼져나가는 탓에 가까워야 위력이 커지는 점, 꼭 알아두시고."

그의 손바닥 위로 바로 옆에 위치한 물건이 놓인다. 역시 작은 원통. 언뜻 엄지손가락과 엇비슷한 굵기. 여기까진 산탄총 탄알과 유사하다. 그러나 위쪽까지도 금속이었으며 그 끝은 원뿔. 뾰족하다.


"이쪽은 다른 총기용 탄환. 하부는 같지만 상부가 금속에 단일 탄자죠. 이것이"

일륜도와도 비슷한 길이. 넘겨받은 총기는 묵직했다.

"소총. 멀리서 온 손님을 마중하는 용돕니다. 원거리용이죠. 휴대하고 장전하는 요령은 산탄총과 같습니다. 대신 총구는 하나.  삐죽한 탄환을 장전하고 사격하면  떨어진 거리도 문제 없습니다."

정장의 남성은 두 종류의 탄환 위를 찬찬히 훑는다.


"총기는 밖의 물건이지만 이 탄환들은 이 녀석이 만든 겁니다."

대장장이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혈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탄자, 몸통에 박힐 탄두는 일륜도와 같은 철광석으로 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있었다는군요. 물론 솜씨가 원체 뛰어나서 금세 해결했지만."


자신이 알려준 총기 관련 지식이나 설계같은 정보를 제공한 덕도 크다며 사내는 너스레를 떤다.

"마무리를 확실히 하실 때 필요하실까 염려되더군요. 그래서 칼도 준비했습니다."


단검. 그저 베고 찌르기만을 위한 형태. 실속있는 외형이다. 날렵한 모양새가 무게도 가벼워보였다.


몸에 걸쳐본다.


상체를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띠에 옆구리에 걸치는 허리띠가 결합된 가죽제의 도구. 몸에 착장하고 조인다. 약간 헐렁하지만 대원복을 입고 두르면 빈틈없이 꼭 맞겠다 싶었다.


장비들을 꽂는다. 반으로 접힌 소총은 등 뒤에, 산탄총은 좌측 허리춤의 거치대, 단검은 허리띠의 후방의 공간에 장착. 일륜도는 우측에 전처럼.


"자세한 사용법이나 요령은 따로 설명드리도록 하고. 금일은 여기까지 하죠. 장비 일체는 숙소로 배송해드리겠습니다. 아참"

그는 진중한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다뤄보지 못했던 낯선 영역이고 착오도 있었다보니 탄환이 넉넉지 못합니다. 혹여 연습하시려거든 이 점 주의해주세요. 도안은 이 녀석 머리 속에 있으니 숙련된 이후엔 추가 생산이 수월해질 겁니다."

홀가분한 몸으로 돌아선다.

"겐야 님."

"...예?"


정중한 태도로 그는 말했다.

"부디 후회없는 귀살이 되시길."


돌아오며 생각한다.

새로운 장비들은 분명 도움이 된다. 남은 건 휴식하며 숙지하는 일 뿐. 몸에 익어 위기상황에도 주저없이 움직일 수 있어야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