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72편
가면, 온통 가면이다.
마을이 온통 가면 투성이였다.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덮어쓴 못난이 가면. 조금씩 생김새가 다른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여기 주민은 사람 구별을 어떻게 하는 걸까? 적어도 얼굴은 아니겠지. 서로 본 적은 있는 건가?'
"다 왔습니다."
겐야가 잡다한 의문에 잠긴 사이 안내역의 남자가 도착을 알린다.
'난 텟치카와하라 텟친, 안뇽. 부탁한 물건은 우리 애가 잘 만들어놨으니깐 푹 쉬다 가. 온천은 부상에 좋다구.'
마을에 당도하고 만난 장인. 아주 작은 키의 노인은 가면 너머로 그렇게 말했다. 먹을듯 말듯 전통 과자가 담긴 소쿠리를 만지작거리며, 그는 이야기했다.
겐야가 부탁해둔 물건은 수고스러웠지만 완성했다. 담당 대장장이가 인계받아 추가로 만든 물건도 있다고 했다. 자부심이 대단해보였다.
"어우."
뜨끈하다. 온천에 몸을 담그니 열기가 몸에 스민다. 상처들이 잠시 쓰렸지만 이내 적응한다. 씻고 나오니 들어가기 전보다 통증이 줄었다.
호흡, 받아온 약, 온천,
"...감사합니다."
잠시 말이 안 나왔을 만큼 끼니마다 정성들여 차려진 식사까지. 며칠이 지나니 다친 곳이 아무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안녀엉!"
온천욕을 하러 가던 길. 겐야는 생각없이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넌 누구니? 여기 사람은 전부 가면을 쓰던데. 안 쓴 거 보면 귀살대원이지? 딱 맞췄지?"
가깝다. 양쪽으로 길게 땋아내린 분홍 머리. 머리카락의 끝은 연녹으로 물들었다. 환하게 머금은 웃음. 발그레한 뺨. 두 손은 뒤로 모은 채 들이민 얼굴. 재잘거리는 입술.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난 칸로지 미츠리야. 넌 이름이 뭐니? 응? 친하게 지내도 될까? 응응?"
겐야는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 사정으로 힘든 과거를 겪었고, 독하게 자신을 단련시키며 지금까지 왔다. 죄다 수련과 남성인 동료들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그런데 여성이라니.
부드러운 목소리가 파고든다. 사근거리는 그 태도. 눈망울이 빤히 바라봐온다. 심장이 세차게 뛴다. 당황스럽다.
입만 뻐끔거리며 아무 말도 못하던 겐야는 그녀를 외면하고 쿵쿵 걸음으로 온천을 향한다.
"얘! 인사 안 받아줄 거야?!"
그녀의 음성이 귓가를 어루만진다. 떨쳐내듯 걸음을 빨리한다. 뺨이 화끈거린다.
"어푸푸"
온천에 몸을 담그자마자 그 물을 안면에 끼얹는다. 평소엔 뜨겁기 그지없던 수온이 얼굴에 닿자 미지근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낯이 달아오른 것이다.
"시나즈가와 겐야! 잘 지냈어?"
풍덩 빠지며 들리는 소리. 겐야 자신의 팔을 박살낼 뻔한 그 녀석.
"바람 지주님이랑 성이 같네!"
대뜸 남의 가정사까지 아무렇지 않게 후벼판다.
"너 이 자식..."
부들거리며 주먹을 움켜쥐려다 힘을 뺀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나 혼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네미 형님, 센쥬로, 나아가 사부님까지 누를 끼치게 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후우우. 됐다."
그저 묵묵부답. 그럼에도 카마도 탄지로는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답이 돌아오지 않는 독백임에도 상냥한 말투다. 젠이츠에 비하면 참을만 했다.
"으악!"
그러나 곧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겐야는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탄지로의 여동생, 대나무를 입에 문 네즈코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온천에 뛰어들었다.
"겐야! 어디 가? 네즈코 그럼 실례야, 조심해야지."
"훙우웅, 웅웅"
콧노래인지 모를 것을 흥얼거리는 소녀를 뒤로 하고 황급히 탈출한다.
겐야는 여성과 가까이 지내본 경험이 없다. 그러니 면역이 없다. 그 나이대의 소년에게는 생경하기 그지없는, 당혹스러운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