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71편
그나마 다행이었다.
많이도 다쳤으나, 그럼에도 치명적인 부상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겐야가 옮겨지던 중에도 끊임없이 이어진 호흡 덕에 아무는 속도가 빨라진 부분도 있지만, 아무튼 좋은 일이다.
"근골격, 신경에 큰 이상은 없지만...염증 문제도 있고 당분간 주의해야합니다. 겐야 군."
붕대를 둘둘 감고 있는 그에게 찾아온 시노부가 권고했다. 며칠은 꼼짝없이 병동침대에 누워 신세져야할 판이다. 그것 뿐이면 견딜만하겠지만..
"게엔야구운~"
"또 왔냐..."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드는 그, 젠이츠 탓에 조용할 날이 없다.
"이거 맛있더라구. 둘 테니까 꼭 먹어봐."
맛난 간식을 이것저것 챙겨주는 배려는 고마웠다. 회복기에 영양공급은 중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맛있다. 은은한 단맛, 미미한 짠맛, 종류도 다양했고 다들 부담없는 강도의 맛이라 괜찮았다.
"야, 야, 들어봐. 어제 글쎄 잠깐 아오이 씨를 마주쳤는데 글쎄 그 사람이..."
이게 제일 문제다. 간식, 병문안 인사. 여기까지는 겐야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젠이츠가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떠는데 그 길이는 끝이 없다. 듣다보면 정신이 혼미하고 삭신이 쑤시며 부상 부위가 새삼 쓰라리다. 그래서 잠이 올라치면
"야! 사람이 말하는데 졸면 어떡해! 탄지로도 이노스케도 잠들어있어서 너까지 자면 심심하다니깐!"
깨운다. 겐야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 녀석을 의식없는 그들 곁으로 보내면 듣다못해 벌떡 일어날 거라고.
괴로움은 젠이츠가 새로운 임무를 할당받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누워서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이 가버리니 살 것 같네요."
"겐야 형님..."
내가 센쥬로를 데리고 병동을 방문하자 수행하면서도 묵묵하던 겐야가 고충을 털어놓는다. 어지간히도 시끄러웠나보다.
"뭐, 그놈 소란은 대충 짐작이 간다만... 자기 나름대로 널 생각해준 거겠지. 표현방식이 상대와 맞는지는 모르겠고."
치를 떠는 겐야. 그는 창밖을 바라본다.
"사부님. 저 아무래도 다녀와야겠습니다."
"어딜 말이냐?"
그의 눈빛이 살아있다.
"대장장이 마을. 그곳에 볼 일이 있어서요. 예전에 부탁드려둔 물건이 있어서..."
"그게 뭡니까?"
갸웃거리는 센쥬로. 미미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겐야.
"그분들도 처음 받은 부탁이라 생각처럼 되었을지 모르겠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겐야는 이번 임무로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했다. 호흡을 익히고 소홀히 했던 부분. 철저하게 챙기겠단 거다.
"시노부 씨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대장장이 마을에는 상처 치료에 탁월한 온천도 있다고. 가는 길에 치료도 하고 오려고요. 빨리 나아서 수련도 임무도 해야죠."
여기서 하는 치료도 좋지만, 그곳에 가면 완치까지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귀살대의 허가는 받아뒀다고 했다.
귀살대의 물자를 공급하는 주요한 기관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특히 대장장이 마을은 위치, 가는 방법마저 기밀로 분류된다.
다양한 호흡의 검사들이 혈귀에 맞서는 무기, 일륜도를 제작하는 장소이기 때문. 혈귀들에게는 눈엣가시같은 곳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가고 싶다고 막바로 갈 수도 없다. 귀살대 후속처리부대인 은. 그들이 마치 점조직처럼 일정 간격을 두고 가려는 대원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운반한다. 운반 담당이 복면인들도 전 구간을 알지는 못한다. 까마귀들의 지령에 따라 맡은 경로만 담당. 몇몇 구간에서는 혼동을 주기 위해 불규칙하고 불필요한 움직임도 섞는다.
"도착..했습니다... 어후..."
마지막으로 업어온 복면대원은 거의 초주검 일보 직전이었다. 겐야의 덩치가 덩치이니만큼.
"..죄송합니다."
털썩 주저앉은 그 사람에게 미안함을 담아 인사한다. 드러난 그 눈이 둥글게 휜다.
"아닙니다. 이게 저희 일이니까요. 그럼."
재빨리 사라지는 대원.
겐야는 서서 허리를 돌리고 팔을 꺾으며 기지개를 편다. 쓰리다.
"빨리 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