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68편
탄지로. 그의 두 팔에는 링거 주사 줄이 여럿 연결되어 있다. 초췌한 안색으로 침대에 누운 채로 잠들어있다. 말없이 그 옆을 지키는 카나오. 때때로 복면남이 카스테라를 두고 간다.
최근 병동의 풍경이다.
척봐도 단시일 내에 일어날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노스케는 외형은 나아보였으나 역시 중상. 발견 당시 중독이 심해서 위험했다고 한다. 그도 의식을 못 찾고 있다.
젠이츠는 다음날 일어났다.
"아파아아약먹기 시러어어어으아아악!!!"
온갖 소란이란 소란은 혼자 피우며 치료당하는 중이다.
음주 우즈이 텐겐.
그는 은퇴하기로 결정되었다. 좌측 안구 손상, 왼손의 손목 아래 절단. 부상으로 인한 전력 저하가 결정적 이유였다.
"텐겐니임! 이거 드세요!"
"이것도 아앙"
"좀 비켜봐! 안정부터 취하셔야한다니까!"
세 명의 아내가 함께 간호해주는 그는 은퇴를 아쉬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상현 격파.
그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이전 열차 임무에서 하시비라 이노스케와 동행했던 나로선 아찔한 심정이다.
이노스케는 강하다.
옆에서 감지한 생명력, 그의 기술, 발휘한 힘. 어지간한 혈귀는 베어넘기고도 남을 녀석이다.
그가 형편없이 당해버렸다.
상현의 여섯 번째. 그 이상일 남은 다섯. 그리고 무잔.
주먹에 힘을 준다.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수련한다.
"임무 투입을 생각해봐도 되겠네요. 겐야 군."
충주 코쵸우 시노부의 판정.
이제서야 시나즈가와 겐야도 귀살대원으로서 본 궤도에 올라서는 것이다.
최종 선별을 통과했음에도 사실상 전력 외 판단 하에 열외 조치에 처해졌던 겐야. 시노부의 도움으로 재인증 심사에 들어갔고 통과했다.
까아악
꺽쇠 까마귀를 맞이하는 그 표정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겐야가 첫 임무를 받아 착수한 그 시점.
"싫다아, 싫다고오오!"
영원한 환자이고 싶었던 소망이 무색하게도, 젠이츠는 너무나도 건강해진 몸으로 임무에 복귀해야했다.
"네즈코쨔앙, 잘 있어야돼.. 흑!"
사모하는 그녀가 있을 방향으로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구곤 여로에 오른다.
타박타박
터벅터벅
따라온다.
자꾸 따라온다.
덩치 큰 사람이 뒤따라온다.
'뭐야 이거. 신종 범죄야?'
으슬으슬한 느낌에 돌아본다.
"뭘 봐?"
사나운 눈매. 분명 최종 선별 시험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겐야, 시나즈가와 겐야 맞지? 왜 따라오냐?"
"무슨 소리야. 이 길이 내가 가는 길인 것 뿐이다."
기분나쁘다는 표정으로 성큼 앞서가는 겐야.
"우연이면 좋겠네. 흥! 저런 놈하고 같이 다닐 놈이 누군지 정말 불쌍하다!"
씩씩거리며 걸음을 재촉하는 젠이츠.
터벅터벅
타박타박
길이 꺾어지고 냇가를 건너 언덕을 넘는다. 젠이츠가 겐야의 뒤를 쫓는 형국.
"귀찮으니까 따라오지 마라."
뒤돌아보며 한 마디 겐야가 남긴다.
"난 나대로 바쁘니까 갈 길이나 가쇼!"
단단히 삐진 젠이츠 또한 받아친다.
머지않아 그들은 각자 임무로 누군가와 합류할 장소에 도착한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흘러도 그 갈림길 앞에 사람은 단 둘 뿐이었다.
"...설마 너냐?"
"아니거든! 까마귀가 여기로 가라 그랬거든!"
말이 없어진다.
다시 한 시간.
"거 겐야인가 뭔가. 너 어디에서 만나기로 한 거냐?"
"여기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다.
망했다.
둘의 마음 속에 떠오른 감상이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말걸지 마라."
"좀 진지하게 할 수는 없나?"
무뚝뚝하고, 생김새는 거칠고, 하는 일마다 훼방을 놓는다. 젠이츠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얘, 겐야, 저거 먹고 가자!"
"예이~ 거기 예쁜 누나들 잠깐 시간 있어?"
촐싹대고 시끄럽고 쓸데없는 짓만 골라서 한다. 도대체가 임무를 할 생각은 있는지. 겐야는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봐. 난 이게 귀살대 첫 임무라고. 조금만 더 집중해서 진지하게 해줄 수는 없어?"
"흥! 쳇! 아니 사람이 바람도 쐬고 물도 마시고 그러면서 할 일도 하는 거지! 넌 돌로 만들었니? 어쩜 인정머리가 이리도 없을까?"
일촉즉발의 위기.
"야. 계급 까자. 군말없기다."
합동 임무는 일반적으로 상위 계급의 대원이 하는 지시에 따르는 쪽으로 진행되곤 한다. 임무 경력이 조금이라도 많은 편이 경험이나 판단, 유연한 대응 같은 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게엔야아구우운. 설마설마 귀살대 소속이면서 그 규, 율을 거스르진 않겠죠오? 에이 그러겠어 애들도 아니구. 에헤헤헷!"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젠이츠.
"큭.. 젠장..."
결과는 겐야의 참패.
당연한 결과였다. 비록 동기라고는 하나, 젠이츠가 울며 겨자먹기로 임무를 수행하고 실적을 쌓아가는 동안, 임무에서 배제당했던 겐야는 실적이 전무. 계급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손등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는 겐야. 더럽고 치사해도 이게 현실이다.
"자, 겐야 후배님.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 선배만 잘 믿고 따라오세요호홍."
말인지 콧노랜지. 힘없이 뒤를 따른다.
완전한 도시는 아닌데 농촌도 아닌 마을. 어느 정도 규모는 된다. 행인들도 꽤 있었다.
"저기이 죄송한데 말씀 좀.."
휙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
홱
탐문 좀 할라치면 외면하는 사람들. 하나같이 경계하는 눈치에 안색은 좋지 않다.
"어휴... 다들 왜 이리 불친절한 거야. 이래서 관광산업이 발전하겠냐고! 쩝."
맛있는 냄새가 난다. 우동을 파는 행상이다.
"야. 배도 고픈데 저거나 먹을까?"
겐야도 마침 허기를 느끼던 차. 이것만큼은 뜻이 맞았다.
"자 그럼 선배가 후배의 첫 임무를 축하하는 차원에서... 어라"
옷 곳곳을 탁탁 두드리고 뒤져본다. 그러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젠이츠.
"찾아보니까.. 돈이.. 없네? 아, 하, 하하..."
"후우우우"
깊이 심호흡하며 울컥하는 뭔가를 가라앉힌 겐야는 얼마 안 되는 노잣돈을 쪼개 지불했다.
"이야! 국물이 끝내주네~ 후루루룩"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젠이츠를 한심스럽게 바라본다.
"저기 혹시 여기 분위기가 왜 이런지 아십니까?"
겐야의 질문에 뜸을 들인 주인장은 이야기를 한다.
"..형씨들은 들어보셨소?"
다람쥐처럼 입 안 가득 채워 볼을 부풀린 젠이츠. 젓가락을 내려놓은 겐야. 두 사람의 시선에 망설이던 남자는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저승의 낙인,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