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66편
해냈다.
처음으로 익힌 호흡. 그 기술을 실전에서 사용했다. 곤란한 처지에 놓은 사람을 도울 수가 있었다.
모든 일이 처음이다.
손을 가슴팍에 올려본다. 심장이 두근 뛰고 있다. 뭐라 단정짓기 어려운 뭉클함. 눈가가 뜨거워지려 한다.
방심하지 말자.
기쁘고, 날아오를 것만 같고, 폴짝 뛰고 싶은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취약한 시점. 경계를 늦추지 말자.
센쥬로는 사방을 탐지하는 감각을 유지한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아까보다는 상태가 나아진 수험생이 힘주어 일어섰다.
"너라면 분명 통과할 거다. 서로 힘내자고."
"예, 끝까지 무사히."
고마움을 표한 그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시험에 임한다.
이제 첫 날. 엿새가 남아있다.
마지막을 알리는 해가 뜬다.
눈 밑에 그늘이 짙어진 센쥬로는 그제서야 희미하게 웃을 수 있었다.
말로 듣는 것과 실제 경험에는 차이가 있다. 밤에 움직이고 낮에 휴식한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몸이 안 따라준다. 새벽이 끝나고 아침이 되어 안심할 시간이 되어도 쉽사리 잠들 수가 없던 것이다.
첫 날이 마무리되고 지친 심신. 그 날 마음을 놓고 잠들었다.
뺨이 차가웠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밤이다. 당황해 검을 꺼내들었다. 이미 날이 어둡도록 잠들어있었다.
만일 혈귀가 다가오기라도 했다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거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튿날부터는 불안감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기껏 들어도 새우잠을 자거나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났다. 시험이 하루이틀만 더 길었더라면...
부르르 몸을 떤다.
터덜터덜 집합 장소로 돌아온다.
출발하기 전 사람으로 가득 차보였던 그곳은 한산했다. 인원이 많이 줄어있었다.
겐야 형님은 열에 최소 일곱은 죽어나가기 일쑤인 시험이라 경고하셨다. 그걸 감안해도 가혹하다. 직접 겪으니 실상은 더했다.
무심코 둘러본다.
철렁 내려앉는다.
없다.
그 사람이 없다.
분명 살아있었다. 움직였고 일어나길 도왔다. 진심어린 그 감사도 받았다.
숨소리, 멀어지던 걸음. 모두가 진짜였는데.
돌아오지 못했다.
터무니없이 무거운 추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땅바닥의 그림자가 유난히도 짙어보인다.
"사부님, 저기 오는데요?"
"왔구나, 센쥬로."
수행의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은 멀리서부터 보이는 인영에 반갑게 모여들었다.
가까워진다.
일륜도를 허리에 비끄러맨 채 대원복 꾸러미를 들고 걸어오는 소년.
"기운이 없어뵈는데..."
걸음은 타박타박, 표정은 시무룩. 당사자보다 맞이하는 쪽이 기뻐하는 이상한 상황.
"사부님, 형님. 선별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보고하는 목소리마저 한 점 기운없어 듣는 이가 맥이 빠질 노릇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묵부답.
"뭔 일 있었냐."
나지막히 묻는다.
센쥬로는 한참을 침묵하다 말문을 연다. 생기없는 말투로 떠듬떠듬, 평소와 다르게 두서도 없이 장황하게.
시험 장소인 산에 가던 길, 이레 간 벌어진 일, 모인 후, 대원복을 지급받고 계급을 새기고 원석을 고르고, 마침내 돌아오기까지.
조용히 듣는다. 말이 멎는다.
센쥬로는 말을 마치고도 풀이 죽어있었다.
툭
단단하고 따뜻한 손이 그의 머리에 닿는다.
"잘했다."
얹어지는 사부님의 음성.
두 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린다. 뜨거운 뭔가가 치민다. 표정이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어깨가 의지와 동떨어져 달싹인다.
복잡하지만 말로 이루기 미묘한 그 감정이 방울져 떨어진다.
그 날 하루 센쥬로는 병동에서 진찰도 받은 김에 푹 쉬도록 이야기해뒀다.
이후 십여 일, 그는 수련에 몰입했다.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고 수행을 계속한다.
생각한다.
센쥬로 자신이 그 수험생을 돕건 아니건 어차피 같은 결과가 아니었을까?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었던 걸까?
사부님은 말했다.
'넌 최선을 다했다. 힘을 더 길러라. 같은 때가 오더라도 눈 앞의 일에 전력을 다해라. 그것 뿐이다.'
하지 못한 일 후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말자. 기억한다. 나아간다.
수행에 정진한다. 더 독하게 수련에 달려든다.
"사부님, 그때 말입니다."
겐야가 조심스레 물어온다.
"언제?"
"센쥬로의 복귀일요."
그는 입맛을 다셨다.
"당일부터 수련을 대차게 시켰어야하는데.. 아쉽습니다."
뜨악한 마음에 겐야를 쳐다본다.
"얌마. 동생이 심적으로 힘들면 하루는 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휴식은 좋은 밑거름이.."
그는 한 마디를 보탠다.
"흔들림없이 성실해야 하는것도 있지만..."
머뭇거리며 절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그... 하루만 걸러도 근손실이... 걱정돼서..."
아.
"..그것도 맞지."
한 달 간 의식 상실로 잃은 체력을 복구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곤, 마지못해 긍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