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65편 (65/109)



〈 65화 〉65편

"최종 선별...요?"

의아한 표정의 센쥬로.


"그래. 이 정도면 가볼 만하다."


눈으로 확인한 센쥬로의 기술. 이 정도 수련 성과라면 최종 선별에 가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이자 위험요소였던  혈귀는 탄지로가 다행히도 잡아주었으니.


설렘, 들뜸. 다양한 감정을 가득한 소년의 표정.

 전에 먼저 알아둘 사항이 있다. 과연 내가 가르친 이 아이가 시험에 참여하는 일이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는가. 찾아보고 문의한 결과, 별 탈은 없었다.


교육자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기에, 교육자가 아니면 자격에 뭔가 이상이 생기지 않나.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었던 거다.

선별 시험에 이르기까지의 경로는 다양했다.


대원이나 지주가 거둬 가르치다 보내기도 한다. 교육자 밑에서 육성의 길을 걷기도 한다. 소수지만 스스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대원을 빠르게 길러내야만 먼저 가버린 대원들의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현실도 원인인 듯 싶었다.


며칠이 지나 때가 되었다.

여장을 꾸린 센쥬로를 배웅하는 자리. 겐야는 걱정되는지 몇 마디 해주고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센쥬로, 이걸 들고 가라."


허리춤에 맨 검집을 풀어 넘긴다.

"아니 그건 사부님의..."


난처한 표정.


"어차피 칼은 필요할  아니냐. 가다가 구하고 집에 들렀다 가고 하려면 시간 낭비일 테니 가져가."

떨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드는 센쥬로.


"정말 받아도 됩니까? 사부님은 어쩌시고.."


"어차피 난 여기서 수련이나 하고 있을 예정이니 있어도  일이 없지. 군걱정으로 하는 말인데, 가면서 몇 번 잡아봐라. 목검과는 느낌이 또 다르니 손에 익어야해."

"사람 있는 곳에선 감추고 다니는 것도 잊지 말고."


겐야도  한 마디 더한다.

"가, 감사합니다.. 사부님, 겐야 형님. 무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어지간히도 기뻤는지 새는 웃음을 차마 감추지 못한다. 서두르려니 손이 또 맘대로  된다. 겐야가 칼집의 고정을 도운다.

다시  차례 인사를 꾸벅 남긴 녀석은 그대로 여정에 오른다.


"겐야, 뭐 놓친 거 없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부님."

"왜 떨리지. 내가 시험볼 때보다 긴장되는데. 가서 수련이나 더 해야겠다. 어후 심장떨려."

"저도 땀 쭉 빼고 한바탕 토나 해야겠습니다. 기분이 영 찜찜한 게..."





"와아아"


센쥬로의 입이 벌어진다. 코끝을 물들이는 꽃내음.


후지카사네야마. 상복빛깔 산. 선별 시험이 치러지는 그 장소의 초입에 들어선다.

탐스러운 포도송이처럼 치렁치렁 걸린 등나무꽃 송이. 바람이 스치면 살그머니 흔들린다. 시야를 끝없이 메우는 꽃무리. 하염없이 바라보고픈 풍경이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최종 선별 시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차분하지만 낭랑하게 울린다. 소리에 정신을 차린 센쥬로는 시선을 돌렸다.


한 명은 오른쪽 머리에 긴 꽃머리 장식을 얹었고, 옆은 왼쪽 머리에 동그란 꽃모양 장식을  여자아이들이다.

장내에 모인 인원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하나씩 등불을  소녀들은 설명을 이어간다.

"그럼 다녀오시길."


"무운을 빌겠습니다."


저 너머에 들어가면 이레를 버티는 시험이 시작된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대대로 이어져온 렌고쿠 가의 검사들. 무라타 사부님, 겐야 형님. 모두가 거쳐갔던 그 관문이다. 이제 자신이 그 자리에 있다.


심호흡해본다. 사부님이 주신 검의 손잡이를 꼭 쥔다.


'쿄쥬로 형님. 쾌차하시는 날, 어엿한 대원으로 찾아뵐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힘내자. 스스로를 응원한다.




부스럭


"헉!"


발 밑에 밟히는 낙엽. 깜짝 놀랐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쓴다.


그토록 풍성했던 등꽃이 단  송이도  보인다. 사방이 어둡고 스산한 숲이라 벌써부터 아름답던 풍경이 눈에 어른거린다.




"정신차리자, 센쥬로!"

뺨을   치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

혈귀는 밤에 활동한다. 밤에 경계를 하고 낮에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들었다.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다.


"..악.."


"뭐지?"


희미하지만 사람의 소리. 거리가 있다. 들려온 방향으로 걷는다.

"저리가라고!"

다급한 음성. 심상치 않다.

'항상 신중하라셨지.'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상황을 살핀다.

'이럴 때는...'

겐야 형님의 조언을 떠올린다. 파문 탐지. 파문으로 보는 거라 하셨다.


'또 다른 눈이 생긴다 여겨라.'


요령을 떠올리며 집중한다. 기감을 확장한다. 바닥에 넘어진 채 뒤로 물러나려는 작은 덩어리. 다쳤는지 불안해보인다. 거칠고  덩어리가 하나 더.


사람의 것이 아닌 울음소리가 들린다. 방금 느낀 큰 덩어리 쪽이다.

'다친 사람 하나, 아마 혈귀가 하나. 그 외에는 없다.'


상황 파악을 마치고 행동한다.

"괜찮으세요?"

혈귀 방향으로 검을 세우고 경계하며 뒤쪽에 묻는다.


"어, 아! 고, 고마워.. 쉬면 낫겠지만 지금은 못 움직이겠어.. 제길. 방심하는 바람에!"

방심. 사부님은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러온다 경고하셨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신 일이라면서.

'틀린 말씀이 없으시다.'

주의깊게 적을 관찰한다.

혈귀는 새로 등장한 대상에 역시 경계하는 낌새다. 그 틈에 정보를 모은다.


상대와의 거리, 예상되는 시간, 각 부위의 위치.

크르륵


울음소리와 움직임이 변화한다. 금방이라도 덤벼들 기세.

선공이다.

"파문의 호흡, 제 6형"


몸을 낮춘다. 다리에 힘을 모아 박찬다. 검은 아래로, 궤도를 그린다.




혈귀는  앞의 인간을 덮치려 했다. 한 놈은 상처입혔다. 다른 한 놈이 더 나타났지만 몸집도 작은 게 약해보인다.


먹고 싶다.

군침을 흘리며 덤비려는데, 그놈이

뭐라 말한다.

사라졌다.

뒤에서 인간의 냄새. 돌자. 저놈을 찢어갈기면 끝이다.

돌 수가 없다.


크륵


의문.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이상하다.


뜨겁다. 아프다. 탄다.







검을 수납한다.

일륜도에 파문을 불어넣어 일순간 수많은 검격을 가하는 기술.

아직 힘이 부족해 혈귀의 뼈를 끊지는 못할 거라 판단한 센쥬로는 생각했다.

지식으로서 쌓았고 따라하려 안간힘을 썼던 갖가지 호흡의 검술, 그 움직임과 흐름을 모으고 추린다.


충주 코쵸우 시노부 님께 도움을 받아 얻은 인체의 지식도 더했다.

상대를 제압할  있게 고안했다.


순간적으로 적을 지나치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검흔을 새겨넣는다. 그것도 발목, 다리, 어깨 등의 부위와 근육에 집중적으로. 파문을 실어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각인한다.

참격 한 번에 한 군데, 검속이 늘 수록  많이. 뼈를 베지 못하면 피륙만을 벤다. 못할 일에 낭비하지 않는다. 더 여러 번 빠르게 절단한다.

전신의 주요 근육과 부위가 썰린 혈귀는 한순간에 운동 능력을 상실한다. 저급한 혈귀는 전신에 점점이 심어진 파문의 조각만으로도 타들어가 절명. 재생능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스치며 가한 검격,  십수 번의 궤적이 혈귀를 할퀴었다.


그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주저앉고 엎어진다. 베인 자국마다 타들어가며 번진다. 몸부림친다. 아직은 살아있다. 그러나 이미 죽어있다.

혈귀와 싸울 수 있게 해준, 자신의 몸으로 해낸 기술을 다시 말해본다.


"파문연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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