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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64편 (64/109)



〈 64화 〉64편


깨어난 후로  달.

나비저택에 방문할 일이 있을 때마다 셋  하나, 혹은  이상 마주치곤 했다.

카마도 탄지로, 아가츠마 젠이츠, 하시비라 이노스케.

이들은 곧잘 나비저택에서 개인 훈련을 지속하며 임무에 나가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역시 시나즈가와 겐야, 렌고쿠 센쥬로, 두 사람과 검진 겸 간단한 면담차 들렀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코쵸우 시노부 아래에서 일을 돕던 세 명의 소녀와 칸자키 아오이는 서로를 얼싸 안고 눈물을 방울방울 떨구고 있었다. 옆에 선 츠유리 카나오는 말없이 식은땀만.

"저기..대체 무슨 일이..."


"아, 무, 무라타 씨!"

눈물에 콧물까지 찔끔 난 아이들은 앞다투어 말을 쏟아낸다.


"납치, 납치예요!" "벼, 변태가..." "아오이 씨를 데려가려해서..."


울음을 삼키는 아오이까지. 초상집 분위기였다.


"누가 그런 짓을... 어디 있답니까, 그 파렴치범은!"

분개한 센쥬로가 고성을 내자, 손가락들이 담장 너머를 가리킨다. 빠르게 확인한다.


화려한 복식에 키가 큰 남자. 그리고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그래서? 어디 가는 거냐, 아저씨."


"일본 제일의 색과 욕에 물든 아주 화려한 곳이지. 귀신이 사는 유곽이다."

행선지에 관한 그들의 대화까지 확인하고 돌아온다.


"너희들 말은, 탄지로 일행과 함께 있는 저 사람이라고? 문제의 인물이?"

일동 긍정.

한숨이 나온다.


"저 분은 지주님이시잖아. 음주 우즈이 텐겐 님이시라고. 워낙 신출귀몰하셔서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용무가 있으셨겠지."

창백해지는 소녀들의 안색.

"확실히 지주라고 말씀은 하셨.." "그분께  실례를 하고 만 거야!" "시노부 님 죄송해요..."

갈 곳을 잃은 센쥬로의 눈동자.

"지, 지주님께 파렴치라고..."


세 소녀와 한 소년은 털썩 무릎을 꿇고 털푸덕 엎어지려는 걸 두 팔로 버티며 깊은 반성의 시간을 보낸다.

아무쪼록 음주와 함께 동행한 그들에게  일이 없기를.


"맞다, 아오이 씨,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눈가를 닦은 그녀. 살짝 붓기가 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 거죠?"


"그.. 약 말인데요. 진통제인가 그거 더 넣어주실  있나요?"

"지금도 꽤 많이 들었는데요."


"상당히.. 아파서요..."

책망하는 듯한 눈길. 작게 한숨을 내쉰 아오이가 입을 연다.


"여쭤보고 허가가 나면 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길어진다.

"겐야, 쟨 요새 뭔 일 있냐?"

갸우뚱.


"글쎄요. 훈련도 성실히 하고, 구토도 빠짐없고 이상없는데요?"


"올 때마다 길어진단 말이지..."


정기 검진. 나와 겐야는 빠르게 끝나고 한 두 마디 듣고는 나오면 끝나는 과정이었다. 센쥬로만큼은 유난히  시간이 길었다.

정식 대원이 아닌 센쥬로가 독단으로 귀살대 내부를 돌아다닐 경우에는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기에, 꼭 동행을 하는 편이다. 때문에 그의 용무가 끝나도록 기다리는 중이다.


되돌아보면 그 때부터였나. 자신만의 뭔가가 필요함을 역설했던 그 날.

그 후 이어진 충주와의 면담부터 길어졌던 것 같다.

한 번은 웬 서책을 받아나오기도 했다.

개인 자율 훈련을 지나가다 보면, 목검을 수 차례 휘두른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그림을 그린다. 그러곤 한참을 바닥이 뚫어져라 노려본다. 아무 말도 없이 뭔가 깊이 고민한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형님. 많이 기다리셨죠."


급히 뛰어온듯 머리카락이 부스스하다.


"가서 얘기  하자."

긴장한 기색. 침묵 속에 뒤따라온다.

수련 장소에 이르러 겐야는 수행을 하러 떠난다. 공터에 센쥬로와 단 둘.


"센쥬로."

"네, 넷!"


차렷 자세로 입은 꾹, 눈은 동그랗게 뜬 소년.


"너 하던 거 있지? 여기서 해봐라."

떨떠름한 얼굴의 센쥬로는 눈치챈 듯 목검을 굳게 쥐었다.

"..정말 합니까?"


"그래. 이유도 설명하고."

그는 진중한 눈빛으로 검술을 펼친다. 민첩하고 빠르다.

숨을 고른 센쥬로는 자세를 바로잡고 섰다. 이야기를 듣고 납득한다.

"됐다. 그만하면 정식 기술로서 이름붙여도 되겠는데.  반쪽짜리보다 형태도 완성도 높고."

"과찬이십니다."

칭찬이 싫지는 않은지 헤헤 웃으며 좋아하는 녀석.


"하긴 보낼 때도 되긴 했지."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센쥬로가 기울인 노력과 고심한 흔적이 검기에 묻어난다. 어디가서 잡귀에 당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갔다와라, 센쥬로."


"어, 어딜 말입니까?"


"최종 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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