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63편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모든 신체 부위를 고루 단련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현재의 내게 그만한 여유는 없다. 임무 재투입의 날이 점차 가까워온다.
우선 순위를 정한다. 주무기인 주먹의 강화가 최우선. 현행대로 지속해나간다.
다리, 하체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실전에서 팔에 더해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는 주요 수단이니까. 대조해본다.
혈귀와의 싸움에서 다리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비중이 크다. 암주의 거친 수행으로 상당부분 강해진 면도 분명 있다.
팔은 주먹과 위치상 가깝기도 하고 전투를 보조하는 성향이 짙다. 탄탄하게 갈고 닦은 주먹이 있어도 받쳐줄 팔이 부실하다면 문제가 된다. 날카롭게 갈아둔 칼날이 칼집 안에서 잠만 자는 것과도 같은 꼴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 주먹 단련을 지속하며 더해갈 다음 부위는 팔이다.
고찰한다.
직접 타격. 부딪치고 부딪힌다. 충격을 주고 받는다. 주먹을 원하는 위치에 실어날라줄 팔은 실시간으로 충격을 받아내고 완화하며 지지해주는 역할이다. 때로는 다리와 함께 공격을 받아내기도 하고, 그 자체로 공격 수단도 된다.
어떻게 강화해야할까.
팔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주먹처럼 으스러뜨리고 수복하는 과정에서 강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부위의 단단함도 중요하지만, 접고 펴고 돌리고 꺾고, 유연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구조를 보더라도, 손은 작은 덩어리 안에 자잘하게 많은 관절과 뼈, 잔 근육이 오밀조밀하다.
팔은 손목으로부터 뻗어나와 팔꿈치 부근에서 한 번, 어깨에서 다시 한 번 꺾인다. 크게 두 덩이의 뼈와 근육, 살이 부위를 채운다. 구성요소 하나하나의 영향이 크다. 근육과 덧붙여 관절에도 시선을 두어야 한다.
파문 수련의 기록을 되짚어본다. 팔을 길게 잡아빼는 기술이 있다고 했다. 당연히 긴 뼈를 잡아늘리는 건 안 될 말이다. 관절을 순간적으로 늘려 보다 먼 거리의 대상을 타격하는 기술이다.
어떻게 보면 탈골과도 유사하다. 뼈가 제자리를 벗어나니까. 다만 탈골은 의도치 않은 부상이고, 앞서 말한 일종의 급속 연장 타격기는 그 탈골마저 파문의 힘으로 통제 범위에 두고 이용하는 기술. 차이가 있다.
관절을 늘린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사정거리가 길어진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거리에서 어긋난 시점에 공격이 가능해진다. 변수를 창출한다.
어깨까지 생각하면, 가동 범위도 유용한 효과. 팔은 안으로 굽고 어깨는 일반적으로 특정 각도 너머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걸 극복하고 전혀 다른 동작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이상은 어떨까?
단순히 팔로 국한하지 말자. 강력한 권격은 하체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반신, 나아가 전신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관절은 손과 팔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리는 물론 몸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이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순간적인 팔의 변형을 넘어 다른 부위에도 변화를 준다면. 오로지 주먹 타격을 위한 받침대로의 기능을 극대화해 최적화할 수만 있다면.
당장은 팔의 연장에 집중해본다. 그것만으로 좋은 단련 수단이자 공격 기술이니. 나머지는 그 이후다.
팔을 구부려 뒤로 젖히고 내지른다.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파문의 분포를 생각한다.
골고루 흩어진 파문은 신체를 보호한다. 강력한 내지르기를 하면 다른 부위와 동등하게 관절도 감싼다.
다시 지른다. 있는 힘껏. 혈귀의 두터운 껍질을 뚫을 기세로 발사한다. 이번에는 관절 주위로 파문을 물려 힘의 공백을 만든다. 뻗어나가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관절이 뚝 하고 빠진다.
"윽!"
통증. 뻗어나간 반동으로 다시 주먹을 회수하며 파문을 불어넣는다. 관절이 제자리를 찾으며 재생력으로 붙는다.
늘었다 줄어든다.
실시간으로 순간마다 부위별 파문 조절을 세밀하게 해내야 가능할 기술이다.
팔을 붙잡고 문지른다. 미미하게 아프다.
반복하면 조금씩 관절에도 손상이 남는다. 회복한다.
다른 부위의 관절들로도 확장한다.
한번은 자신감에 무리했다.
예상되는 가동범위를 넘어 꺾고 돌려본 것이다.
소리가 안 나왔다. 그 정도로 격렬한 고통이 따랐다. 부위가 내 것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면서 마비도 찾아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낭비하고 시달리고 나서야 회복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섬세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실험한다. 어디 부위는 어느 각도까지는 이상이 없는지, 그런 움직임으로 부수적인 결과물은 무엇이 따라오는지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