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2편
각종 체력 훈련을 매일 거르지 않고 실행한다.
파문의 흐름을 감지하고 운용하는 일과도 꾸준히 해준다.
그리고 현 시점, 가장 비중을 두고 극도로 단련하는 부위는 바로 주먹.
혈귀와 맞붙는 실전과 같이 파문을 주먹에 집중해 손상을 방지하고 보호할 수도 있다.
그것을 일부러 그만둔다.
상시 호흡을 한다지만, 결국 의식적으로 한 곳에 집중하지 않는 한, 파문은 몸 전체에 고르게 퍼져있다. 달리 말하면, 손이라는 부위 하나에 분포하는 파문 본연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어느 선을 넘는 충격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손의 파괴를 위해 일부러 힘을 집중하지 않는다.
권사는 말했다. 주먹의 단단함이 바탕이 되어야 시도할 수 있다고. 부위 단련이 미숙했던 어떤 이는 섣불리 시도했다가 손이 박살났다고도 했다.
단단해지기 위해 우선 부순다.
원리는 그렇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전해지는 말이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질 때 땅은 파이고 상처를 입는다. 물을 먹어 물렁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날이 개고 흙이 마르면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먼저 상처입는 과정을 거친다.
단련에 필요한 사물들은 암주의 수련장 안에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잘 자란 대나무를 물색한다. 앞에 서서 손가락을 모아 꼿꼿이 세운다. 그대로 손끝을 대나무 줄기에 꽂아넣는다. 반으로 가르며 손이 박히면 성공이다.
처음부터 쉽게 될 리가 없다.
손톱이 깨지고 손가락 끝에 멍이 들다 피가 난다. 손가락 뼈도 아려온다. 이것을 반복한다.
다음으로 숲 속에서 둘레가 굵은 나무를 찾는다. 목질이 단단하면 적당하다. 자세를 잡고 손날을 세워 그대로 후려친다. 타격 지점은 새끼손가락 옆부터 손목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때려준다. 역시 껍질이 벗겨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 들도록 시행한다.
바위를 찾아간다. 이번에는 손바닥. 딱딱한 겉을 손바닥으로 힘껏 밀어친다. 팔목이 울리고 손바닥이 찢어져 바위 표면에 핏물이 흩뿌려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장권을 후린다.
수행의 장소였던 폭포도 좋은 도구가 된다. 쏟아져내리는 세찬 물결. 매우 연약하고 부드럽게 빠져들 것만 같은 것이 보통 물의 표면이지만,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물체나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세찬 충격 앞에서 물은 터무니없이 단단한 벽으로 변모한다. 수직으로 쏟아지는 폭포수 앞에서 손등으로 물을 짜악 소리나게 때린다. 냉기가 파고들어 얼얼하고 혈관이 터져나가는 고통이 따른다.
하나 사전 준비가 필요한 도구가 있는데 이것 또한 찾을 수가 있다. 암주가 불길 속의 수행을 위해 불을 지르는 모래밭. 그가 고행을 끝내는 시간에 맞춰 찾아간다. 불길이 사그라들어도 공기는 후끈하다.
모래를 만져본다. 타는 듯이 뜨겁다. 무릎을 꿇고 앉는다. 살짝 엎드릴 듯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팔을 접어 팔꿈치를 뒤로 젖히며, 곧추 세운 손을 모래 속에 쳐박는다. 화상을 입는다. 빼낸다. 곧바로 반대쪽 손을 같은 방법으로 박아넣는다. 반복한다.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는 각양각색의 단련들.
손끝, 마디, 관절, 바닥, 등. 손목에서 팔로 이어지는 모든 구간을 갖가지 방법으로 부딪치고 부수고 깨뜨린다. 정성을 다해 꼼꼼이 빠뜨리는 구석 없이 파괴하는 과정을 겪는다.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참을 수 없이 아프다. 전 과정을 순환하고 나면 손은 엉망이 된다. 피멍은 물론 물집, 출혈, 크고 작은 뼈마디의 실금, 골절, 떨어져나가는 살점. 성한 곳이 남아나지 않는다. 차라리 양손을 도려내고 싶어진다.
아픈 손에서 인 경련이 팔로 번진다. 그 몸으로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약재를 풀어넣는다. 나비저택에서 받아온 부상에 특화된 조합의 가루들이다. 알싸한 향이 코 끝을 스치면 가만히 앉는다. 두 손을 물에 깊숙이 담근다.
"으으으"
약탕물이 상처로 스며들면서 쓰라리다. 금방 고통은 덜어진다. 진통 성분도 같이 들어있다. 그 상태로 파문을 손에 집중한다. 손에 생기가 느껴진다. 세포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감각이다.
피투성이로 손을 망가뜨리고 나면 꼭 회복기를 갖는다. 최소 한 시간 이상. 손의 붓기를 빼고 소독하며 회복효과를 돋우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다음 날의 수련에 지장이 생긴다.
끝을 모르는 파괴. 고통의 끝에 손에 넣는 건 무엇인가.
잘 벼려진 칼날 같은 주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