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61편
"..님."
떠올린다.
"...부님."
생각한다.
"사부님!"
"아, 센쥬로냐."
할 말이 있는지 찾아온 녀석.
"드릴 말씀이 있어서..."
"뭔데?"
"검은 언제쯤 잡아도 될까요?"
그러고 보니 검을 내려두게끔 일러놓고 가타부타 말이 없었던 것도 같은데. 그간 지켜봤을 때도 그렇고, 몸에도 없는 걸 보니 정말 성실하게도 지켰던가 보다.
초조하게 답을 기다리는 센쥬로. 어지간히도 고대했나 본데.
"살살 건드려도 괜찮을 시기긴 하지."
"그, 그럼 이제!"
"서두르진 말고. 말 좀 들어봐."
시무룩. 기대와 실망이 반반 섞인 모습.
"파문은 신체를 통해 발현하는 힘, 파장, 파동..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 그 흐름은 인간의 몸을 넘어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순간 위력이 감소한다. 때문에 직접 타격이 가장 효율적이야."
주먹을 흔든다.
"그래서 격투쪽이 잘 맞기도 하고. 동일한 효과를 내려면 무언가를 거치면서 손실됨을 감안해 더 많은 파문을 넣어야하는 비효율. 보통은 다른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예를 들면 검같은."
허리춤의 일륜도를 툭툭 쳤다.
"예외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그 전달 과정의 손실을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로 막대한 내력이 있거나, 파문 전달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특이한 물건, 일륜도. 이런 걸 쓰거나."
나는 검술쪽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길을 튼 경우다.
"그럼 일륜도와 파문을 합치면 파문 검술같은 것도!"
"가능은 하지. 근데 널 봐라."
센쥬로가 자신의 몸을 훑어보더니 의문을 표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신체조건이 열악하잖아. 나이가 어려서 성장의 여지는 있다만, 나중 일이고. 지금을 봐야지. 기초 체력도 없다시피해서 간신히 기본 수준까지 올려놨고. 이 상태에서 혈귀와 만나면 어떡할래?"
"음, 어어...."
딱히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낌새다.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마당에, 검을 거치며 발생하는 아주 약간일지라도 손실을 감수할 수 있을까? 그렇게라도 할 가치가 있나?"
소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간다.
"..포기해야 할까요..."
"포기하란 소린 아니다. 단지 그럼에도 해야겠다면, 극복할 계책이 있어야 한다. 좋은 예로 충주님이 계시지."
충주 코쵸우 시노부.
벌레의 호흡을 사용하며, 그녀의 일륜도는 남다르다.
칼날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베기 위함이다. 그런데 충주의 칼은 상단 끝을 제외한 칼날은 전부 제거했다. 베기를 버리고 날카로움만을 취해 얻은 찌르기. 더해서 대 혈귀전용 극독 바르기까지.
"그분은 체구가 작은 편이야. 암주님이나 네 형님이신 염주, 다른 대부분의 지주님들에 비해 완력도 약하고. 그래서 혈귀의 목을 베어내지 못한다. 그런 충주님보다도 체력이 달리는 네가 벨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 그러니까"
센쥬로를 보며 검지를 세운다.
"방법. 방법을 생각해라. 파문의 기본 기술을 넘어 검을 제대로 쓰고 싶다면. 너만의 뭔가를 만들어. 충주님이 그러셨듯이."
"방법...어떻게 하면..."
골똘히 궁리에 빠져드는 그에게 알려둔다.
"기초 체력은 다져놨으니, 빈 시간이라면 개인적으로 연습해도 상관없다. 말리지 않아."
반색하며 돌아서는 녀석. 어깨가 유난히 가볍다.
돌려보내고 나서 다시금 생각한다.
손바닥을 쥐었다 펴본다. 뒤집어도 본다. 굳은 살이 많이도 생겼다.
잡다한 혈귀들을 이 손으로 때려봤다. 귀살대에 발을 들이고 조우한 혈귀는 대체로 상대하기 무난했다. 어려웠던 경험이라면 하나 번득인다.
나타구모.
그 산에서의 일전은 목숨이 왔다갔다했다. 특수한 능력을 자랑했던 혈귀. 칼이 잘 들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까지 싸울 무기가 되어준 건 파문, 그리고 주먹.
호흡을 모르던 권사의 파괴적인 일격도 또 주먹.
수련의 방향을 정립한다.
단련한 신체에 강한 파문이 깃든다.
시작은 권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