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편 (59/109)



〈 59화 〉59편

겐야와 센쥬로.  사람 모두 상시 호흡을 깨닫고 익히기까지 대략 한 달이 흘렀다.

이제는 수련도 궤도에 올라서, 앞서나간 겐야가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는 센쥬로를 가르쳐주는 상태까지 발전했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준다.

진도에 맞춰 특별히 알려줄 사항이 없다면, 겐야가  대신 센쥬로를 이끌어준다. 달리 말하면 이들에게 투자할 시간을 돌려써도 되는 상황이다.

기본적인 뼈대의 수련은 계속했다.


암주의 수행 가운데 통나무들기는 든 채로 앉았다 일어서기도 가능해졌다.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폭포 아래 물을 맞으며 견디는 시간은 이각을 넘어 삼각을 향해 전진 중이다.  수록 상승곡선이 꺾이는 느낌이지만 더디나마 발전하는 건 기분이 좋다.


문제의 바위 밀기.

단순한 힘만으로는 바위를 흔들거나 쥐꼬리만큼 밀기까지는 가능했다. 장거리가 안 된다. 이게 문제다.

물론 암주 히메지마 교메이가 밀고 있는 거대한 바위는 어림도 없다. 저거 사람이 밀  있는 거긴 한가 싶은 크기였으니까.


의문이 생긴다. 암주는  바위를 미는가. 하필  저 크기의 바위일까. 그의 거구나 강력함을 고려하면 저 정도 중량은 되어야 자신의 한계를 자극하고 성장의 여지가 있다 여긴 것 아닐까? 그러한 그조차 반복동작을 한다.


겐야의 말로는 반복동작은 호흡 없이도 가능하다고 했다. 상시 호흡중인 나로선 호흡법을 벗어던지기는 불가하다.다만 그의 말로 미루어보아 순수한 육체와 정신의 조화로 뭔가 작용을 일으키는 모양인데...

최근 겐야의 암주 관찰에 의하면, 히메지마는 바위를 밀기 전 염불을 외고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집중을 하더란 것이다. 그러면 핏줄이 불거지고 근육이 부풀어오르면서 대번에 바위를 밀어내는 신기를 보였다.


그 모습에서 뭔가 얻은 바가 있었는지 겐야는 슬슬 바위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완벽히 파악하고 자신의 것으로 한다면 근시일 내에 겐야의 바위도 움직일 것이다.

같은 염불, 같은 과정. 여기에 실마리가 있다. 같다. 같은 행동을 한다. 미간을 찌푸린다. 보통 감정의 변화가 일면 나타나는 반응이다. 감정은 마음. 생각. 기억. 뭔가를 떠올린다.

기억을 떠올려 자극을 가한다. 같은 행동도 더한다. 기억과 무관하지는 않은 행동.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일거에 근육의 변화가 발생, 거력을 발휘한다.

간혹 이런 이야기, 소문을 듣는다. 괴력을 발휘한 인간. 목숨이 경각에 달하거나 위기에 처하면 발버둥친다. 무의식 중에 차마  수 없던 일도 하게 만든다.

마차에 깔린 엄마가 품 안의 아이를 위해 들어올리고 탈출한 사건. 장정들이 덤벼야 가능할 무게였다고 한다.


산행 중 실족, 절벽에서 추락할 위기였던 사람이 몇 시간이고 매달리며 버틴 끝에 행인의 도움으로 살아난 이야기.

결코 그들이 평소에 강했기 때문은 아니다. 무의식. 잠들어있던 힘을 깨운 것이다.

살면서 언제 경험을 했던가. 죽어가던 순간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던 순간들. 그  가장 가까이 있던 주먹. 그리고 호흡. 생존을 위해 들이쉬었던 끊임없는 공기의 순환.



심호흡한다.

주먹을 꾹 쥔다.

겪어왔던 고비의 기억들을 나열한다.


온 몸이 달아오른다.


다리를 굳게 박아넣고 두 손을 바위의 표면에. 힘을 꾹 준다.

꾸드드득

밀린다. 움직인다. 긴장을 놓칠세라 오히려 더 하체의 근육을 부풀리는 감각을 인지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더 걸어 다섯 걸음.

멈춰선다.

바위를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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