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58편 (58/109)



〈 58화 〉58편

 달이 지났다.

모두가 능숙해져간다.

센쥬로는 드디어 기초 체력 다지기를 달성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채비가 됐다.

그 사이 다시 찾아온 정기 검진. 충주 코쵸우 시노부는 겐야에 이어  명 더 진찰하고는 투덜거렸다.

"호흡 불치는 아주 혼자 다 고치지 그러세요? 참내. 하지 말라고, 무리하지 말라고오오 해도 듣는지 안 듣는지, 에휴."


겐야는 당연 이상무.

"무라타 씨는... 약간씩은 내상이 회복되고 있네요. 자제만 해주신다면 훠얼씬 빠르게 낫겠는데 말이죠. 임무 늦게 나가고 싶어서 일부러 그래요? 고장내는 건가요?"

눈초리가 매섭다. 그런 생각은  해봤는데. 이거 좋은 방법 아닌가?

시노부는 자신의 두 눈을 검지와 중지로 찌를 듯이 손동작을 하더니 그대로 돌려 나를 가리켰다.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조심하자.

센쥬로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이었다. 토나오게 구른 보람이 있었다. 대원들이 수행하는 기본 훈련들을 바라볼 수는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돌아와서 다시 수련에 돌입한다.

체력이 늘고 근육이 붙어감에 따라 난이도도 늘렸기에 센쥬로의 구토는 멈추지 않았다. 다만 달리다 쓰러지는 일은 잦아들었다.


휴식시간.

"이미 습득해버렸으니 돌이킬 수는 없다만.. 불꽃의 호흡이 아니어도 후회는 없냐?"


센쥬로의 입이 미미한 호선을 그린다.

"후회라고 하면.. 미련은 있죠. 선대 염주님들, 그리고 형님을 생각하면 제가 제대로 불꽃의 호흡을 구사하는 검사로서 계승해나갔어야 합니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년.

"하지만 여건이, 제 재능이 허락하지 않았는 걸요. 이렇게라도 한 사람 몫을 해내는 편이 나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 맑은 눈이 똑바로 마주쳐온다.


"비록 불꽃의 호흡,  형은 잃더라도 쿄쥬로 형님의 뜻을 잇는다면 그게 최선이라고 믿고 있어요."

의지를 이어간다. 말에 무게가 실려있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자. 내 답이다.

"파문의 기술들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줄 거다.  보고 느껴야한다."


"네, 사부님!"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란 말이 있다. 그게 나다. 하도 듣고 또 듣다보니 귀에 못이 박혔다. 무덤덤하다.


파문의 호흡  1형부터 차례대로 선보인다. 실전은 아니니 부담없이 가볍게, 그 형태를 인식할 수준이면 충분하다.

"우와! 와!"


탄성의 연속. 센쥬로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제 5형에 이르러서 끝을 맺는다.


"여기까지다.  수련이 미진해 확실한 기술로 자리매김한 건 다섯 가지. 이후로는 궁리 중이야. 굳이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더 발전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면, 자신의 경험과 탐구를 통해 응용하고 찾아내면 그것 또한 파문."

"전에 열 번째 형이 있다고 하셨.."


"궁금해도 안 알려준다."

물어본 센쥬로는 물론 은근히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겐야까지 실망한 눈치였다.

"말했다시피 위험하다. 역사 속에서 그 기술을 사용한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죽음이 임박해서 사용한 탓에 사망했는지, 죽음을 각오하고 사용한 것인지는 불확실하지. 뭣보다 직접 사용해본 내가 죽을 뻔 했으니..."


절로 몸서리쳐진다. 다시 돌아가 재차 선택한다면 확신이 없다.

"그러니 그건 됐고, 센쥬로 너는 지금까지의 훈련에 나비저택 훈련을 추가한다. 차후 암주님의 수행은 두고  일이고."


겐야를 본다.

"전 어떻게?"


기대하는 그.

"일단  토하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나서 돌아서는 겐야. 뭔가 이상한데.

"센쥬로, 너는 가서 맞고 와라."

"넵!"




'가서 맞는다, 가서 맞는다.'


센쥬로의 머리 속은 맞을 생각으로 가득했다.


사부님이 지시한 것은 분명 전집중 상중으로 들어설 훈련. 탄지로 씨가 거쳐간 그것. 잠들며 호흡법을 이행하고, 실수하면 즉시 타격을 가해 깨어난 뒤, 반성하고 곱씹으며 다시금 호흡하고 잠들면 된다. 그분들의 잠을 뺏는 어려운 부탁. 정중하게 해야...

때마침 나비저택 안마당의 빨랫줄에 빨랫감을 널고 있는 소녀들.


귀살대 제복의 칸자키 아오이. 깔끔한 백색 옷을 걸친 셋, 나카하라 스미, 테라우치 키요, 타카다 나호.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명의 시선이 불꽃 머리 소년에게 꽂힌다.


"무슨 일이시죠?"

카랑카랑한 아오이의 목소리. 주눅이 든 센쥬로는 우물쭈물한다. 뒤편에서 수군거리는 세 사람.

용기를 낸다. 여기까지 와서 멈출 수는 없다.

'가서 맞고 와라'

사부님의 뜻을 따라야한다. 호흡의 숙련도 상승을 위해.

굳게 맘먹은 센쥬로는 고개를 든다. 눈을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뜻을 전한다.

"때, 때려주세요..."

여자아이들과 맞대면은 좀처럼 없는 경험. 어리고 소심했던 소년에겐 꽤나 담력을 요하는 일. 뱉고 나서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에 뺨이 붉어졌다.

아오이를 비롯한 소녀들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어쩌다가...이런..."


"변태인가봐!" "어맛!" "꺅!!"

센쥬로는 의문의 빗자루 몰매를 맞아야했다. 뭘 잘못했단 말인가.


다행히도 오해는 풀리고 의사는 제대로 전달되었다.


"아하! 탄지로 씨가 하셨던 전집중 상중 훈련말이군요?"


스미가 손뼉을  친다.


"네, 그, 그거 맞아요..."

머리는 산발에 눈에는 멍이, 옷은 흙먼지, 코피가 한 줄기 흐르는 채로 센쥬로는 대답했다.


"여기요... 미안해요." "이걸 바르면 금방 나을 거예요."


키요와 나호가 각각 따뜻한 물수건과 연고를 건네줬다. 센쥬로는 속으로 어머니를 떠올린다.


'형님에게 그리 말씀하셨죠.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야한다고. 저도 강해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귀살대의 훈련은 오늘도 혹독합니다...'


눈가를 꾹꾹 누른 소년은 소녀들의 손에 이끌려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잠든다.


그로부터 한참, 거의  주 가까이 나비저택을 드나들며 센쥬로는 밤마다 매타작에 시달려야했다.






"겐야 형님은 얼마나 걸리셨습니까?"


"나? 며칠이더라... 일주일은 안 걸렸다."


"부럽네요."

센쥬로의 티없이 맑고 밝은 그 웃음은 어딘가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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