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56편
"야, 우냐."
울음을 터뜨리던 센쥬로를 지켜보다 옆을 보니 가관이다.
"아, 아닙니다. 아니 그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라 그만..."
겐야도 마음이 동했는지 눈가가 촉촉하다.
기다린다. 사실 시간이 없다. 겐야의 지도에 더해 이제는 한 명이 더 늘 상황. 당장이라도 움직여야겠지만 놔두자.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귀살대 본부에 찾아갔다. 외부인을 정식으로 귀살대 내 구역에 들이는만큼 절차란 게 필요했다.
"또 무슨 일을 벌이시려는 건지."
코쵸우 시노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본다. 처음 오는 인원이라면 으레 거치는 진단절차인데 그게 나와 연관이 있어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작게 한숨을 쉰 그녀는 센쥬로와 몇 가지 문답을 하고 검사를 한 뒤 내보냈다.
"체력이 굉장히 부족하네요. 뭔가 해보시려면 그 문제부터 해결하셔야."
무리하지 마시고. 한 마디 덧붙이고는 입을 닫는다.
수속이 진행되는 동안 센쥬로의 자택에 다녀오기로 한다.
'쓸데없는 짓은 하시면 안 돼요!'
시노부에게서 주의를 듣긴 했지만, 전보다 몸상태가 그나마 나아진 걸 감안해서 보내주는 것이라며 외출 허가도 받았다.
"귀살대에 찾아가기까지의 이 길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걸음을 옮기며 가슴팍에 손을 얹는 센쥬로.
"지금은 뭔가 가벼워진 기분이에요. 새로운 시작이라서일까요?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잘할 거다."
겐야는 대강의 기초는 알려뒀다. 다녀오는 사이 암주의 수련장에서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도착해 찾아간 곳은 전대 염주, 렌고쿠 신쥬로의 앞이었다.
"...그놈은 어떻다더냐."
돌아앉은 그는 센쥬로의 말과는 달리 술을 기울이진 않고 있었다. 차 한 잔을 떠놓고 명상 중이었던 모양이다.
"형님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시간 찾아온 정적.
"저는 이제부터 귀살대에서 수련을 쌓으려 합니다. 아버님, 몸 건강히 계세요."
센쥬로의 아버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대로 돌아나오는데
"다치지 말거라."
나지막히 한 마디가 깔린다. 센쥬로는 급히 눈을 소매로 문질렀다.
그 길로 센쥬로의 방으로 향한다.
"아버님은 좀 변하셨습니다. 형님이 그렇게 되셨을 당시... 탄지로 씨를 통해 형님의 말씀을 전해받았고 말씀드렸습니다. 몸을 소중히 여기세요, 라고."
"탄지로가 왔었다고?"
"네. 그분을 알고 계셨나보네요. 그땐 중상이라지만 언제 상황이 급변해도 이상치 않았으니... 아버님도 형님이 남기신 말씀에 마음이 움직이셨던 걸까요."
탄지로는 오지랖이 넓은 녀석이다. 그래도 그 상냥한 마음씨 덕에 주변 사람과 잘 지내는 거겠지. 한 때 여동생 궤짝 건으로 오해했던 일이 새삼 미안하다.
"탄지로 씨가 아버님을 박치기해버리시는 바람에 걱정도 했었는데 일이 잘 풀렸네요."
전대 염주님 아닌가? 머리로 들이받았다고?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마음 속에서 탄지로의 평가가 왔다갔다하는 사이 센쥬로가 자신의 방에서 목검을 들고 나왔다.
"그건 뭐하려고?"
"아, 이 목검은 제가 예전에 검술을 연마해보려고 했을 적에 쓰던 물건입니다. 정도 들었고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꼭 쥐고 있는 모양새가 정말 애착이 있는 듯했다.
암주의 수련장에 복귀하니 까마귀가 날아왔다. 까악 소리를 내며 절차가 완료되었음을 알린다.
"아버님이 활동하실 때 한두 번 봤을 텐데."
센쥬로가 말하는 까마귀에 신기해했다.
"아, 그렇긴 해도.. 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저 새들은 어떻게 사람의 말을 하는지."
"너도 호흡을 익히고 심신을 갈고 닦는다면 대원이 될 것이고, 그럼 저것도 익숙해질 거다."
"네!"
소년의 힘찬 대답. 그 표정에 설렘이 묻어난다.
공터에 섰다.
"우선 호흡인데."
겐야도 자리잡았다.
"저녀석도 그렇지만, 네 경우에도 전수를 해야한다."
"전수...요?"
"그래.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견뎌낸다면 공기의 느낌이 다를 거다. 전신에 활력이 감도는 감각이라고 할까? 생명력이 차오르는 느낌이라고 할지. 그게 느껴진다면 성공이지. 말보다 직접 겪는 편이 빠르다."
긴장한 기색으로 서있는 센쥬로. 두 주먹은 꼭 말아쥐고 있다.
겐야 때와 마찬가지로 손에 파문을 집중. 통증은 약해졌다. 요령을 상기하며 센쥬로의 명치에 찔러넣는다.
"커흑!"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는다..가 됐어야 했는데
뒤로 밀려 날아간 소년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 바닥에 엎어졌다.
"아.. 계산 잘못했다."
겐야와의 체격 차이를 고려 안 하고 동일한 힘을 줬으니. 센쥬로는 꾸물거리며 소리도 못 내고 고통스러워한다.
"괘, 괜찮냐! 야!"
겐야가 후다닥 달려갔다. 그래도 중요한 과정이라 차마 손은 대지 못하고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한다.
한참을 구르며 안색이 푸르딩딩하게 바뀌다 숨길이 열린다. 혈색이 돌아온다.
비틀대며 일어서려는 센쥬로. 겐야의 조심스런 부축을 받으며 바로 선다. 정신이 없는지 두 눈을 크게 꿈뻑거린다.
"아, 후"
숨을 쉬어본다.
"콩, 콩기가...콩기가 댜룹니다!"
코맹맹이 소리로 감탄하는 소년. 쌍코피가 흐른다.
"이, 이계..."
양손을 내려다본다. 손을 쥐었다 편다.
"져, 졍말...으훅..."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대성통곡. 지켜보는 겐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웃음을 짓는다.
"자, 풀어!"
패앵
훌쩍이는 센쥬로. 그 얼굴은 눈물과 코피섞인 콧물, 침과 흙가루로 엉망이었다. 겐야가 수건을 갖다대자 세차게 코를 풀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꿈같아서.."
"됐고, 냇가에 가서 씻고 와라. 갈 길이 멀다."
"넵!"
똑부러지게 외치고 달려가는 그.
"쟨 왜 이리 눈물이 많을까요? 애도 아니고.."
"애 맞잖아."
"아."
시나즈가와 겐야는 문득 깨달았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