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0편 (50/109)



〈 50화 〉50편

"한  만이네요. 무라타 씨."

코쵸우 시노부의 차분한 음성이 귀에 파고든다. 깨어나자마자 마주친 첫 인물.

"..한..달..."


내 목소리가 낯설다. 오래간만의 발성인듯 메말랐다.


전신이 침대에 눌러붙은 것처럼 도무지 움직여주질 않는다. 양팔로부터 뻗어나온 몇 갠가의 줄이 높이 매달렸다. 각 줄의 끝에는 여러 색의 액체가 담긴 투명한 봉투가 걸려있다.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진다.

가까스로 고개를 조금 돌린다. 시선이 닿았다.

"깨어나셨으니, 얼른 나아서 임무 복귀! 라면 좋겠지만요."

그녀는 눈을 감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옮겨진 당시엔 정말이지.. 심각했거든요. 기록상으로 그러니까,"


시노부는 그 뺨을 간질인다.

"나타구모 산에서의 부상보다 심했다면 이해가 될까요... 그냥 죽음 임박이 와닿겠죠."

손가락을 꼽아보인다.

"체내의 모든 곳, 각종 장기, 근육, 혈관, 멀쩡한 부분이 없었죠. 산 송장이었달까요? 특유의 호흡이 없었다면."

그녀의 눈이 천장을 향한다.

"신기한 일은 그 다음. 최선의 조치는  했고, 기다림만이 남아있었을 무렵이었죠. 보통 전집중, 그것도 상중의 단계에 들어선 사람은 회복도 빨라요. 일반인보다 상당히. 그런데 무라타 씨, 당신은... 비정상적으로 빨랐어요."


몇 배의 시간 단축. 스미, 키요, 나호.  아이의 도움으로 교대 관찰을 시행했는데, 나날이 회복에 가속이 붙었다는 것이다.

"파문...이라 하셨던가요. 고유의 성질 때문인지도. 젠이츠 군과 탄지로 군의 말에 따르면 의식을 잃기  뭔가 하셨었다죠?"

열차, 사고, 부상. 사고가 당시의 상황을 내달린다.


"렌고쿠.. 염주님은... 어떻게"


"그분은 살아있습니다."

살았다. 통했다. 그 파문이?


"출혈이 심했고, 완치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치명상이었으니..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지금이 기적이에요. 여전히 혼수 상태. 위험한 고비도 몇 번이나 넘기고. 뭐, 조금이지만 차도는 보이고 있는 부분이 위안거리네요."

팔짱을 끼는 시노부. 눈빛이 엄하다.

"렌고쿠 씨나 당신이나 정말이지... 무라타 씨는 당분간 조심하시고, 우선 거동에 불편없는 상태까지의 호전이 당면 목표예요."


"저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병실 문으로 빼꼼히 머릴 내민 그는 카마도 탄지로였다. 시노부는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본격적인 재활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아무쪼록  관리 잘 해주세요."


그녀가 나가고 탄지로가 와서 앉았다.


"무라타 씨..."

따스하고도 간절한 손길. 탄지로가 두 손 모아 이 손을 잡아주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어찌나 걱정됐는지..."


"..그녀석들은.."

"젠이츠, 이노스케는 저와 함께 틈틈이 훈련도 하고 임무도 참여했어요. 현재는 둘  각자의 단독 임무로 바빠요. 네즈코는 잠들어있고.. 렌고쿠 씨는"

잠시 말문이 막힌다. 탄지로는 잠깐 울상이 되었다간 환하게 웃는다.


"렌고쿠 씨는 보지 못했어요. 워낙 부상이 심하셨다고 들어서... 저희들은 만날 수가 없다네요. 한참 뒤라면 또 모르겠지만. 아마 그 가족 분들부터 변화에 맞춰서 면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냐."

병석에서 나와 띄엄띄엄 걸을 수 있게 된 건  대화가 있고 일주일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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