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8편
날카로운 손톱과 혈귀의 신체능력으로 날뛰는 네즈코. 잠들어 무방비한 것 같으면서도 할 때는 해주는 젠이츠.
두 사람에게 방금의 객실은 넘기고 다음 칸으로 뛰어든다.
좋지 않다.
차량 내부 사방이 혈귀의 살점으로 차오르는 상황. 띄엄띄엄 흩어져 앉은 승객은 열차의 진동에 힘없이 흔들린다. 모두 잠들었다.
그런 승객의 옆 의자, 목재 벽면, 발을 디딘 바닥의 표면에 축축한 점막이 덮어지고, 핏줄이 그득한 손과 팔이 꿈틀거리며 자라난다. 어떤 것은 제멋대로 뭉쳐 사람에 들러붙으려 한다.
객실 바닥을 박찬다.
고개를 기울인 채 객석에서 잠든 남성의 좌우 후방에서 두 개의 팔이 형성되어 움켜쥐고자 다가간다.
오른손을 곧게 펼쳐 손날에 파문을 담는다.
의식없는 남자의 머리카락에 닿기 직전의 그 팔뚝들을 횡으로 긋는다.
치익
절단면을 보이며 잘려나간다. 돋아난 뿌리와 떨어져나간 부위 모두 소각되어 사라진다.
우측 전방.
천장에서 살점의 분출이 일어난다. 얽히고 설킨 살점은 거대한 기둥처럼 변하며 직하의 어린 아이와 부모를 습격한다.
스릉
좌수로 뽑아든 일륜도.
꿈 속에서 흐릿했던 그것과 달리 이제는 선명한 황금빛의 칼날. 대각으로 발을 구르고 도약.
확실한 절삭을 위한 파문 주입. 기술 가운데 제 4형인 은을 응용한다. 좌측 엇각으로 그어내린다. 동시에 우수에 집중한 파문으로 살점의 분출 지점의 중앙에 정타를 박아넣는다.
투욱
잘린 덩어리가 떨어지고 타격 지점을 중심으로 일순간 검게 탄화하며 번진다.
파문 탐지에 하방 생명력 파장의 출렁임이 감지된다. 뛰어올랐던 기세를 빌어 천장을 오른 팔로 짚었다. 마치 한 손으로 물구나무 서기를 한 듯한 광경. 세차게 민다.
도약력의 반작용. 양손에 거꾸로 쥔 검을 지면에 꽂아넣는다.
거세게 일렁이던 점막은 탄력을 잃고 축 늘어진다.
동일 객차 앞쪽에 착석해있는 여성이 눈에 띈다. 그녀의 뒤통수 건너 벽면에서 거세게 솟구치는 팔. 뜀박질하며 파문을 두른 검을 투사한다.
쐐액
타앙
파공성을 내며 벽에 꽂힌 검. 여성을 노리던 벽면의 공격이 사그라든다.
쉴 틈이 없었다.
달려나가 벽면의 칼을 회수한다.
"우으응!"
"네즈..코쨔앙..."
이마에 핏줄이 돋고 동공의 형태가 변한 네즈코. 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뒤따르는 젠이츠.
"난 다른 칸으로 건너간다! 방심하지 마!"
"응응!"
살점의 파상공세를 도륙내는 네즈코를 뒤로 다음 차량에 진입.
슈욱
뛰어드는 시간에 맞추기라도 한 듯 급습. 왼쪽, 오른쪽 벽에서 거대한 팔이 하나씩 솟구친다. 손바닥을 앞세워 짓눌러온다. 박수를 치는 것만 같은 모습. 등으로 눕듯이 바닥에 미끄러진다. 아슬하게 합장을 피해낸다.
쩌엉
마주치는 손바닥. 사이에 끼었다면 납작해졌을 것이다. 옆의 좌석 다리를 걷어차며 솟구친다.
콰앙
거대한 기둥같은 그 팔뚝에 권격을 가한다. 타들어가며 꿰뚫린다.
차량에 진입했던 문짝의 측면을 발로 때린다. 그 힘으로 차량을 가로지르며 파문연타의 요령을 검으로 체현한다.
각 호흡마다 갖춰진 검술 만큼은 당연히 아니다. 고된 수련 끝에 얻어낸 검의 정수는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나무막대를 쥐고 휘두르면 어떻게 맞겠다 정도의 감각은 칼을 잡고 재현 가능하다. 곧게 찌른다. 그것을 확장. 팔의 연장선을 검 끝으로. 이를테면 파문연검. 광범위하게 관통하는 파문의 흔적을 새긴다.
혈귀가 만들어내는 살덩이의 재생성엔 시간이 걸린다. 넓은 범위에 가격을 해두면 잠시 시간을 벌 수 있다.
다음 칸으로 가자.
염주의 언질에 따르면, 혈귀의 약점은 탄지로와 이노스케가 찾고 있다고 했다. 공략 완료까지 전 8량의 열차 내 승객을 건사한다.
네즈코와 젠이츠의 후속 지원을 받으며 세 칸째. 염주 렌고쿠 쿄쥬로는 단독으로 4량.
강하다. 지주의 자리는 허투루 주어지지 않는다.
전 차량에 이어 인간들까지 침식해오는 혈귀의 위장 속에서, 베고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