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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45편 (45/109)



〈 45화 〉45편

카마도 탄지로의 여동생은 네즈코라는 이름이었다. 가족이 혈귀에 당해 몰살하고, 유일하게 남은 혈육. 그마저 혈귀가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사람은 절대 해치지 않는다. 귀살대 수장이신 나리의 허가도 떨어졌다.

현재 카마도 네즈코는 귀살대의 일원이다.

"자, 네즈코. 출발할 시간이야. 들어가줄래?"

"웅!"

대나무줄기를 잘라 만든 재갈을 입에  소녀는 놀랍게도 몸을 스르륵 축소한다. 사람이 들어가지 못할 크기의 공간에 그렇게 몸을 밀어넣는다.


"으흥흥~ 네즈코오오오~"

"아, 젠이츠! 이러지 말라니깐!"

"탄지로오~ 우리 친구지이?"


네즈코를 바라보며 홍조를 띄우는 젠이츠.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들러붙자, 궤짝 문을 단속하던 탄지로가 질색한다.

어두운 방에서의 실랑이를 뒤로 하고 집합. 완치한 넷은 아오이의 잔소리를 한바탕 듣고, 간호를 도운 세 명의 소녀와 젠이츠, 탄지로의 눈물겨운 이별을 끝으로 귀살대를 떠난다.

"에엑! 지령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고!!"

"미리 와있어야 신속하게 대응할  있잖아. 젠이츠는  들었을지 몰라도 까마귀가 '염주와 합류하라'고 말해줬고...켁!"

"얌마! 아니 사람이 어! 매정하게 갑자기 헤어지라면 어떡하냐고... 시노부 씨네 집에 좀 더 머물면서...  애들하고 이별할 마음의 정리를..쿨쩍"

탄지로의 멱살을 잡더니만 금방 찔찔 짜며 매달리는 젠이츠.

쿵 


"쟨 또  저런다니?"

내가 가리킨 곳으로 탄지로와 젠이츠의 시선이 향한다.


"이 땅의 주인 자식아! 깨기 전에 쳐죽여주마! 저돌맹진!!"



"이노스케에에에! 그러면 안 된다고오오!"

뜯어말리는 탄지로. 이노스케는 거대한 열차의 차체를 짐승쯤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저 놈과 결판을 내겠다며 소란을 피우는 통에 승객들의 시선이 몰린다.


여기는 기차를 잡아타는 승강장. 탄지로의 말처럼 임무를 수행하고자 도착했다. 무한열차에 올라 염주 렌고쿠 쿄쥬로와 합류하라.

"열차가 뭐야? 이노스케가 공격하는 이 땅의 수호신인가 저거?"


임무 내용을 되새기던 탄지로의 질문. 젠이츠는 한숨을 내쉰다.

"야이 촌뜨기야. 열차도 몰라? 사람을 태우고 나르는.."


"저돌맹진!!!"





삐이이이익


날카로운 고음과 함께 등장하는 경관 셋. 잠시 탄지로가 놓은 사이 그걸  참고 열차 옆구리를 들이받은 이노스케의 만행에 나타난 것.


"이 사람들이! 그럼 안 된다니까!"


"저거 칼 아니야? 잡아!!"


"일단 도망쳐!"

수습이 어렵다. 줄행랑. 젠이츠와 탄지로가 발버둥치는 이노스케를 붙들고 냅다 튄다.


경관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구석진 곳에 숨어든다.


"이 녀석들아. 사람많은데 그 난리를 쳐야겠냐."


"무라타 씨, 죄송해요. 이노스케! 사과드려!"

"그 커다란 짐승놈이 먼저 김을 뿜었다고! 어딜 덤비려고!"

골이 아프다.

"그리고 귀살대는 정부 공인 조직이 아니라서 칼을 겉으로 내놓고 다니면 안 돼. 사람이 많은 곳에선. 젠이츠처럼 잘 숨겨야지."


"커흠!"

헛기침을 하며 우쭐해하는 노란 머리. 탄지로는 자신에 이어 이노스케의 칼 감추기를 돕는다.

"숨길 데가 없는데요.."

"헹! 완벽하지!"

"멍청아. 등 다보인다고. 뭐라도 입어라. 감추려면."


"아까 김이 나왔다지 않았어? 얘들아."


기관차 굴뚝으로 연기를 뿜으며 달려나가는 열차. 차량의 행렬 그 끝이 지금 막 승강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으아악! 뛰어!"

거리가 멀어져간다. 통상의 걸음으로는 어림도 없다. 상시 호흡으로 강화된 신체의 폭발력으로 달린다.

뛰어서 따라잡았다. 철로에서 도약, 마지막 차량의 문 앞 난간을 붙들고 올라탄다.


"탄지로오, 이노스케에! 나 좀!!"

한 끝이 모자라 난간만 붙들고 철로를 달리며 애처로이 울부짖는 젠이츠를 두 사람이 끌어올린다.

"고, 고마워.. 킁. 기차표는 어디있어?"

"표? 먹는 거냐!"

"이노스케, 그건 아닌 것 같아.. 근데 꼭 필요한 거야?"

"설마 모르고 탄 거야? 탄지로.. 넌 좀 상식이란 걸 알아야한다니까.. 이제 어쩔 거야!"

네 장의 표를 꺼내들어 흔든다.


"표라면 챙겨뒀으니까 하나씩 받아들고. 차장이 지나가며 검사하면 내밀면 돼."


감사하다며 받아드는 일행.

어둑한 철로를 내달리는 기차의 차창 너머 밝은 객실이 보인다.


대부분 목재로 이루어진 차량. 큰 골격을 제외하면 바닥, 벽, 천장, 의자까지. 나무로 되어있다.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두런두런 말이 오가고 요기를 하는 사람, 잠을 청하는 승객도 있다.


"우오오! 땅 주인의 뱃 속에 들어왔다아! 싸움 시작이다앗!!"

"시끄러웟!"

난동의 조짐을 보이는 멧돼지를 젠이츠가 나무랐다.


객실을 거슬러 앞으로 몇 칸 가다보니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


"음! 음!"


탄성을 내며 도시락을 취식 중인 사람. 비어있는 맞은 편 좌석에 산더미처럼 높이 빈 도시락통을 쌓아올리며


"맛있어!"

식사를 계속하는 불꽃같은 남자.


"탄지로. 이 사람 맞아? 무라타 씨, 정말 이 사람이에요? 그냥 먹보인데?"

"전에 네즈코 일 때문에 잠깐 지주님들 모였을  그분 맞아."


 년 전에 비하면 키도 덩치도 커졌지만 잊을  없는 머리와 인상은 그대로였다.

"안녕하셨습니까, 렌고쿠 쿄쥬로 씨... 아니 지금은 염주님이셨죠."


"오오!  때의 그!"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지 않은 듯했다. 염주는 탄지로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옆의 수북한 도시락통은 곧 승무원 둘이 쩔쩔맨 끝에 치웠다.


다섯이 둘러앉으니 시끌벅적하다.

이 열차에서 벌써 40명 이상의 사람이 행방불명. 수 차례 파견된 귀살대원도 모두 소식이 끊겼다.


"여, 여기에 귀신이! 내릴래!!"

목적지에 이미 온 것을  젠이츠는 벌벌 떤다.


탄지로는 염주와 호흡에 관해 대화를 이어간다. 불꽃의 호흡과 불의 호흡의 이야기.


"검표하겠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초췌한 얼굴. 눈 아래 짙게 깔린 그림자.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같았다.



차장은 뒤편의 좌석부터 순서대로 승객의 표를 받아 도구로 표시를 내고 다시 돌려준다.


객실 내 수상한 점은 없다. 파문 감지의 범위를 넓혀본다.


앞에 앉은 염주의 고밀도 생명력.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도 감지. 귀살대의 검사들보다는 약한 생명체, 승객들이 점점이 느껴진다.




차장의 기운이 앞으로 다가온다.

더 넓게 섬세하게. 승객을 제외하면 생명체는 없.. 있다.


미약하지만 느껴진다. 넓게 분포해있는 그. 위치는,


"열차가... 살아있어?"


벽면, 천장, 바닥. 둘러싼 기재들로부터 생명력이 감지된다. 믿기 힘들다. 있을 수 없다. 허나 파문 탐지는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


"냄새가.."


킁킁거리는 탄지로가 표정을 찡그린다. 예민한 후각으로 적을 찾았던 소년. 탐지한 결과.


"검표하겠습니다..."

"여기 뭔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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