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43편
결국 거의 한숨도 못 자고 일어났다.
탄지로도 마찬가지. 그는 얻어맞은 자리를 고통스러워했다. 그것도 잠시, 전의를 불태우며 훈련에 돌입한다.
얼핏 봤는데 밤에 탄지로를 매찜질하던 소녀들은 뭐라고 할까. 즐거워보였다. 굳이 이야기는 하지 말자.
피곤해서인가, 훈련에 집중이 안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오이의 한 마디를 끝으로 하루의 훈련이 마무리된다. 이 날은 전신 훈련을 했는데, 쉽게 말해 술래잡기였다. 넓은 장내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상대를 붙잡으면 끝.
워낙 잡다한 생각이 많았던지라 잡을듯 말듯 놓치고 말았다. 츠유리 카나오, 그녀의 도주가 신출귀몰했던 탓도 있었지만.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나까지 모두가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근접해봤다는 게 위안이다.
불이 붙어 뜀박질하는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호흡은 대체 뭘까?
숨을 쉰다. 공기를 들이마신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파문의 호흡을 유지해본 경우는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호흡하면서 극한의 상황이라.
몸을 일부러 상하게 해볼까? 자해한다? 이건 도저히 아니다. 어떻게 시도야 해볼 수는 있어도 득보다 실이 크지 싶다.
탄지로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다른 동료를 만나기 전 단독 임무. 혈귀는 자신이 재빠르게 드나드는 기이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능을 사용하는 혈귀였던 거다. 처치를 위해 혈귀가 창조한 공간에 들어갔다. 안에는 공기가 매우 희박했다. 그럼에도 물의 호흡을 사용해 혈귀를 토벌했다.
어떻게?
그가 교육자로부터 훈련받던 시기에 일삼아 오르내리던 산. 그 높은 산에는 공기가 정말 적었다고 했다. 혈귀의 이공간보다도. 때문에 수월하게 처치했다.
고산지대의 희박한 밀도의 공기로 훈련한 성과. 공기는 호흡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는 건, 호흡의 수련을 위해 공기량에 제약을 걸었다는 것 아닌가.
호흡은 생존과 직결. 적은 양의 공기만이 있는 환경이라면 극한의 상황이라 일컬을 수 있다. 고산지대와 같은 환경이라.
여건 상 갈 수는 없다. 근방에는 그만한 환경의 높은 산이 없다. 더군다나 이 얼마 안 되는 수련기간은 회복기간과도 같아서, 마무리되는 대로 임무에 투입될 공산이 크다.
환경이 갖춰진 장소를 방문할 수 없다면, 만든다.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다.
어떻게든 숨통을 틀어막으면 되지 않을까? 무작정 못 쉬게만 한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진짜로 공기를 아예 막아버리면 훈련이고 뭐고 바로 죽는다. 공기량을 줄여줄 수단이 필요하다.
무심코 바닥을 보다 시야의 끝에 흰 옷에 묻은 흙가루가 눈에 띈다. 살짝 털어낸다. 성긴 질감.
포목 관련 잡일을 하며 지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오가며 접했던 갖가지 천의 질감. 매끈한 옷감도, 입으면 시원하기 짝이 없을 법한 천조각도 있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바람? 바람은 공기의 흐름. 공기가 잘 통하는 천이 있다면 반대도 있지 않나? 옷은 늘상 곁에 두고 걸치는 물건이기도 하니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이마에 두르거나 복면같이 얼굴을 가리는 것도 다 옷감, 천으로 만드는 것들. 천.
공기를 많이 투과시키지 않을 만한 재질의 옷감이라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수소문해본다. 귀살대 내에도 대원복을 제작하는 부서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재질의 재료로 실험하고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찾을 수 있었다. 얇지만 튼튼하고 공기를 조금씩은 통과시키는 천.
여러 장을 구해왔다. 눈가 아래부터 목덜미까지 꽁꽁 싸맨다. 빈틈없이 단단히 묶는다. 숨쉬기가 급격히 어려워진다. 내쉬는 공기의 습기까지 둘러맨 천에 더해지니 정말 고산지대가 따로 없었다.
"무라타 씨, 저기.. 뭐하시는..."
"웅영"
훈련이라고 말해준다. 천덩어리 탓에 웅얼거리듯 들린다. 탄지로나 다른 이들도 처음 보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어지럽고 답답하다.
그냥 힘없고 피곤해진다. 숨쉬기만도 벅차다.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본다. 공기가 희박한 상황에 내몰리자
스으읍
방금은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호흡법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자각한다.
걷는다. 시야가 좁아지며 휘청인다.
운동량이 증가하자 몸은 더 많은 공기를 요구한다. 가로막혀 적은 양의 공기만이 출입한다. 생존을 갈구하는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어 한모금의 공기마저 최대한으로 소화하도록 만든다. 희소한 양으로 살아남자. 판단한 신체는 미량의 공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파문의 호흡.
잠시 서있자 시야가 트인다.
사흘이 됐다.
식사를 위한 잠깐을 제외하면 항상 엉망진창인 이 두건인지 복면인지를 칭칭 동여맨다. 탈착하는 사이 그 얼마쯤의 시간. 그 때만큼은 새삼 공기가 달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수면 중에도 특유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음은 탄지로를 돕는 소녀들에게 잠깐 부탁해서 확인했다. 어차피 공기가 부족해 숨을 못쉬면 죽는 거고, 제대로 숨을 쉰다는 그 자체가 곧 호흡법 유지의 증거인 상황이니, 검증은 간단하다.
이주가 경과했다.
바로 전 날에는 숨통을 틀어막은 상태에서도 탄지로와 엇비슷하게 카나오를 쫓는 성과를 올렸다. 잡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오늘. 푼다.
마치 태어나고부터 평범한 인간으로서 해왔던 호흡, 그것을 깡그리 잊고 빈 자리에 파문의 호흡법을 새로 이식한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다.
적은 양의 공기로도 끈질기게 버텨온 신체가 대량의 공기에 활성화한다.
"전신 훈련, 시작!"
팍
쿵
칸자키 아오이의 신호가 떨어진 찰나, 뛰쳐나가 츠유리 카나오의 손목을 움켜쥔다. 탄지로도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았던 그녀. 지금은 바닥에 엎어져있다.
벌떡 일어선 카나오.
"아, 카나오 님, 피, 피!"
충돌로 빨갛게 변한 안면. 한 줄기 코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성큼걸이로 훈련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자, 자율훈련 하고 계세요!"
급히 따라나서는 아오이. 안절부절못하는 탄지로.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는데 뭔가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