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42편 (42/109)



〈 42화 〉42편


젠이츠가 막무가내로 잡아끈 곳은 충주 코쵸우 시노부의 앞이었다.

"그가 익히려고 하는.. 아, 마침 왔네요."


"으아... 무슨 일로 부르신..."

훈련의 여파로 어깨를 주무르며 들어서는 카마도 탄지로. 모두가 모인 모습에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탄지로 군, 먼저 훈련에 임한 선배로서, 본인이 깨달은 바를 동료에게 이야기해주실래요?"

온화한 시노부의 목소리에 밝게 웃으며 화답한 탄지로는 열정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저도  아직 하루종일 유지는 못하지만요. 그래도 해보면 어렵지는 않아요."


우스꽝스런 달리기 직전의 자세같은 것을 취하며,


"폐를 이렇게 막 크게 부풀려서, 피가 놀라면 뼈랑 근육이 뿜! 뿜! 하니까 딱 멈추고! 팔딱팔딱하는  딱 해서 우와! 하게"

나름대로 최선의 전달을 위한 노력의 의지는 보인다. 문제는

"탄지로오..  알아먹겠다고..."

"머리통이 짜부라질 것 같다..."


젠이츠와 이노스케가 신음성을 토하며 침통해졌다.


"탄지로, 네가 한 말은 그러니까 폐를 이렇게 활용해서 신체 다른 부위에.."

그의 설명을 듣고 이해한 뒤, 해석해서 풀어 말한다. 그러자 탄지로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고개는 끄덕끄덕.

"바로 그거예요! 무라타 씨!"


이국인과 손발짓을 동원해가며 의사소통을 시도한 일에 비하면 비교적 쉽다.

"우와... 이 인간 저걸 알아먹는 거냐고..."

"뇌까지 약해서 미안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젠이츠. 멧돼지탈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멧돼지.

"뭐랄까요, 이건 기본적이면서 기초적인 기술이라 해야  줄 아는 게 당연하지만요. 과정이 다소 어렵거든요."


시노부는 검지손가락을 가볍게 펼쳐보인다.

"하루종일. 전집중 호흡을 하루 내내 쉼없이 해내야 비로소 가능해진답니다. 잠잘 때나, 일어나있을 때나, 빠짐없이."


그렇게만 되면 기초 체력이나 다방면에서 보다 빠르게 강해진다. 그녀는 덧붙인다.

수면 중에도 파문의 호흡을 한다고? 상상도 못했다. 그저 깨어있는 중에만 최대한 수련해왔는데, 그것도 마음먹고 훈련하고 노력하던 시간에만. 공백을 호흡법으로 채울 수만 있다면.


내친 김에 해본다.

시노부의 제안에 미적거리며 움직이는 젠이츠와 이노스케. 나도 참가한다.

통상의 기술 시전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는 이상이 없다. 그러나  시간, 두 시간이 지나가며 젠이츠와 이노스케의 기력이 급격히 쇠하는 모습을 보였다.

"못해, 못한다고! 헉!"

"켁, 컥, 크허억"


그에 비하면 호흡해온 기간이 있는 편이라 버틸 만은 했으나, 역시 온전히 호흡에만 집중하는 고순도의 훈련은 쉽지 않았다. 그것도 끊임없이 긴 시간은.


"하루종일이랬는데 이래서야."


시노부는 쓰러진 그들에게 다가가더니

"이노스케 군, 당연히 하실 줄 알았는데 못하시나봐요? 어머, 가서 쉬셔야겠네, 또. 어쩔 수 없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걸. 아쉽다아!"

"뭐, 임마! 내가 못 할 것 같냐!"


분노에 차 펄쩍 뛰는 이노스케를 뒤로 하고, 젠이츠의 손을 살포시 잡으며


"열심히 해주세요, 젠이츠 군! 간절히 응원하고 있답니다!"


"으에에에예에에에에!!!"

얼굴이 새빨개진 젠이츠. 한순간 그들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동기부여를 해준 셈이다.

"당신의 호흡은 어딘가 달라요. 하지만 그게 틀린 건 아니니까요. 가능성도 그 안에 있을 거예요."


어느새 다가온 그녀는 나지막히 전언을 남기고 돌아섰다.


보는 눈이 뛰어나다. 그녀에 대한 감상이다.

"가자, 몬이츠! 본때를 보여주자고!"

"으앗, 조아써!"

쓸데없이 기합을 불어넣으며 훈련장으로 나가는 두 사람.


"무라타 씨는 뭐하실 거예요?"

"글쎄다. 잠깐 고민 좀 해봐야겠는데."

탄지로를 돌려보내고 상념에 잠긴다.


밤이 깊었다.

"아악!"

"실패에요." "또 실수." "계속 하실 건가요?"

"부탁드립니다!"

탄지로는 스미, 키요, 나호, 세 사람의 감시를 당하고 있다. 잠자면서도 전집중 호흡, 그의 경우에는 물의 호흡 유지를 하는 훈련. 수면 도중 호흡이 끊기면 소녀들의 매타작이 가차없이 날아든다. 자청해서 벌인 일이다.


어떻게 할까. 탄지로는 나름의 방법을 찾은 듯하다. 파문의 호흡을 수면 중에도 끊지 않고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반 숨쉬기가 아닌 신체 강화를 위한 호흡법은 저마다 운용 방식이 있다. 이 부분을 의식해서 사용해야한다. 의식한다는 것은 곧 깨어있는 상태. 맑은 정신으로 현실을 인지하는 상황이다.


수면. 잠든다. 정신을 놓아버리고 무의식의 세계로 넘어간다. 깨어있어도 신경을 쓰며 익혀야하는 호흡법을 의식없이 사용한다니.

츠유리 카나오와의 반사 훈련, 그리고 일전의 경험들을 떠올린다.


빈사 상태에 처했을 때. 또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 그때마다 신체는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


그것이 파문의 호흡.


내게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의식하고 기술을 시전하거나 개별 훈련을 거듭하며 사용했던 경우. 극한의 상황에 몰려 생존을 위한 방도로 강제 사용된 경우.

후자를 주목한다.

암시를 건다. 뇌리를 스치는 그 순간들. 죽음에 가까웠던 경험. 동시에 수면.

"아."

지나친 긴장감에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