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41편
나카하라 스미, 테라우치 키요, 타카다 나호. 세 아이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다.
이들은 충주의 직속으로 일하는 일종의 간호사 격으로, 과거에 겪었던 일이 계기가 되어 코쵸우 시노부와 연이 닿은 모양이다. 자세한 내막은 묻고 싶지 않았다. 좋은 일은 아닌 듯 했다.
나비저택에서 별도로 마련된 장소. 들어서자 널찍한 내부 공간이 보인다.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도 보인다. 이미 자리하고 있던 칸자키 아오이의 앞에서 두 사람이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중이다.
파파파팟
"으아아아!"
찻잔을 한가득 올린 탁자를 사이에 두고 카마도 탄지로와 쟁탈전을 벌이는 소녀.
까만 귀살대원복. 상반신에 짤막한 백색 천자락을 둘러 빨간 매듭으로 마무리하고, 한 쪽으로 동여맨 머리엔 커다란 나비 형상의 장식을 얹은 그 아이.
"츠유리 카나오. 저 분의 성함이에요. 지주이신 코쵸우 시노부 님의 후계자이시기도 하죠."
옆의 소녀 하나가 속삭이듯 알려준다.
서로의 손을 쳐내며 먼저 찻잔을 집어드려는 두 사람의 대결은 곧 끝이 났다.
촤악
"아, 또..."
"이걸로 오늘은 10전 10패네요."
아쉬워하는 탄지로와 결과를 말해주는 아오이.
얼떨결에 뒤이어 착석한다.
"무라타 씨, 반사 훈련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아오이가 똑 부러질 듯한 목소리로 훈련 방법을 전달한다.
탁자 위에 빼곡히 놓인 찻잔들. 안에는 쓰디쓴 탕약이 담겨있다. 들어올리기 전에 제지당하면 잔을 움직여선 안 된다. 견제를 뿌리치고 나서야 집어들 수 있다. 마주앉은 상대가 잔을 가져가지 못하게 견제함과 동시에 먼저 집어 상대에게 끼얹으면 승리.
미묘한 웃음을 짓는 듯 마는 듯 츠유리 카나오의 얼굴은 무표정. 깨끗하다. 반대로 물약으로 젖은 탄지로는 한창 열을 올리며 밧줄타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스으읍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심호흡한다.
"시...작!"
촥!
"쓰다..."
아오이의 구령이 멎자마자 한바탕 물세례. 쓴 맛을 맛본다.
긴장한 탓인지, 오랜만에 움직인 때문인지 제대로 못 봤다. 집중하자.
시작을 감지하고 바로 팔을 뻗는다. 그러나 가로막히고 바로
촥
"..."
세 번을 더 한다.
실전감각이 되살아나는지 속도에는 점차 적응한다. 그래도 도무지 그녀, 카나오의 재빠른 움직임은 대처하기 난처했다. 이쪽이 빨라지면 더욱 빨라진다. 한 번 움직이면 두 배, 세 배로 대응한다.
이대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거다. 더욱 집중하자. 몰입한다. 전신을 감도는 피의 흐름을 느끼고, 잠들어있던 파문을 깨운다. 구석구석의 세포가 되살아나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지금 나는 위기다. 눈 앞의 찻잔을 먼저 잡아내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하자. 혈귀들과 목숨을 걸고 일전을 치뤘던 그 순간들, 사선을 넘어온 지난 날의 숨막히는 경험을 떠올린다. 죽는다. 사라진다. 해낸다.
"시...자아아아"
일순간 호령하는 아오이의 말 끝이 한없이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카나오의 일수가 정중앙의 잔으로 내리꽂히려 한다. 왼손으로 그녀의 손목 안을 가볍게 밀어내며 오른손으로 찻잔을 움켜쥔다. 카나오의 남은 손이 다가서기 전에
촥
뿌린다.
무표정한 얼굴, 발간 입술에 탕약이 똑똑 흘러내린다.
"아, 어... 다, 다음 시작!"
말을 더듬는 아오이.
주위의 소리가 둔화한다. 또다시 물에 잠수하는 듯한 먹먹한 감각.
카나오의 손놀림에 변화가 인다. 순간 팔이 두 배로 불어나는 형세로 덮쳐온다. 하나하나의 동작에 차분히 맞서면서 틈을 찾는다.
촥
뚝 뚝
마지막까지 꼼꼼이 막아내다 그녀의 의도를 읽고 되받아치듯 낚아챈 전술이 유효했다.
마지막 판은 다소 싱거웠다.
카나오의 팔이 미처 동세를 취하기 전에 들고 뿌린다.
약내가 진동한다. 어쩐지 카나오의 낯빛이 조금이지만 붉게 달아올라있다.
"흠흠. 5패..하고 5승이네요. 다음 훈련을..."
아오이가 슬그머니 카나오 쪽을 돌아보더니 다시금 헛기침을 하며 이끈다.
세 쌍둥이같은 아이들이 팔과 다리, 허리를 쥐어짜고 비틀듯 매달리며 고통을 선사한다. 몸을 풀어주는 과정이다.
달리기, 밧줄 타고 오르기. 큰 돌덩이를 굵은 나뭇가지에 매달아 도르래처럼 들어올리기 등, 다양한 체력 단련이 이어진다.
전 과정을 마치고 병동으로 복귀한다. 탄지로는 세 명의 소녀와 추가 훈련이 있다며 사라졌다.
"무라타 씨, 이리로.."
돌아오니 노란 머리의 아가츠마 젠이츠가 조심스레 불러세웠다. 마치 비밀스런 모의라도 하는 듯한 낌새다.
"글쎄 말이죠. 제가 염탐을 좀 했는데, 탄지로가.."
"뭣! 몬지로가! 카마보코 짜식이!"
요는 탄지로가 호흡과 관련한 새로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호리병에 숨을 불어넣어 터뜨리는 그런.
멧돼지탈 이노스케는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사람 이름을 제멋대로 바꿔부르며 흥분한다. 콧김을 내뿜는 기세로 당장 어딜 들이박을 것처럼 난리친다.
젠이츠는 억지로 잡아끌듯 모두를 데리고 간다.
"아하, 전집중 상중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