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40편
피부의 열감이 남아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 속이 텅 비었는지 뭐가 올라오지도 않는다. 헛구역질이 괴롭다. 목이 마르다.
"우와악! 이 약 너무너무 써서 먹기 싫다고오오!!"
"후유증 없이 나을 수 있으니 꼭 드셔야합니다!"
소란스럽다.
몇 번인가 방문했던 장소다.
나비저택. 내부의 병동 침대에 누워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머리를 틀어보는데 근육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덮쳐온다.
"으으.."
전신이 쑤신다.
"일어났다!" "깨어났어!" "정말이네?!"
소녀들의 삼중창.
"앗, 으앗! 이, 이, 이 사람! 일어났다고 탄지로오!"
노란 머리의 팔다리 짧은 녀석이 놀란다. 좌중의 시선이 집중.
"무라타씨.. 드디어 일어나셨네요! 걱정했어요!"
"..약해서..미안해..."
환한 목소리의 카마도 탄지로. 침울한 이노스케. 멧돼지탈을 쓰고 있던 녀석은 무언가에 짓눌린 음성으로 혼잣말을 중얼대다 입을 다물었다.
"젠이츠씨! 이거 약 드셨는지 반드시 확인할 거니까 갔다올 때까지 꼭!"
급하게 방문을 나서는 그녀, 칸자키 아오이. 종종걸음으로 세 어린 소녀들도 뒤따른다.
머지않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됐네요."
나직한 음성과 머금은 미소.
충주 코쵸우 시노부.
"깨어나려면 일주일은 걸리겠지 했는데, 사흘이면 좋네요. 후유증 탓에 당분간은 힘들어도 참아주시고."
충주는 환자를 훑어보며 말을 잇는다.
"병세에 맞춰서 순차적으로 기능회복 훈련에 들어갈 거예요. 이 아이들의 지시를 따르면 된답니다."
그럼 다들 푹 쉬시길. 그녀는 밝은 미소를 뿌리며 떠나갔다.
그 뒤로 소동은 이어졌다.
약을 먹이려 다그치는 칸자키 아오이. 울먹거리며 거부하는 아가츠마 젠이츠.
젠이츠란 이 녀석은 본래 탄지로 일행과 함께 나타구모 산에 파견되었다고 했다. 사정이 있었는지 따로 입산했는데, 인간을 거미로 만드는 요괴의 독에 당해 팔다리가 짧아지는 일이 생긴 것. 다행히 약만 제대로 먹고 햇빛을 쬐면 낫는다고 했다.
하시비라 이노스케. 이 놈은 그 기세등등하던 모습이 어디갔는지 우울함 덩어리 상태다. 압도적인 전력차의 혈귀를 상대하다 그렇게 됐다. 목이 짓눌린 탓에 얼마간은 그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 듯했다.
카마도 탄지로. 그가 그나마 제일 양호하다. 그에 비하면 이쪽은 죽을 맛이다.
"우웨에엑"
"무라타씨, 괜찮으세요?"
걱정 한 가득인 탄지로의 눈길.
"괜찮다 하고 싶은데 괜찮지가 않네..우욱"
약이고 뭐고 넘기기가 힘들다. 며칠째 머리가 어지럽다. 지속적인 파문의 호흡 사용으로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만, 회복세는 빠르지 않다.
하도 구토가 잦다보니 아예 대야를 옆에 비치해뒀다.
"으아악! 아악!"
매일 되풀이되는 고통의 시간. 상해버린 피부를 소독하고 약을 바른다. 그때마다 아프다.
이노스케와 탄지로는 기능회복 훈련이란 걸 참여하기 시작했다. 매일 초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그걸 본 젠이츠는 히익 하고 겁을 먹곤 한다.
입원 후 두번째 주가 지나간다.
젠이츠도 훈련에 참가했다. 죽상이 셋으로 늘었다.
"키히힛! 여자애들 좋아!"
그나마 젠이츠 녀석은 기분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다.
삼 주차가 지나간다.
몸이 이제는 거의 정상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탄지로만 훈련한다.
젠이츠는 햇볕이나 쬐고 있다. 이노스케는 분명 거진 다 나았을 텐데 침대에 누웠다.
"약해서..미안해..."
"무라타씨."
칸자키 아오이. 그녀는 젠이츠와 이노스케 쪽을 보며 잠시 한숨을 내쉬곤 말을 걸었다.
"오늘부터 기능회복 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