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7편
호흡을 낭비해선 안 된다.
확실히 다년간의 수련으로 파문은 늘었다. 다루는 능숙함은 물론, 같은 양의 호흡으로 쓰는 파문의 총량이 많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아낌없이 쓸 수는 없다.
이번 임무는 대규모다. 얼마나 길어질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혹여 지금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를 순간이 올지도. 아낀다.
지금 사용가능한 최소한의 한도로만 강화시킨다.
쓰러진 순서대로 다시 일어나는 인형들. 안 그래도 팽팽하던 거미줄이 세차게 당겨진다.
뿌득 뿌드득
팔, 다리, 각 신체 부위와 관절의 가동 범위를 벗어나는 움직임.
"끄어어억!!"
유일한 생존 대원의 외마디 비명.
카마도 탄지로 일행 쪽에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꼭두각시를 다루는 혈귀의 손속이 매서워졌다.
한계 초과를 강요하는 동세에 곳곳에서 뼈가 부러져나가는 소리가 터진다. 야밤의 고요한 숲 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들린다. 이가 갈린다.
한층 더 억지를 부리는 실타래에 끌린 인형은 보통 인간은 불가능할 동작을 일삼는다. 살짝 뜬 채로 달린다거나 뒤집어지며 그 회전력으로 검속을 높인다거나.
파문의 소모가 많아진다. 최소한으로 억제해도 꼭두각시 대원을 상대할 분만큼은 써야한다.
수비적인 태세를 유지해야하는 부분도 감점 요소. 차라리 마구 날뛰며 잡아야하는 혈귀라면 속이라도 편하다. 살아도 죽어도 귀살대 동료. 훼손은 안 될말이다. 제약이 걸린다. 섬멸에서 제압으로 활동 범위가 축소한다.
싸움은 격해진다.
쓰러뜨리고 실을 끊으면 다시 일어난다. 반복. 가혹한 움직임은 그들의 신체에 피해로 누적된다.
꺾인 손목에 뼈가 튀어나온다. 혹사당한 부위의 옷이 새나온 핏물로 젖어든다. 그나마 생존했던 대원도 기력이 다해가는지 목끓는 소리만 질러댄다.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전투가 길어지고, 조종당하는 대원들이 상태는 눈뜨고 보기 괴로울 지경에 이르렀을 때. 답답한 심정에 응하듯 변화는 일어났다. 나쁘게.
뻑
"어?!"
막 일어서려던 대원 몇의 머리가 홱 돌아가더니 강제로 꺾였다.
정상의 사람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할 각도, 등 뒤로 얼굴이 향하도록 뒤틀린다.
"...아파아...아프아악"
뻐걱
손을 내밀며 휘청이는 걸음으로 다가오던 마지막 한 명. 그 최후의 생존자마저 목이 꺾여 넘어간다.
조종하던 혈귀는 이들을 버렸다. 정말 손쉽게도, 간단한 조작 한 번으로 다섯의 시신과 한 사람의 목숨을 작살냈다.
탄지로와 이노스케 쪽에 변동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위협을 가했기에 조종자는 꼭두각시 인형을 버리고 다른 태세를 취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암담하다.
파사삭
빠른 접근. 수풀을 헤치고 달려드는 존재의 확인. 혈귀. 위치는 마지막으로 쓰러지려던 대원의 너머.
비스듬히 넘어가기 직전의 시신 건너로 등장한 혈귀가 팔을 뻗는다. 전신의 창백한 피부, 비슷한 색조의 옷차림. 새하얀 그 손바닥에서 대량의 실뭉치가 생성된다. 거미줄 덩어리를 발사한다. 직선의 경로에는 정확히 동료가 있다.
"젠장!"
숨을 들이키며 가속한다. 대원의 몸뚱이를 옆으로 밀쳐낸다. 동시에 둘러싸인다.
제 발로 혈귀의 덫에 뛰어든 셈이 됐다. 포획당한다.
거미줄 타래는 근접하자 순식간에 형태를 바꾼다. 둥그런 구형의 물체 내부에 갇힌 처지가 되고 만다.
안은 공기가 희박하다. 내벽은 상당히 질겨 칼날이 박히지 않을 정도. 파문을 실어 그어본다. 몇 가닥 정도만 끊어진다. 아무래도 내부에서는 쉽사리 나갈 수 없도록 되어있는 모양이다.
치이이
"으앗"
거미줄 공의 벽면과 바닥에서 스며나오는 액체에 노출된 신발이 일부 녹았다. 다른 부위도 이대로면 무사를 장담 못한다.
내부 공기를 들이쉬었을 때의 파문 활성 정도가 굉장히 미미한 걸 보아, 그저 시체처럼 살아있게만 유지시켜주는 수준의 공기량이다. 어딘지는 모르나 그 정도의 양만 투과시키는 듯하다.
포획 전 한껏 들이마셔둔 공기가 다하기 이전에 나가야한다. 검술에 능통하지 못한 자신이 지금, 여러 차례의 시도도 아닌 단 한 번으로 확실하게 탈출 가능할 기술.
신경을 끈다. 녹아내리는 신발은 나중이다. 오른손에 파문을 응집. 압축. 혈액의 온기가 모이고 모여 타오를듯 뜨겁다.
"파문의 호흡, 제 3형"
거미공 내벽에 정타를 박아넣는다.
"파문질주"
집약된 고온의 파문이 거미줄을 타고 뻗어나간다. 저항하는 섬유, 구조물을 모조리 허물어가며 대량의 열이 발생한다.
"선홍"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