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36편
홀로 남았다.
자, 어떻게 하지?
가까운 대원이 둘, 조금 떨어진 대원이 셋.
비틀거리던 앞 두 명부터 속도를 내며 달려든다.
파문의 영향으로 인지능력이 올라간 신체. 더해서 원 주인의 검술 실력이라면 버거웠을지 모르나, 그저 이름모를 혈귀의 꼭두각시 꼴인 지금의 상대는 허술함 일색.
수직으로 파고드는 검날이 뚜렷이 보인다. 검의 경로에 가져다댄다는 느낌으로 막는다. 대각선으로 경합하는 검과 검. 맞닿은 날에서 쇳소리가 퍼진다.
측면에서 다음이 닥쳐온다. 손에 힘을 주어 힘껏 밀쳐낸다.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상대편.
곧바로 자세를 낮추며 가로로 칼날을 틀어쥔다.
챙
부들거리는 몸과 손으로 억누르려는 상대방.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 걸 봐서 숨을 거둔 지 시간이 지난 대원이다.
대지를 박찬다. 반탄력으로 뛰어오르는 상대는 뒤로 넘어간다. 검을 놓친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삭
혈귀와 조종당하는 대원의 매개, 거미줄을 베어낸다. 곧바로 먼저 넘어뜨린 대상의 실도 자른다.
풀썩
수풀에 잠드는 두 명. 잠시겠지만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
이어서 뒤편의 세 명이 돌진한다. 역시나 부자연스럽다. 허리부터 앞서는 사람, 보폭이 불규칙한 이, 검을 놓칠 듯 말듯 어설픈 쥠새의 대원까지. 치열한 최종 선별을 통과해낸 동료들의 서글픈 말로.
감상은 접자. 마음을 다진다. 두 발을 박아넣고 굳게 버틴다. 일격.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 삼격. 연달아 엄습하는 칼날들. 피하기 마땅치 않다.
생명자기로의 파문질주.
쇠붙이끼리 달라붙게 하는 자석이란 물건이 존재한다. 파문을 전수해준 이국인의 말에 의하면, 인간의 몸 또한 미약하지만 끌어당기는 자기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 생명자기가 그것. 파문으로 생명자기를 강화한다. 인간은 대번에 자석으로 변모한다.
파문은 생명의 힘. 대지를 비추는 태양의 기운을 혈액과 신체로 발현하는 것. 뜨거운 햇볕을 쬐었다는 요코 산 철로 제작한 일륜도. 이 칼은 파문의 성질과 유사한 게 아닐까?
파문이 전해지는 정도는 물론 신체가 최적. 물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몸을 이용한 직접 전도보다는 물건을 접촉해 주입하는 간접 전도가 약하다. 실험 결과 체감했다. 검은 다르다.
손실은 비록 있더라도 타 물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 파문 전도와 맞아떨어지는 일륜도에 파문을 밀어넣는다. 끌어당김의 그 순간을 강력하게 연상한다.
쇳소리가 멎는다.
첫번째로 덤벼들었던 대원의 칼과 황금빛 일륜도는 접촉한 면을 통해 딱 달라붙는다.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검에 붙들린 상대는 용을 써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연이어 가격해오는 두 사람.
따당
하나는 비껴치려다 검면으로, 다른 쪽은 도신의 코등이 윗부분과 충돌한다. 붙는다.
대번에 네 명이 저마다의 칼자루에 붙들려 씨름하는 형국이 됐다. 오도가도 못하는 기묘한 상황.
대치한 셋은 안간힘을 쓰며 검투의 중심에서 멀어지려한다.
"으아아아!!"
기합성을 내지른다. 전신에 순간 파문 강도를 높인다. 묵직하기 짝이 없는 포댓자루를 높이 던져버린다는 식의 휘몰아치기. 하반신을 고정한 채 허리를 틀어 회전력을 생성, 억지로 돌려친다.
검에 딸린 상대 셋이 약간 기울어진다. 주입한 파문을 일순 빼버린다. 검과 검의 접착이 무너진다. 기울던 관성과 붙어있던 칼의 해제. 모두 우수수 넘어진다. 곧바로 조종 실을 썰어버린다.
"우어..우아아아...아파아아..."
숨을 돌리며 일어서자마자 접근하는 신음성. 앞선 다섯과 달리 숨이 붙어있는 대원.
용태가 나쁘다. 정신이 나가버린 채 뒤틀린 몸뚱이의 고통만을 호소하는 인형으로 전락했다. 입맛이 쓰다.
돌진. 중심부로 급속 접근, 검을 든 느릿한 팔을 왼팔로 밀쳐낸다. 동시에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는 실 제거.
잠시 틈이 생긴다.
심호흡해 숨을 가다듬는다.
끼리릭
솟아오르는 대원의 시신.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