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33편
귀살대 입대 후 몇 달. 그로부터 몇 년.
많은 사람이 죽고 바뀌었다. 운좋으면 부상으로 끝난다. 극소수만이 자의로 떠나는 전장.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긴 시간 수련을 거듭했다. 몸도 전체적으로 조금씩 커졌다.
키, 체격, 무게. 신체 조건의 상향으로 이전이라면 생각에 그쳤을 기술들을 더듬어 익혔다.
파문의 양도 꽤나 늘었다. 사실상 잠자는 시간과 약간의 공백을 제하면 대부분은 투입하고 있었으니, 늘지 않으면 곤란하다.
개인 차원의 변화 외에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간만에 오셨네요."
양갈래로 묶은 머리. 파란 테를 두른 나비 장식을 하나씩 달았다. 귀살대 대원복 위로 하얀 천옷을 덧입어 깨끗하다.
칸자키 아오이.
또랑또랑한 그녀의 목소리. 다소 엄한 구석이 엿보인다.
"또 약 챙기러 오신 건가요?"
"아, 네, 네. 가지고 다니던 상비약이 마침 떨어지는 바람에.."
한창 세탁물을 줄에 널던 중이던 그 손을 탁 털고는 건물 내부로 사라진다. 걸음이 상당히 빠른 사람이다.
대나무를 꼼꼼하게 엮어 세운 울타리가 주위를 감싸고, 나비들이 이따금씩 무리짓는 이곳은 나비저택이라 불린다.
현 지주 중 한 명인 충주 코쵸우 시노부의 저택으로 귀살대의 의료 기능을 담당한다.
이전까지는 귀살대 내부에 따로 병동이 있었지만, 충주의 자매인 코쵸우 카나에가 지주가 되었을 시점부터 옮겨졌다.
방문할 때마다 뭔가 하나씩 달라진다. 약의 효능이나 도구들이 개선되거나. 척 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지주들에게는 귀살대 차원의 남다른 지원이 있다는 소문이 진실인 듯하다.
"여기요. 그럼 조심히 가시길."
건네주자마자 돌아간다. 모든 일을 신속 정확하게 해낼 그런 인상이다.
천에 싸인 작은 물품들을 잘 간수한다. 혹시라도 자잘한 부상을 입게 된다면 빠른 회복을 도울 물건이다.
입구를 나서며 돌아본다. 나비저택의 전 주인, 코쵸우 카나에. 그녀는 죽었다.
처음 병동이 이곳으로 옮겨졌을 때 마주친 그 사람은 긴 머리에 상냥한 미소를 짓는 그런 지주였다. 그 옆을 지키며 똑소리나게 챙기고 잔소리하던 동생 코쵸우 시노부.
혈귀의 손에 언니를 잃고 충주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떨어진 거리에서조차 변화는 눈에 띈다. 더이상 성큼성큼 걷지 않았다. 항상 입가엔 웃음을 머금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그늘이 있다.
혈귀는 많은 피해를 입힌다. 어쩔 수 없이 변하도록 만든다. 충주 외의 지주도 예외는 아니다.
대원 둘이서 치열한 전투 끝에 한 명의 희생으로 강력한 혈귀를 잡아낸 풍주, 시나즈가와 사네미.
내 앞에서 혈귀를 베어넘겼던 소년, 렌고쿠 쿄쥬로. 그도 마침내 공석이던 염주의 칭호를 얻어냈다.
오래 전 단 한 번 마주쳤던 암주란 거한을 제외하면 많은 지주가 바뀌었다.
하물며 일반 대원은 어떨까. 불과 몇 년. 하지만 길기도 한 그 시간. 귀살대에서 마주친 인원 중 현장에 투입되는 대원들. 그 몇 년동안 단 한 번도 같은 대원과 다시 만난 적이 없다는 현실. 몇 차례나 단체 임무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인원 변동이 그만큼이나 격심했다.
그 안에 나는 살아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다음 혈귀를 제거해야한다. 이형의 괴물 앞에 스러져간 사람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야한다. 인간을 혈귀로 만들어 재액의 씨앗을 뿌린 근원. 키부츠지 무잔. 그놈에게.
까악 까아악
손을 내밀자 살포시 올라앉는 꺽쇠까마귀.
"다음 목적지느은 나타구모 산! 나타구모 사안! 다수의 대원과 합류해 토벌하라아!!"
흔치 않은 집단 임무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