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7편 (17/109)



〈 17화 〉17편

병동 잠자리에 돌아와 쉰다.


회복에도 가속도가 붙어, 머지않아 병석을 털고 일어났다.

환자 관리를 전담하던 분이 '잠시 기다리라'해서 대기하기를 한참. 못보던 다른 인원이 나타났다.

안내를 받아 드넓은 귀살대 영역을 벗어난다. 정체가 궁금한 장소도 더러 있었지만 안내자의 걸음이 굉장히 빨랐다. 아쉬움은 삼키고 다음을 기약한다.

"너는 '육성자'를 찾아가야한다."

누구를? 어디로? 어떻게?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그는 돌아가버렸다. 황망히 서있으려니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다.

까아아악

몇걸음  언저리를 체공 중인 까마귀. 멀뚱멀뚱 보고있기를 얼마쯤.

"아아악!"

난데없이 달려든 까마귀가 머리를 사정없이 쪼아댄다. 쿡쿡쿡쿡쿡

"아 왜 그러는데에!"

"따라오거라아아!"

더는 쪼이기 싫어 발걸음을 떼자마자 앞장서는 까마귀. 눈치가 좀만 빨랐다면 겪지 않을 일인데. 눈물이 찔끔 난다.

새의 인도를 뒤따라 걷고 뛰었다.



"아니"

낭떠러지. 깎아지를듯한 절벽 아래는 아찔하다. 어떻게든 건넌다.

"이런 곳에"

괴물의 괴성같이 굉음을 내며 낙하하는 폭포수. 그 뒤에 동굴이 있어 지나가야했다. 이것도 어떻게든 해본다.

"사람이"

큰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울창한 숲. 밀림. 독충. 짐승.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한그곳도 통과.

"사는 거야?"

고행길이다.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파문의 도움없이는 지나가기 힘들 지형도 있었다. 언제쯤 끝날까. 옷은 헤어지고 삭신이 쑤신다.



까아아악

울음소리를 남기고 날아가버리는 까마귀. 대자연  닦아진 평지, 멀리  하나처럼 찍힌 집  채. 낡은 인가를 한참 앞에 두고 엎어졌다.

꼼짝도 못하겠다.

그대로 반나절을 엎드린 채로 쉬었다.


어둑해질 무렵 반쯤 기다시피해서 문턱까지 간다. 열려있다. 문틀을 의지해 일어선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발을 들이려는데

따악

"악!"

시야에 별똥이 튈 만큼 거센 타격. 휙 돌아본다.

키가 유난히 작은 노인이 나무작대기를 들고 있었다. 그는 가지런히 개인 의복 한 벌을 가리키며 밖을 지목한다.

땟구정물이 흐르는 내 옷과 깨끗한 저 옷. 씻고 오란 뜻인가.

양 손으로 각각 가리키며 노인을 바라보자 끄덕 하며 확인해준다.

작대기가 지시한 방향으로 가니 놀랍게도 온천이있다.

받아든 옷가지를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젖거나 흙이 묻지 않게.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이고오"

힘들었던 여정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열기가 몸에 스며든다. 피곤함이 싹 날아가는 기분. 위를 본다. 열탕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김으로 일렁이는 밤하늘. 반짝이는 별. 은하수. 맑다.

씻고 갈아입고 돌아온다.

머리를 털고 나서 문을 연다. 크지는 않은 집. 마루 위에 불을 피우는 공간이 있고 위로 연기가 빠져나간다. 화로 위에 걸린 냄비에선 보글보글 끓는 소리, 좋은 향이 난다.

이미 앉아있는 노인의 맞은 편에 착석한다. 어두운 집안. 유독 불빛이 돋보인다. 불가의 노인은 말없이 있었다. 얼굴이 가려지도록 덥수룩한 장발과 수염. 정갈한 의복. 그리고


다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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