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11편
젓가락질이 뚝 끊겼다.
"..알고 계신단 말인가요?"
떨린다.
"본 적은 없네만, 맞아. 들었어."
두려움이 주인 사내에게서 역력히 드러난다.
드디어 닿았다. 찾고 찾아왔던 그 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한 확신이 든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일이었지... 사람이 죽었는데 말이야."
잠시 뜸을 들인다. 궁금증을 더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마치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 무언가를 억지로 끄집어내는 그런 광경이다.
"파먹혔다는군."
개미가 먹잇감에 달라붙어 살점을 떼어가듯, 마치 들짐승이 파먹은 것마냥 돼있었다는 것이다. 현장엔 살점만 약간 붙은 유골 뿐. 바닥은 핏물로 흥건했다고.
어찌나 흉흉한 사건이던지 삽시간에 퍼져나가 이 일대 주민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는 얘기.
"자네도 조심하게. 비슷한 일이 여럿 있다보니 다들 신경이 곤두서서는..."
털어내려는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떤 남자는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낮에 상인이 퉁명스레 대했던 것도 혹시.
"잘 먹었습니다."
빈 그릇에 가지런히 젓가락을 얹어 밀어놓고 일어섰다.
사내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묵묵히 작업을 계속한다.
두려움.
한 길만 신념으로 파온 장인도 동요한 참사.
확실한 건 없다. 다만 여느 때처럼 혈귀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낼 뿐.
들은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방법은 해왔던 수단과 비슷했다.
무작정 돌아다니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밤낮 가리지 않았지만, 곧 해진 후에만 탐색하게 되었다.
차가운 사람들의 반응 가운데 간혹 말을 꺼내는 이들 덕분이다.
모든 사건은 해가 저문 뒤, 동이 트기 전. 그 사이 시간에만 벌어졌다.
피해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어린 쪽에 많은 수가 집중됐다.
경관들이 삼엄하게 경계한다 싶으면 거의 동일 사건이었다.
파먹힌 시신. 으슥한 장소.
어떻게든 현장을 보고 싶었지만 경찰의 제지로 불가능. 주위에서 수군대는 인파를 통해 대략 알아내곤 했다.
문제는 십여 건 사건이 발생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
관가에서 손쓸 도리없이 뒤만 쫓는 동안 피해는 늘어난다. 군중은 불안에 떤다. 그 결과 하루하루 행인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간다.
속이 탄다.
현장엔 피해입은 자들의 참혹한 흔적만 남아있다. 그마저도 직접 보진 못하고 듣기만. 도대체 어떻게 일어난 사건인가, 과정을 모른다.
이대로 길거리에 인적이 끊기기라도 하는 날에는 사건이 안 일어나 영영 그놈을 놓치고 만다.
물론 아무도 안 죽는 게 최상이지만. 덮어놓고 기도만 하기 보다는, 화근을 제거해야한다.
확신은 없지만 사건이 없었던 골목 위주로 훑고 있었다.
"으아아악!!"
비명.
방금 지나친 건물 틈바구니다.
황급히 뒤돌아 골목 입구에 섰다.
누군가 달음박질치며 뛰쳐나와 바닥을 구른다. 바로 앞에 엎어진 그는 내 옷자락을 움켜쥐고 매달린다.
눈물과 콧물범벅의 그 얼굴은 창백하다. 벌어진 입술 새로 술냄새가 풍겨온다.
"사, 살려주십쇼! 저, 저, 저 안에!"
정신없어뵈는 그의 하반신, 특히 다리 부근이 핏물이 튀어있다.
불길한 예감. 횡설수설하는 그와 몰려드는 군중을 등지고 어두운 골목에 뛰어들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기회. 반드시 잡는다.
뿌작
꾸지직
'검은 덩어리가!'
그의 말처럼 있었다. 지면에 솟은 검은 형체. 무언가를 덮은 채 물결치는 그것. 그것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불쾌한 소릴냈다. 자세히 본다.
토할 뻔 했다. 찢고 뜯는 소리는 그 밑에 깔린 시체에서 나던 것.
때마침 하나가 주둥이를 치켜든다.
붉은 고기조각을 문 새까만 놈. 눈알이 벌겋게 물든 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