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편 (8/109)



〈 8화 〉8편

끼루욱--


날아다니는  마리 갈매기들. 소금내나는 바람이 분다.

바닷가 어촌. 규모가 꽤 있어 드나드는 배가 많다. 항구라  만하다.

정박해있는 선박과 부둣가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그 안에 모여있는 소규모 인파. 낯선 행색이 이곳 사람은 아니다.

개중 어린 이 하나가 불안한 안색으로 손목을 들여다본다. 시계의 초침이 까딱거릴 때마다 파리해지는 얼굴.


"이, 이대로면 늦겠는데요. 곧 출항시간인데..."


덩달아 웅성대는 다른 이들. 그들도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늙수그레한 남자 하나만은 민머리아래 구렛나루 언저리부터 내려오는 허연 턱수염을 지그시 어루만지기만  뿐. 마치  또한 자연스러울 따름이란 듯이.

저만치서 스륵 나타난 누군가를 본 노인은 마침내 입을 연다.

"왔느냐."

"늦어서 죄송합니다. 톤페티 스승님."

깍듯한 인사를 건넨 사내는 놀라움을 표했다.


"과연 스승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단지 탐방차 지나가던 길에 인연이 닿을줄은..."


그는 바로 무라타와 조우해 파문의 기초를 전수한 이국인이었다.

사실 무라타를 만날지 그는 몰랐다. 다만 이번 여행길에 들른 동쪽의 땅에서 파문의 연으로 생명하나를 구할 것이란 스승 톤페티의 예지를 들었을 뿐이다. 그 말이 현실이 되었으니. 다시금 스승에 대한 믿음이 새롭다.

"파문은 흐름.. 이 땅에 떨어진 씨앗이 어떤 결실을 맺을는지..."

"참. 이곳의 수도 근방에선 독자적 형태의 '호흡' 사용자가 여럿 있나보더군요."

모여있던 인원  붉은 머리의 여성이 알린 정보에 감탄성이 터진다.

"특정 단체 소속으로 보여지는 그들은 주로 검을 사용, 특유의 무술로 흡혈귀를 토벌합니다."

"그렇다면 안심하고 떠날  있겠군. 흡혈귀가 날뛰는 건 여기만은 아니니. 그들에게 맡기고 서둘러야지."

정장의 이국인의 말에 동조하는 검은 정장의 남자.

"맞습니다. 저희 스피드왜건 재단의 무리한 의뢰를 수락해주신 여러분께는 송구스럽습니다만... 전세계적으로 흡혈귀가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조사해야합니다. 특히나 이 모든 것이 '석가면'과 연관이 있는지도."

침음성.


이미 석가면으로 탄생한 흡혈귀에게 소중한 제자를 잃은 톤페티로서는 서둘러야만할 명분으로 충분했다.


"...가자꾸나."

나지막히 읊조리며 배에 오르는 톤페티의 뒤를 따르는 일동은 하나같이 쓸쓸함을 느꼈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어둠과의 전쟁. 끝모를 사투는 점점  퍼져간다.


그 한 자락이 이곳에서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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