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편
열흘이 지났다.
그는 아쉬워했다. 더 남아서 수련을 돕고 싶으나 일정상 그럴 수가 없다고.
하지만 충분했다. 이국인이 말한 파문의 흐름, 맥락 정도는 받아들이기에 무리없는 시간이다.
"계속, 수련."
그의 말마따나 남은 과제는 끊임없는 단련 뿐. 열흘이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비틀거리며 공터를 따라왔던 몸이, 어느새 걷고 몇 가지 동작을 취하는 데 괜찮은 수준까지 나았다. 놀라운 일이다.
어디까지 가능할까?
계속 훈련해나가면 그 때 그 괴물 하나 정도는 상대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일찍 호흡을 알았다면.
주먹을 꾹 쥔다.
"인간, 겁 많다."
본질적으로 겁이 많은 인간. 그런 두려움은 용기로 극복한다. 당당히 맞선다.
그러나 절대 용기가 만용, 자만, 무모함과 같은 말이 되어선 안 된다.
그의 충고.
"끝. 생명, 소중히."
말을 마친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옛날에 도회지에서 옷감상인이 마을 포목상을 찾아왔을 적 입고있던 색다른 옷, 양복이라고 들었다. 그 양복 정장과 비슷한 옷차림의 이국인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일순간 홀연히 사라졌다. 정말로 있다가 없어졌다.
경지가 느껴진다.
어쩐지 그를 더 이상은 만나지 못하리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무심코 걸었다. 걷다가 알아차린다. 어느새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멈춘다.
왜 가야하지?
갈 의미가 없다.
그와 수련한 시간을 통해 얻은 것. 어느 정도인지 가늠은 못하나, 그놈들 앞에서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을 힘. 새 길이 열렸다.
마을엔 뭐가 남았을까. 사람들과 마주치며 겪어온 힘든 일들. 약간의 따스함. 그 아이와의 짤막한 기쁨. 그리고 서글픈 마무리.
가져갈 물건도 없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어차피 사람들과 대면할 때마다 괴로울 테다. 그들도 나도 그녀와의 추억 탓에.
피차 안 보는 편이 낫다.
조용히 떠나기로 한다.
발걸음을 돌렸다. 동네 어귀 언덕길에 접어든다. 올망졸망 모인 집, 오가는 사람들.
이내 눈에서 지우고 돌아섰다.